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은 우리나라와 수교한 지 올해 73주년을 맞은 유럽의 전통우호국이다. 과거에는 투우와 축구의 나라로만 알려졌으나 최근 들어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찾는 주요한 유럽 관광지다. 관광뿐 아니라 양국의 경제· 문화 교류도 활발해지는 등 주요한 관심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은진의 ‘에스파냐 이야기’ 연재를 통해 켈트, 로마, 이슬람 등이 융합된 스페인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소개한다.
바르셀로나는 스페인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로 세계적인 관광지이다. 이베리아 반도의 북동쪽에 있는 카탈루냐주에 속해 있는 바르셀로나는 프랑스 남부와 가깝고 지중해 연안을 접하고 있다. 이 도시는 19세기 말 모더니스트로 알려진 건축가들에 의해 스페인 건축 역사상 가장 상상력이 풍부했던 시대를 구가했다. 그 선두에 선 건축가는 안토니 가우디였다. 성가족 성당, 구엘 공원, 카사 바트요, 카사 밀라 등 그의 문화유산들, 로마 시대의 성벽에서부터 무어인들이 지배했던 8세기 당시의 건축물과 유대인 지구부터 피카소 미술관까지 볼거리가 가득한 고딕-엘보른 지구까지 관광 인프라가 뛰어나다. 그 덕에 바르셀로나는 부유하다. 스페인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을 기준으로 스페인의 17개 광역자치단체 중에서 바르셀로나가 속한 카탈루냐주는 5번째로 잘 사는 지역이다.
바르셀로나는 한국인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스페인 도시다. 매력적인 도시이긴 하나 관광할 때 주의해야 하는 곳도 있다. 시내 중심 엘 라발(El Raval) 지역이 범죄율이 높다. 엘 라발은 바르셀로나 현대 미술관과 라 람블라 거리, 그리고 라 보케리아 시장이 있는 번화가이다. 바르셀로나의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부작용이 생겼다. 은행이 투기에 편승하여 부동산을 구입 후 오르기를 기다라면서 빈집으로 두거나, 세입자들이 집을 오랫동안 비울 때도 전혀 권리가 없는 사람들이 불법으로 그 집에 들어가서 사는 경우가 많다.
특히, 엘 라발 지역의 빈집이 마약굴(narcopiso)로 이용되기도 한다. 문제는 스페인의 법이다. 우리나라 같으면 주거 침입으로 신고하면 해결될 일이지만, 스페인에서는 경찰에 신고해도 마약쟁이들을 바로 내보내지 못한다. 불법적인 마약매매나 투약행위가 있었음을 입증하는 법원 판결을 요구한다. 이 기간이 적어도 수개월이다. 우리 상식으로는 이해하지 못할 법체계다. 주인이 쫓겨나고, 불청객이 안방을 차지하니 말이다.
바르셀로나와 관련하여 우리에게 잘 알려진 ‘축구 전쟁’이 있다. 수도 마드리드의 레알 마드리드팀과 바르셀로나의 FC 바르셀로나팀의 경기인 엘 클라시코의 열기를 빗댄 말이다. 사생결단 수준으로 경기하고, 응원도 그렇다. 바르셀로나 홈팀 경기에서는 바르셀로나가 카스티야 왕국에 합쳐 스페인 왕국이 된 해인 1714년을 기억하기 위해서 경기 시작 후 17분 14초가 되면 모두 일어서기도 한다. 2016년에는 카탈루냐 분리 독립운동의 물결이 거셌다. 언어와 풍습이 다른 카탈루냐가 중앙정부에서 벗어나 독립국을 세우려는 움직임이다. 우리에게는 강자인 마드리드의 중앙정부가 약자인 카탈루냐를 억압하는 것으로 비치지만, 서울대 임호준 교수는 잘못된 정보에서 비롯되었음을 지적한다. 바르셀로나에서 출발한 카탈루냐는 자신들의 필요 때문에 아라곤 연합왕국 안에 들어가게 되었고, 그 후 아라곤 연합왕국이 자발적으로 카스티야 왕국과 통합하여 현재의 스페인에 이르게 된 것이라는 것이다. 무릇 세상사는 여러 이야기를 들어봐야 하고, 내 잣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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