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는 북한에서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북한의 10대 최우수기업으로 선정된 소프트웨어 개발사 삼흥경제정보기술사가 내놓은 스마트폰 및 태블릿PC용 애플리케이션(앱) '나의 길동무'를 살펴보면 그 단면을 엿볼 수 있다.
12일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 기관지 조선신보에 따르면 최근 영상, 라디오, 전자 도서, 노래방 반주음악, 게임 등을 구매할 수 있는 '나의 길동무'가 북한 주민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이 앱은 영어학습지원, 글공부와 같은 교육 프로그램, 부항 치료법, 30일 몸 단련과 같은 건강 프로그램, 노래방, 카드 게임과 같은 오락 프로그램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일부 콘텐츠는 유료다.
또한 '나의 길동무'를 이용하면 여러 상업 봉사 기관에서 결제할 수 있다고 조선신보가 기술한 점으로 미뤄봤을 때 전자결제 기능도 탑재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서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앱을 설치하려면 직접 매장에 찾아가야 하나, 삼흥경제정보기술사는 2019년 인트라넷으로도 콘텐츠를 구매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편했다.
북한 선전매체 아리랑은 2019년 8월 '나의 길동무' 4.3이 "이동통신망과 콤퓨터망에 의한 '점수결제체계'를 새롭게 받아들여 사용자들이 장소에 구애됨 없이 손쉽게 자료들을 구입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지순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여기서 점수는 일종의 포인트"라며 "통상 앱을 구매하는 정보기술교류소에 가서 점수를 '충진', 우리식으로 충전하면 그 점수로 프로그램을 결제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나의 길동무 4.3'에 점수결제체계가 도입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게 벌써 4년 전이니, 지금은 인앱결제 방식이 훨씬 더 정교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나의 길동무'가 2017년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만 해도 전자책 열람 기능만 있었으나, 여러 차례 업데이트를 거치면서 '국민 앱'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다.
이제는 '나의 길동무'가 콘텐츠를 유료로 판매한다는 점에서 구글의 플레이스토어, 애플의 앱스토어와 같은 앱 장터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문류진 삼흥경제정보기술사 직원은 조선신보와 인터뷰에서 "지금 손전화기(휴대전화)나 판형콤퓨터(태블릿 PC)를 이용하는 사람마다 '삼흥' 명칭을 단 프로그램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이 기술사가 개발한 정보제품들은 사람들과 깊이 친숙해졌다"고 말했다.
삼흥경제정보기술사가 선보인 다른 앱들로는 법 규정을 검색할 수 있는 '의무', 다국어 대사전과 조선말 대사전을 합쳐놓은 '새세기', 평양시 길 안내를 도와주는 '길동무' 등이 있다.
전체 인구가 2천600만명으로 알려진 북한의 이동통신 가입자는 2021년 기준 600만대로 추정된다고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월드팩트북에 밝혔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 센터는 지난해 11월 북한의 이동통신 가입자를 650만∼700만명으로 추산하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성인 인구의 50∼80%가 스마트폰을 보유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북한 주민 대부분은 스마트폰이 있다고 하더라도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으며, 당국의 검열·통제가 가능한 광명망이라는 인트라넷만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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