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예방강화지구’ 지정 뒤 다문화마을서 첫 합동훈련
경기소방재난본부가 화재 취약지구로 꼽히는 외국인 밀집지역 대안학교에서 대규모 긴급구조 훈련을 진행했다.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상황을 가정해 이뤄진 훈련은 한국어 소통이 어려운 외국인 4명이 동시에 119에 신고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경기도에선 지난 3월 안산 원곡동 빌라 화재로 나이지리아 국적의 4남매가 목숨을 잃는 등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23명의 외국인이 화재로 숨졌다.
25일 경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경기소방은 지난 22일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 다문화마을 특구에 있는 대안학교 글로벌다문화센터에서 소방당국과 다문화 의용소방대 등 66명, 펌프차 등 장비 18대가 투입되는 훈련을 벌였다.
지난달 말 원곡동 다문화마을 특구를 ‘화재 예방 강화지구’로 지정한 뒤 벌인 첫 대규모 훈련으로, 해당 특구에는 현재 1만7000여명의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다.
훈련은 한국어 구사가 어려운 외국인들이 119에 신고하는 상황을 가정해, 119상황실 요원이 외국어 가능자를 연결한 뒤 신고자와 3자 통역을 통해 사고 내용을 파악하도록 했다.
안산소방서는 사상자가 다수 발생할 것으로 판단해 비상 대응을 발령하고, 긴급구조 지원기관에 인력과 장비를 요청했다.
이후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는 옥상 대피 유도와 구조를 진행했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임을 고려해 인명 검색을 3차례 반복한 뒤 환자 응급처치와 병원 이송까지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소방관들은 여러 경로를 통해 내부로 진입해 불길을 잡아나갔다. 구조된 환자들의 중증도 분류와 응급처치, 긴급 지원방안 논의 등으로 이날 훈련은 마무리됐다.
훈련에 참여한 김하준(파키스탄 출신) 다문화 의용 소방대장은 “외국인 자녀들이 다니는 대안 교육기관은 정식 학교로 인정받지 못해 소방교육 훈련이 미흡한 실정”이라며 “좋은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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