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추석 연휴를 보낸 수도권의 밥상머리 민심은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향하진 않는 듯 보였다. 역대 선거마다 표심을 가늠하기 힘든 경합을 드러낸 수도권에선 내년 총선 때도 큰 변화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점쳐졌다.
서울을 포함한 경기·인천지역의 의석(121석)은 지난 총선에서 전체 지역구 의석(253석)의 절반에 육박했고, 20대 대선에선 여야 간 박빙의 대결이 벌어졌다. 제8회 지방선거 당시 경기도에선 불과 8000여표 차이로 승부가 갈리며 최대 승부처로 떠올랐다.
◆ 역대 선거 경합…“내년 총선 때 투표장 안 갈 수도”
전국 민심이 뒤섞인 명절 연휴에는 직전 여야 간 정쟁이 ‘블랙홀’을 형성했다. 인구의 4분의 1이 거주하지만 정치색을 띠지 않는 중도층이 풍부한 경기지역에선 표심을 가늠하기 힘들 만큼 각양각색 의견이 쏟아졌다.
수원시 영통구 원천동의 40대 직장인 박모씨는 “정치에는 큰 관심이 없다”면서도 “물가가 많이 올라 주머니가 가벼워진 만큼 현 정부에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지 않다”고 털어놨다. 그는 “‘밀어붙이는’ 정부·여당이나 ‘계파싸움’에 빠진 야당에 모두 마음을 붙이지 못하고 있어 내년 총선 때 투표장에 갈지조차 알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의 50대 주부 진모씨 역시 “최근 정치권의 최대 화두가 된 사건들 모두 이곳 전직 시장으로부터 비롯된 것 아니냐”며 “여야를 떠나 대선이나 총선 모두 특정 지지층에 기댄 정치권 행태가 지겹다”고 했다.
일각에선 새 얼굴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용인시 기흥구 상하동의 60대 자영업자 최모씨는 “바로 옆 식당이 지난달 문을 닫았다”면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로 한바탕 난리를 쳤는데, 뉴스를 보면 여전히 안 좋은 일로 시끄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퍽퍽한 삶에 희망을 주는 게 정치라면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안전과 민생이 시민이 가장 바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경기 북부에선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일부 긍정론이 제기됐다. 남양주시의 직장인 김모(42)씨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국국의날 행사에서 ‘북한이 핵을 사용하면 북한 정권을 종식시킬 것’이라고 말한 건 잘 했다”며 “그들 비위를 맞춰온 결과가 핵무기의 완성 아니냐”고 되물었다.
인천지역에서도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정쟁에 대한 피로감이 그대로 묻어났다. 인천 남동구에 사는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정치인들은 상대 정당의 허물을 드러내려고 혈안이 돼 정작 본인이나 자신이 속한 정당의 문제점은 간과하고 있다”며 “현 정부도 이런 상황에 동조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토로했다.
◆ “교통비·우윳값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집값 안정 원해”
말로만 ‘민생 챙기기’를 꼬집는 목소리도 컸다. 서구에 사는 주부 박모씨는 “당장 교통비가 인상됐고 우윳값도 가파르게 오르는 등 생활물가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라며 “정부는 이런 고충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가격 안정에 관한 바람은 나이를 불문하고 튀어나왔다. 미추홀구의 대학생 서모씨는 “학자금 대출 등 이미 적지 않은 빚이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졸업 이후 결혼해서 번듯한 내 집이라도 가질 수 있을까에 대해 의문이 든다”고 했다.
두 자녀를 키운다는 직장인 강모씨도 “집값이 떨어진 게 아니라 너무 올랐던 탓에 일부 조정된 것”이라며 “아이들은 계속 커가고 지출되는 비용마저 늘어나 주택담보 대출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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