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고궁박물관서 보관해와
12일 개관 ‘오대산박물관’서 전시
조선을 세운 태조부터 제25대 왕 철종에 이르기까지 472년간의 역사를 연월일 순서에 따라 편년체로 기록한 ‘조선왕조실록’은 같은 책을 여러 권 찍어 보관했다. 춘추관과 충주·전주·성주 사고(史庫) 4곳을 운영했으나 임진왜란(1592∼1598)으로 전주 사고를 제외한 나머지 사고는 모두 소실됐다. 전쟁이 끝난 뒤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 깊은 산속에 사고를 설치한 건 이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산세가 다섯 개의 연꽃잎에 싸인 듯하다는 강원 오대산의 사고에는 조선왕조실록과 왕실의 주요 행사를 정리한 의궤(儀軌), 왕실의 족보 등과 같은 주요한 기록물을 보관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인 1913년 오대산사고본 실록(사진)과 의궤가 일본 도쿄제국대학으로 반출됐다. 이후 민간과 불교계, 정부의 노력으로 실록 75책이 2006년과 2017년, 의궤 82책이 2011년 국내로 환수됐다.
환수된 실록과 의궤를 보관해 온 국립고궁박물관은 이들 실록과 의궤를 비롯해 관련 유물 1207점을 보관·관리·전시하는 박물관인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을 오는 12일 정식 개관한다고 9일 밝혔다. 박물관은 강원 평창군 오대산 자락에 자리한 만큼 오대산사고본이 110년 만에 제자리로 돌아가게 되는 셈이다.
박물관 건물은 기존 월정사 성보박물관이 운영했던 왕조실록의궤박물관을 새 단장한 것으로 총 면적 3537㎡, 지상 2층 규모다.
관람객들은 상설전시실에서 오대산사고본 ‘성종실록’, ‘중종실록’, ‘선조실록’ 등을 볼 수 있다. 이 중 ‘성종실록’과 ‘중종실록’은 글자를 수정하거나 삭제하고 첨부한 부분이 고스란히 남아있는데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이 소장한 정족산 사고본과 비교하면서 조선시대 실록 편찬의 과정도 확인할 수 있다.
왕실 행사나 국가의 중요한 사업이 끝난 뒤 전 과정을 글과 그림으로 기록한 의궤도 만날 수 있다. 환수된 건 모두 19세기 후반 이후 제작된 것이다. 1906년 경운궁을 중건한 공사 과정을 기록한 ‘경운궁중건도감의궤’, 철종(재위 1849∼1863)이 승하한 뒤 국장과 관련한 절차 등을 정리한 ‘철종국장도감의궤’ 등이 한자리에 모인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