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창단한 미국 메이저리그(MLB)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는 2001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월드시리즈(WS·7전4승제)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랜디 존슨, 커트 실링 등과 함께 한국의 ‘잠수함 마무리 투수’ 김병현이 활약한 애리조나는 뉴욕 양키스와 7차전 혈투 끝에 감격의 첫 우승 반지를 꼈다. 하지만 이후 애리조나는 긴 인고의 시간을 겪었다.
이런 애리조나가 2023시즌 포스트시즌(PS)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22년 만에 WS 무대를 밟아 우승을 노린다. 애리조나는 25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시티즌스 뱅크 파크에서 열린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7전4승제) 최종 7차전 원정경기에서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4-2로 꺾고 WS에 올랐다. 1∼2차전에서 패하고 3∼4차전 승리로 시리즈의 균형을 맞췄지만, 5차전에서 또 지며 수세에 몰렸던 애리조나는 6∼7차전을 내리 잡으며 NLCS 최후의 승자가 됐다. 필라델피아는 지난해 WS에서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밀려 준우승했던 아쉬움을 털 기회를 놓쳤다.
간절함으로 똘똘 뭉친 애리조나 타자들은 1회초 필라델피아 선발 레인저 수아레스를 상대로 코빈 캐럴과 가브리엘 모레노의 연속 안타로 잡은 1사 1, 3루에서 크리스천 워커의 땅볼로 선취점을 뽑았다. 그러자 ‘장타의 팀’ 필라델피아는 2회말 알렉 봄이 동점 솔로포를 터뜨렸고, 4회말 1사 1루에선 브라이슨 스토트가 2-1로 역전하는 2루타를 때렸다.
애리조나는 5회초 재역전에 성공했다. 2사 2루에서 캐럴이 동점타를 날렸고 도루로 2루를 훔쳤다. 이어 가브리엘 모레노가 우전 적시타로 캐럴이 홈으로 불러들여 승부가 뒤집혔다. 애리조나는 7회초 1사 2, 3루에서 캐럴의 희생플라이로 두 점 차로 달아났고, 경기는 이대로 끝났다. 지난해 처음 빅리그 무대를 밟은 캐럴은 이날 4타수 3안타 2타점 2득점으로 7차전 승리의 주역이 됐다.
WS 진출에 성공한 애리조나의 가을야구는 그야말로 반전 드라마였다. 이번 시즌 정규리그에서 84승78패로 PS 진출팀 중 가장 적은 승리를 거둔 ‘6번 시드’ 애리조나는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중부지구 우승팀 밀워키(92승70패)를 2승으로 제압하는 이변을 시작했다. 이후 디비전 시리즈에서는 내셔널리그 승률 2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100승62패)를 3연승으로 압도한 데 이어 NLCS에선 브라이스 하퍼 등 슈퍼스타들로 무장한 필라델피아(90승72패)마저 꺾었다.
창단 두 번째 WS 우승을 바라보는 애리조나의 상대는 아메리칸리그(AL)를 제패한 텍사스 레인저스다. 텍사스는 전날 열린 ALCS 7차전에서 지난해 WS 우승팀 휴스턴을 11-4로 대파하면서 WS에 선착했다. 애리조나가 WS 우승 반지를 위해 22년을 기다렸다면 텍사스는 60년이 넘는 세월을 견뎠다. 1960년 창단한 텍사스는 아직 WS 우승 반지를 껴본 경험이 없다. 텍사스는 2010∼2011년에 2년 연속 WS에 진출했지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게 연달아 무릎을 꿇은 아픈 기억이 있다. 애리조나와 텍사스의 WS 1차전은 오는 28일 텍사스의 홈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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