체중감량은 ‘의지력’만의 문제가 아니다.
21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미국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69·Oprah Gail Winfrey)는 최근 자신이 운영하는 웹사이트 ‘오프라 데일리’에서 체중감량을 주제로 전문가들과 대담을 나누던 중 자신은 수치심까지 느꼈다고 고백했다.
윈프리는 “나만큼 오랫동안 체중과 싸우느라 혹사당한 유명인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내 최고 몸무게는 237파운드(107.5㎏)였고 약 25년 동안 매주 타블로이드 신문에 실리며 수치심을 느꼈다. 특히 (체중 감량에 대한) 의지력이 없다는 게 (스스로) 부끄러웠다”고 언급했다.
이어 “우리는 사람들이 (체중에 따라) 당신을 다르게 대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 역시 200파운드(90.7㎏) 이상일 때와 그 미만일 때 다른 대우를 받았다. 이 세상은 과체중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부끄러움을 안겨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신의 의지력과 음식을 어떻게 대할지에 대해 당신의 뇌가 반응하는 방식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체중 감량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자신 스스로나 남에게 부끄러워해야 할 일은 아니라는 뜻이다.
함께 자리했던 비만 전문가이자 하버드대 파티마 코디 스탠퍼드 부교수 역시 “체중 감량은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우리 몸이 체중을 조절하는 방식은 각자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체중감량의 성공을 가르는 건 의지력 때문이라고 여긴다. 체중감량을 하는 당사자도 하지 않는 사람도 이 시선은 똑같다.
‘세계 비만의 날’인 지난 3월4일 대한비만학회는 ‘비만 인식 현황 조사’ 결과를 발표했었다. 2월 10~14일 총 4일간 전국 만 20~59세 일반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온라인 설문 조사였다.
그 결과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사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 뚱뚱한 체형 때문에 눈에 쉽게 띈다(70%), 게을러 보인다(58%), 의지력과 자제력이 부족해 보인다(56% 등 고 비만인에 대한 사회적 부정적 인식이 나타났다.
다이어트를 시도한 응답자 중 64%가 요요현상을 겪었는데, 39%가 그 원인을 ‘본인의 부족한 의지’로 꼽았다. 그와 동시에 체중 감량 유지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 역시 ‘본인의 확고한 의지(73%)’라고 답했다.
대한비만학회 홍보이사 허양임 교수는 “다이어트와 요요현상은 개인의 의지의 문제가 아니며 몸의 항상성을 깨기 위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만 환자들은 비만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정보로 일시적인 식사조절과 같은 방법으로 체중 감량을 시도하고, 그 실패를 본인의 의지 문제로 돌려 체중이 더 증가하는 요요현상을 겪기 쉽다”고 덧붙였다.
몸은 ‘생존’을 위해 이미 자신의 무게로 인식된 이전 몸무게로 돌아가려는 성질이 있어 의지력만으로는 체중감량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캐나다 칼턴대의 심리학자 애너마리 잰나라(Anamarie Gennara)도 의지력으로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다는 ‘의지력 신화’가 체중감량에 오히려 해가 된다고 조언했다. 의지력에만 의존하려는 심리가 실천 가능한 ‘자기 통제 전략’을 쓰지 못하게 만든다는 것.
다이어트 전문가들은 자신에게 맞는 행동 지침을 정해 꾸준히 실천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시럽이 들어간 커피는 아메리카노로 바꾸고, ‘저녁은 절대 안 먹을 거야’ 보단 본인이 배가 고파오는 시간을 파악해 그 전에 따뜻한 물 한두 잔을 마시는 등 사소한 것부터 지켜나가는 게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내 의지력 부족해서’라는 생각은 체중감량에 실패할 때 자존감까지 더 낮게 만들어 오히려 요요현상의 악순환에 빠지게 될 확률이 높지만, 실천할 수 있는 행동 전략을 세우고 지켜나가면 그 과정에서 얻어지는 ‘작은 성공’이 심리적으로도 체중감량을 이어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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