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10월 A매치 2연전의 첫 경기를 ‘축구 천재’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멀티골’ 맹활약을 앞세워 기분 좋게 승리로 장식했다.
한국은 13일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튀니지와의 평가전에서 4-0으로 대승을 거뒀다.
이날 대표팀에선 ‘캡틴’ 손흥민(토트넘)이 컨디션 조절 차원에서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최전방에는 조규성(미트윌란)이 섰고, 공격 2선에는 이강인과 함께 황희찬(울버햄프턴), 이재성(마인츠)이 호흡을 맞췄다. 중원에선 홍현석(헨트), 박용우(알아인)가 공수 조율을 맡았다. 포백 수비는 이기제(수원), ‘괴물 수비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정승현, 설영우(이상 울산)가 지켰다. 김민재는 이날 손흥민 대신 주장 완장을 찼다. 골키퍼 장갑은 김승규(알샤밥)가 꼈다.
전반은 답답했다. 이강인과 황희찬이 번뜩이는 모습을 보였지만 개인 기량에 의존해 공격 전개가 이뤄졌다. 튀니지의 공격도 쉽지 않았다. ‘벽’ 김민재가 버티고 있기 때문. 첫 주장 완장을 찬 김민재는 자신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상대 찬스를 연신 끊어냈고, 공격 전개에도 깊게 관여했다.
후반 들어 꽉 막혔던 튀니지의 수비벽을 이강인의 남다른 재능이 뚫었다. 그야말로 ‘원맨쇼’가 펼쳐졌다. 성인 태극마크를 달고 A매치 데뷔골을 이날 선제골로 신고했다. 전매특허인 왼발이 빛났다. 이강인은 후반 9분 상대 파울을 유도해 얻어낸 프리킥을 직접 마무리했다. 왼발 프리킥은 예리하게 날아가더니 왼쪽 골문 구석에 그대로 꽂혔다. 상대 골키퍼가 몸을 던졌지만 이미 공은 손을 지나간 뒤였다.
A매치 첫 골을 신고한 이강인은 내친김에 3분 만에 멀티골까지 터트렸다. 이강인은 후반 12분 페널티 박스 부근에서 공을 잡더니 간결한 왼발 슈팅으로 골키퍼 왼쪽 측면 하단을 노렸다. 골키퍼는 쳐다볼 수밖에 없는 날카로운 슈팅이었다.
이강인은 한 골 더 달아나는 득점에도 도움 역할을 했다. 후반 22분 이강인이 올린 코너킥을 김민재가 헤더슛을 했고, 이 공은 상대 수비의 말을 맞고 들어갔다. 그라운드 모든 지역에서 존재감을 뽐내던 김민재는 기어코 득점까지 성공했다. 5만9018명의 만원 관중은 골 폭죽에 연신 환호를 보냈다. 이날 뜨거운 활약을 펼친 이강인은 후반 44분 문선민과 교체됐다.
한국의 공격력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식지 않았다. 후반 교체로 들어온 황의조(노리치 시티)는 후반 45분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에서 침착하게 마무리하며 4-0을 완성했다. 두 골을 넣으며 승리를 이끈 이강인은 이날 최우수 선수(MVP)로 선정됐다.
이번 2연전은 다음 달로 예정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과 내년 1월 개막하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앞둔 클린스만호의 진정한 시험 무대였다. FIFA 세계 랭킹에서 한국(26위)과 비슷한 튀니지(29위)는 아랍과 비슷한 축구를 펼치는 만큼 아시안컵에서 중동 국가들과의 일전을 대비하기에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며 지난 9월 사우디아라비아전 승리에 이어 2연승에 성공한 클린스만호는 기세를 한껏 끌어올렸다.
이제 한국은 1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베트남과 친선전을 치르며 3연승에 도전한다. 이후 본격적으로 ‘실전’에 돌입한다. 다음 달 2026 월드컵을 향한 아시아 예선에 나선다. 한국은 싱가포르와 괌 경기 승자 외에 중국·태국과 함께 2차 예선 C조에 속했다. 다음 달 16일 싱가포르 또는 괌과 홈 경기를 치르고, 같은 달 21일에는 중국과의 원정 경기가 예정돼 있다. 내년 1월에는 카타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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