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사고 중 26.1%…캠핑장·차량서 발생
전문가 “경보기는 텐트 위쪽에 설치해야”
지난 주말 추위가 시작되자 충북 영동군과 경기 여주에서 텐트 내에 불을 피운 채 잠들었다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지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텐트 안에서 추위를 피하기 위해 불을 피운 채 잠들었다가 화를 당한 것이다. 매년 텐트에서 불을 피우거나 온열 기구를 사용하다가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화를 당하는 사례가 꾸준히 발생하면서 일산화탄소 중독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3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경기 여주시 한 캠핑장에서 50대 부부가 텐트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텐트 안에서는 숯을 피운 흔적이 있는 화로대가 발견됐다. 발견 당시 경찰은 숨진 부부의 몸에서 외상을 찾지 못했고,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하는 유서 등도 찾지 못해 이들이 사고로 일산화탄소에 중독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사망 원인을 조사 중이다.
전날에도 충북 영동군 황간면의 한 캠핑장 텐트에서 부부로 추정되는 A(63)씨, B(58·여)씨와 손자(5) 등 일가족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나갈 시간이 됐는데 아무 소식이 없어 가보니 사람들이 텐트 안에 쓰러져 있었다”는 신고에 출동한 119구급대원에 의해 발견됐다. 텐트 안에는 화로대에서 숯 등을 피운 흔적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고 현장에 유서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청이 지난해 발표한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 통계’에 따르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119에 신고 된 사고는 2019년~2021년간 총 471건이다. 연도별로는 2019년 213건, 2022년 125건, 21년 133건 등이다. 이 중 85.1%인 401건이 10월부터 3월 사이에 발생했다. 캠핑장이나 차박 캠핑하러 온 여행객이 차량이나 텐트 안에서 일산화탄소에 중독된 사고도 123건으로 26%를 차지한다.
일산화탄소는 무색·무취·무미로 노출됐을 때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더욱 주의해야 한다. 이에 전문가는 일산화탄소 경보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여행객에게) 관리자가 있는 캠핑장 이용을 권하고 싶고, 캠핑장에서도 안전교육이 필요하다”며 “캠핑장 등의 시설은 주기적으로 일산화탄소 경보기 작동 상태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일산화탄소는 공기보다 가벼운 특성이 있어 경보기는 바닥이 아닌 텐트 위쪽에 설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산화탄소 중독 증상은 많은 산소를 필요로 하는 뇌, 심장, 근육 등의 장기 기능이 저하돼 나타난다. 증상은 두통과 어지러움으로 시작되며 구토, 호흡곤란, 손발 저림 등으로 이어진다. 증상이 심해지면 깨워도 자꾸 자려 하거나 정신을 잃고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공 교수는 “처음에는 두통이 시작되고, 더 심해질 경우 현기증과 매스꺼움을 동반한 구토를 하게 된다”며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환기를 시켜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자리를 벗어나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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