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바이러스성 질병인 ‘럼피스킨병’ 확진이 이어지면서 전국 지자체와 축산농가의 질병 확산 방지에 비상이 걸렸다.
25일 럼피스킨병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지난 20일 처음 발생이 확인된 럼피스킨병은 이날 오전 8시까지 모두 29건이다. 추가 의심 신고가 7건이 들어와 검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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럼피스킨병은 소에게만 감염되는 전염병으로 증상으로는 고열과 단단한 혹 같은 피부 결절이 특징이다. 모기와 파리 등 흡혈 곤충에 의해 주로 전파되는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폐사율은 10% 이하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지정돼 있으며, 사람에게는 전파되지 않지만 우유 생산량이 줄고 유산이나 불임 등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럼피스킨병 확진 농가가 늘면서 축산 농가는 감염을 우려하고 있다. 충북 음성군 금왕읍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심모(54)씨는 “구제역은 1년에 2회 백신을 놓고 있는데 럼피스킨병은 백신이 도착하지 않아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면서 “곳곳에서 발병하고 있다는 소식에 밤잠도 설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전날까지 3곳에서 럼피스킨병 확진이 된 인천 강화군은 축산 농가가 600호가 넘는다. 윤용성 한우협회 강화군지부장은 “피해 축산 농가는 평생 키워온 소가 살처분돼 당장 먹고살 방안이 없어졌다”면서 “보상을 받더라도 그 돈으로 송아지를 사 기르려면 한참이 걸릴 것”이라며 우려했다.
럼피스킨병 확산을 막고자 중수본이 내린 이동제한 조치에 따른 농가 걱정도 크다. 현재 중수본은 백신 접종 완료 전까지 질병 확산을 차단하고자 럼피스킨병 발생 시·군 및 인접 지역 농장의 소 이동을 제한하고 있다.
횡성에서 한우를 사육하는 김모씨는 “이동이 제한되면 소를 출하하는 시기를 놓치게 된다. 보통 28~30개월 사이에 출하하는데 출하 시기가 늦춰질수록 사료비용 등이 추가로 들어간다”며 “소 사육 농가들이 생산비 부담으로 조기 출하를 상황이라서 더 문제”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농장주는 “이동제한 기간 송아지가 태어나는 등 소 숫자가 늘어나면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 우사 내에 키울 수 있는 적정 숫자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라며 “적절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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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 인력 역시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럼피스킨병이 발병한 평택시 인근의 지자체 관계자는 “관내 소는 5000마리가 넘는데 수의직 공무원은 5명 안팎”이라며 “한 사람이 1000마리 가까운 소를 담당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충북의 수의직 공무원 정원은 84명이지만 현재 74명이 근무 중이다. 올해 상반기에 13명 선발 공고에서 응시인원 부족 등의 문제로 1명만 채용됐다.
충북도 관계자는 “동물병원보다 급여가 적다 보니 수의직 공무원 채용이 어렵다”면서 “럼피스킨병으로 방역에 공백이 생긴 건 아니지만 수의사 부족으로 현장에서 어려움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도 역시 수의직 공무원이 부족해 질병 예방과 방역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북도에 따르면 수의사 면허 소지자를 수의직 공무원으로 임용해 가축방역관(7급 상당)으로 활용하고 있으나, 현재 전북도 동물위생시험소 소속 가축방역관은 81명으로 정원(101명)보다 20%가 부족한 실정이다. 가축방역관은 지난해 10명이 사직한 데 이어 올해도 3명이 스스로 직장을 떠났다. 따라서 전북 14개 시군 중 정읍, 순창, 부안, 고창 등 4개 지역은 수의직 공무원이 1명도 남아 있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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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지역은 가축 사육 두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데다 구제역이나 조류인플루엔자(AI) 등 전염병이 자주 발병하는 지역이어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전북도와 해당 시군은 공중방역수의사를 1명씩 배치해 업무를 대체하고 있으나 가축 전염병 예방과 신속한 방역을 수행하기에는 역부족으로 알려졌다.
럼피스킨병의 주요 매개체인 모기와 파리 등 흡혈 곤충을 방제할 약품 공급이 시급하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나온다. 전남도는 농장주 예찰을 강화하면서 농장 내부는 농장주가 직접 집중 방제를 실시하고, 농장 주변은 보건부서와 협조해 연무소독을 병행한다. 럼프스킨병 백신 공급 물량이 부족해 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서다.
문대열 전남한우협회 사무국장은 “방역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선 농가에서는 친환경에 혹여 해가 되지 않을까 고심하며 축사 내부에 살충제도 함부로 뿌릴 수 없는 입장”이라며 “선제적인 방제도 중요하지만 흡혈 곤충의 유충의 서식을 막을 수 있는 약품 공급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럼피스킨병은 경북 청도군의 소싸움장까지 멈추게 했다. 청도공영사업공사는 전날 소싸움 경기를 전면 중단하고 당분간 휴장하기로 했다. 청도공영사업공사 관계자는 “현재 224마리의 싸움소가 등록돼 있다”면서 “싸움소 보호를 위해 영업 손실에도 경기 중단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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