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암 박두성 업적 기리고자 설립
“점자도서 한 권 제작하는데 수개월
점자사용 권리 신장, 국민 관심을”
“시중 동화책에 투명한 점자 라벨을 붙이니 시각장애인 엄마는 점자를 읽고, 아이는 책의 그림을 그대로 볼 수 있었죠.”
정선이 사회복지사는 지난 24일 인천시 미추홀구 송암점자도서관 점자 도서 제작실에서 ‘시루와 커다란 케이크’라는 제목의 그림책 페이지마다 점자 라벨을 붙이고 있는 동료를 소개하면서 이처럼 설명했다. 과거 백지에 점자만 나열된 책을 읽어주는 시각장애인 엄마 앞에서 아무런 그림이 없는 책장을 보던 아이가 기억난다면서 이렇게 전했다.
◆맹인 교육 앞장선 ‘송암’ 박두성
‘시각장애인의 세종대왕’으로 불리는 송암(松庵) 박두성의 ‘훈맹정음’(訓盲正音) 반포일(1926년 11월4일)과 같은 날로 제정된 ‘점자의 날’을 앞두고 송암점자도서관을 찾았다. 이곳은 시각장애인들이 점자 도서를 마음껏 읽을 수 있게 연면적 766㎡에 지상 3층 규모로 조성됐으며, 열람실·점자 도서 제작실·소리 도서 제작실·박두성 선생 기념관 등을 갖춰 2017년 11월 문을 열었다.
시비 21억원이 투입돼 인천시 시각장애인복지관 부지에 들어선 이 도서관의 이름은 지자체 예산이 들어간 복지시설이 대체로 해당 지역명을 포함하는 것과 달리 맹인 교육에 앞장선 박두성의 업적을 기리고자 그의 호인 ‘송암’을 넣었다고 한다.
1888년 인천 강화군 교동면에서 태어나 평생을 맹인 교육에 전념한 박두성은 일제강점기 제생원 맹아부 훈도(현 국립서울맹학고 교사)이던 1926년 최초의 한글 점자인 훈맹정음을 반포해 시각장애인들에게 읽는 기쁨을 선사하는 한편 배움의 길을 열어준 이로 높게 평가받고 있다.
◆점자 도서 한 권 제작에 수개월
점자 도서는 크게 두 종류다. 점역을 거쳐 제작한 투명 라벨을 책장에 덧댄 책과 더불어 백지에 문장을 점자로 풀어쓴 도서도 있다. 전자는 문장이 짧은 그림책 등에 활용도가 높고, 후자는 문장이 긴 소설책 등의 점자 도서화에 주로 쓰인다고 한다. 일반 활자 등의 점자 변환을 점역이라고 부르는데, 점역교정사라는 별도의 자격증을 두고 있다.
자음과 모음을 각각 점자로 표기하는 특성상 점자 도서로 제작하면 책 분량도 대폭 늘어난다. 예를 들어 한 칸을 차지하는 단음절 ‘책’을 자·모음으로 풀어쓰면 ‘ㅊ’ ‘ㅐ’ ‘ㄱ’이 된다. 총 페이지가 2~3배 증가할 수 있어 ‘1-1’ ‘1-2’ ‘1-3’처럼 분권 기호가 매겨진 점자 도서도 이날 다수 눈에 띄었다.
정선이 복지사는 “점역과 인쇄·제본 등을 거쳐 한 권의 점자 도서 제작에 수개월이 걸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책 내용 옮기기와 오·탈자 확인 등에 대부분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게 정 복지사의 전언이다.
이곳에서는 CD와 테이프로 된 ‘소리 도서’도 이용할 수 있다. 자원봉사자의 육성 녹음과 음성 합성을 기반으로 한 TTS(Text to speech) 방식을 활용한 책이다.
◆‘점자법’과 ‘한국점자규정’으로 권리 신장
시각장애인의 점자사용 권리 신장 등을 목표로 2016년 제정된 점자법은 점자 발전과 보전·계승을 위해 국가·국민의 노력을 당부하고, 시각장애인의 요구 시 공공기관 등을 대상으로 일반 활자 문서와 동일한 내용의 점자 문서를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한국점자규정에선 점자의 공식 규격을 둔 대목이 주목된다. 여섯 개(가로 2개 × 세로 3개)의 점으로 구성해 이들 조합으로 만들 수 있는 총 64가지 점자 중 점이 하나도 찍히지 않은 ‘초성 이응(ㅇ)’을 뺀 63가지로 표기한다. 이에 따라 ‘우’는 모음 ‘ㅜ’ 점자로만 표기한다. 표기법에 따라 수학·과학·음악·외국어 등도 모두 점자로 나타낼 수 있어 과학적이다.
손끝으로 식별해야 하는 문자인 만큼 튀어나온 점의 높이와 지름 그리고 점 간 거리에도 구체적인 기준이 있다.
먼저 점 높이는 0.6~0.9㎜에 지름은 1.5~1.6㎜로 규정됐다. 점의 높이가 낮으면 손끝으로 점자 확인이 어렵고 너무 높으면 과도한 촉자극 탓에 식별이 어려울 수 있다. 점자의 지름이 과도하게 길거나 짧아도 읽는 데 방해가 된다. 아울러 점 간 거리는 2.3~2.5㎜로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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