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에 참전… 1952년 10월26일 전사
부친은 국방장관으로 의료지원 참전 결정
"父子가 한국과 깊은 인연"… 감동 자아내
덴마크는 6·25전쟁 당시 한국에 병원선 유틀란디아호(號)를 보내 환자 진료를 도운 의료지원국으로만 알려져 있다. 그런데 덴마크 국방부 장관의 아들의 미군으로 일원으로 참전했다가 전사해 버지니아주(州) 알링턴 국립묘지에 안장된 것으로 확인돼 눈길을 끈다.
14일 전쟁기념사업회에 따르면 닐스 이베르 크비스트고르(1925∼1952)는 원래 덴마크에서 출생했으나 1950년 10월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데 이어 미 해병대에 입대했다. 6·25전쟁 기간 미 해병 제1사단 본부 정보과 소속으로 최전선 복무를 자원했다. 7연대 본부 전술정보국 소속으로 북한군 및 중공군과 싸우던 중 1952년 10월 26일 전사했다.
그의 아버지 에르하르트 외르겐 칼 크비스트고르는 해군 장교 출신으로 오랫동안 미국 주재 덴마크 대사관의 무관으로 일했다. 1950년부터 1962년까지 덴마크 국방장관을 지냈는데 그 취임 초기 한국에서 터진 6·25전쟁과 관련해 덴마크의 의료지원을 결정했다. 부자(父子)가 나란히 한국과 깊은 인연을 맺은 셈이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 9월 백승주 전쟁기념사업회장의 덴마크 방문을 통해 확인됐다. 서울 용산에 있는 전쟁기념관과 유사한 덴마크 코펜하겐의 전쟁박물관을 찾은 백 회장 일행이 박물관에 전시된 닐스 크비스트고르 관련 기록과 마주한 것이다. 전쟁기념사업회 측은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어느 병사를 위한 기념시설이 전시실 한편에 있었다”며 “전쟁 당시 덴마크 인력 630명이 의료지원에 나섰지만 인명피해가 없었는데 이상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 병사의 스토리를 확인하고 추가 설명을 들었다”며 “전사 후 4개의 메달과 군복을 포함한 유품은 덴마크 국방장관이었던 아버지에게 전달되었고, 아버지가 덴마크 전쟁박물관에 기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 회장 일행이 서울로 돌아온 뒤 조사해보니 닐스 크비스트고르는 미국 국적으로 알링턴 묘지에 안장됐다. 전쟁기념관의 유엔 참전국 전사자 명비에도 그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전쟁기념사업회 측은 닐스 크비스트고르 부자에 대해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한 가족”이라며 “덴마크 국방장관이 순직한 자신의 아들에 대해 유엔 참전국이나 한국 정부에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고 미국 장병들과 함께 알링턴 묘지에 영면하도록 한 마음을 엄숙하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이를 계기로 전쟁기념사업회와 덴마크 전쟁박물관의 협력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백 회장은 “전쟁기념관의 ‘6·25전쟁 아카이브센터’ 사업과 연계하여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덴마크 참전용사 활약상을 재조명하고 적극 홍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덴마크 전쟁박물관 측에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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