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벗어나면 도로 뚫려
“경사도·구간단속·다부IC 복합 작용”
“잘 달리던 차가 여기만 지나면 꼭 막힌다니까요.”
27일 경북 칠곡군 가산면의 중앙고속도로. 한적한 오후에 ‘빠앙’하는 소음이 울렸다. 고속도로에서는 좀처럼 들을 수 없는 자동차 경적이었다.
다부터널을 3㎞ 앞둔 지점부터 차량은 급정거하며 서행하기 시작했다. 고속도로의 제한속도인 시속 100㎞로 달리던 차들은 일제히 50~60㎞로 속도를 줄였다. 꼬리물기로 차량은 거북이걸음을 했다. 고속도로 갓길에 세워진 전광판에는 빨간색 글씨로 ‘정체’라는 알림이 떴다.
칠곡군 주민 박민규(43)씨는 “다부터널의 차량정체는 하루 이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구로 매일 출퇴근을 위해 중앙고속도로를 오간다는 박씨는 “앞에 차가 갑자기 속도를 줄이는 바람에 사고가 날 뻔한 적이 많다”면서 “터널이 끝날 때쯤 언제 막혔냐는 듯 도로가 뚫려 그야말로 귀신이 곡할 노릇”고 했다.
다부터널의 잦은 정체로 운전자의 불편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매주 금요일 오후 안동에서 대구로 퇴근하는 운전자는 이곳에서 20~30분씩 서행한다. 상습 정체로 일부 운전자는 다부터널 이전인 다부IC에서 빠져나와 국도를 이용해 대구로 진입하기도 한다.
실제로 1995년 10월 개통된 다부터널은 교통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29일 경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월19일 부산방면 다부터널 안에서 11중 추돌사고가 났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승용차와 승합차 등 11대가 잇따라 추돌하면서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지난해 8월15일에는 부산방면 다부터널 내에서 8중 추돌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터널 내부에서 서행하던 차를 뒤늦게 발견한 차량이 잇따라 추돌하면서 사고가 이어졌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크고 작은 교통사고로 운전자들 사이에서 다부터널은 ‘유령터널’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다부터널에서 귀신을 봤다”, “이곳만 지나면 자율주행 기능이 해제된다”는 등 흉흉한 괴담이 나돌고 있다. 실제로 다부터널 인근은 한국전쟁 당시 가장 치열했던 전투로 꼽히는 다부동전투가 벌어진 곳이다. 터널 위쪽에는 공동묘지인 현대공원이 있어서 괴담을 부채질하고 있다.
다부터널의 차량 정체 문제를 해소하고자 한국도로공사는 그간 머리를 맞대왔다. 먼저 터널 내 차로변경 스마트단속 시스템을 구축했다. 차선 변경이 차량 정체현상과 교통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전자들이 터널 내 단속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민원을 넣었고 2019년 12월 시스템은 중단됐다. 개인정보보호보호위원회는 교통정보 수집과 분석을 목적으로 폐쇄회로(CC)TV를 설치할 수 있지만, 한국도로공사가 경찰청에 넘길 목적으로 수집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도로공사는 다부터널 내외에 경광등과 사고위험 표지, 차선도색 등 안전조치를 했지만 정체현상은 여전하다.
전문가는 복합적인 요인이 상호 작용해 잦은 교통 체증을 유발한다고 봤다. 경사도와 구간단속, 다부IC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다부터널은 경사도가 가팔라 차량 속도가 자동적으로 줄어드는 데다 구간단속 구간으로 정체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터널 근처에 다부IC가 있어 고속도로에 진입하고 빠져나오는 차선 변경 차량으로 속도 저감 현상이 도미노처럼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관계 기관과 현재 다부터널 인근의 구간단속 구간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추석 명절은 귀성객과 성묘객으로 다부IC와 다부터널 인근이 특히 붐벼 경찰과 특별 계도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