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현장조사 나가는 2종 업체
나갈 일 없는 1종으로 이직 러시
환경영향평가 업체들이 매달 5건 넘게 기술인력 부족에 따른 행정처분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여 동안 이뤄진 환경영향평가 업체 행정처분 10건 중 6건 이상이 기술인력 부족에 따른 것이었다. 환경영향평가 업계의 인력난 원인으로 저가 대행 문제를 지목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9일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실이 환경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월1일부터 2023년 9월20일까지 환경영향평가 업체가 기술인력 부족을 사유로 받은 행정처분 건수가 총 379건이나 됐다. 한 달 평균 5.5건씩 기술인력 부족으로 행정처분을 받고 있는 꼴이다.
전체 행정처분을 위반사항별로 분류해 봐도 기술인력 부족 비중이 64.1%로 압도적이었다. 이어 변경등록 미이행 25.4%(150건), 평가서 거짓·부실 5.2%(31건), 기초자료 미보존 1.5%(9건), 2년 이상 무실적 1.0%(6건) 등 순이었다.
업계에서는 결국 환경영향평가를 둘러싼 저가 대행 관행 탓에 인력난이 일상화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술인력 20여명 규모인 A업체 관계자는 “환경영향평가 특성상 일반 회사보다 고급 인력을 채용해야 하니깐 인건비를 많이 줘야 하는 입장인데 계약금이 적어 기술인력 부족 상황이 빈번히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 4월 새로 설립된 B업체 관계자도 “일단 일이 힘들고 실제 조사원들에게 돈을 주는 데도 한계가 있다”며 “면허 유지비만 해도 상당한데 들어오는 돈은 적고 조사원들에게 나가는 돈이 적어지니깐 자꾸 이런 일(기술인력 부족)이 반복된다”고 했다.
특히 2종 환경영향평가 업체의 기술인력 이탈 현상이 심각하다는 증언도 나온다. 환경영향평가는 대개 사업자가 1종 업체에 용역을 주면 이 업체가 수질·대기질·동식물 등 분야별 조사 용역을 2종 업체에 재대행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1종 업체가 2종 업체에 용역을 재대행하면서 경쟁에 따른 저가 수주가 심화하기에 인력난 또한 악화한단 것이다. 기술인력 7명 규모인 한 2종 업체 관계자는 “2종 업체 인력들이 일이 힘들어서 1종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1종은 직접 현장조사를 대개 안 해도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른 2종 업체 관계자도 “(2종 업체 기술인력 기준인) 6명을 모집하는 것도 어렵다”며 “초급·중급 기술인력도 1∼2년만 일해도 다 1종 업체를 알아보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2종 업체 기술인력 인원은 1종 대비 20%가 채 되지 않는 상황이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1종 업체 기술인력은 총 3888명(△평가사 309명 △특급 1664명 △고급 391명 △중급 537명 △초급 987명·올 9월20일 기준)이고, 2종은 총 766명(△특급 250명 △고급 68명 △중급 114명 △초급 334명)이었다.
노 의원은 “환경부는 환경영향평가 전문인력 부족 등 문제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는데도 모른 척하고 있다”며 “환경영향평가서 거짓·부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인허가 관청이 책임을 지거나 환경영향평가청을 설치하는 등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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