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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되면 정신과 상담 받고 싶었다”…‘예쁘다’는 말에 갇혔던 故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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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11-14 14:18:04 수정 : 2023-11-14 17:4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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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으로 존재해야 한다’·‘예쁜 여자’ 역할 강요…모두가 상품 취급”
“내게 아픔 주는 것 말곤 통제 못 해…옳고 그름 판단하며 자유 얻었다”
미스틱 스토리 제공

 

어린 나이에 연예인이 되어 큰 사랑을 받았으나 끝내 스스로 생을 마감한 고(故) 설리(최진리). 그 동안 전해지지 못했던 그의 진심이 유작 ‘페르소나 : 설리’(넷플릭스)를 통해 알려졌다.

 

아역배우로 활동하다 그룹 에프엑스로 데뷔하자마자 큰 인기를 누렸으나, 생전 악플(악성댓글)에 시달린 설리는 2019년 10월 14일 스물다섯 나이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13일 공개된 ‘페르소나: 설리’ 2편 중 다큐멘터리인 ‘진리에게’는 설리의 노래 ‘도로시’를 모티브로 삼아 그의 고민과 생각을 인터뷰 형식으로 담았다.

 

설리는 여러 질문에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담아 진솔하게 답한다. ‘예쁘다와 우월하다의 뜻이 다르냐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다르다. ‘우월하다’는 생각은 연예인 일을 하면서 어렸을 때부터 누군가와 경쟁하면서 제가 다치지 않기 위해서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때가 있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설리는 “어릴 때부터 ‘예쁘다’라는 단어에 갇혀 있었던 것 같다. 사람들이 ‘예쁘다’고 이야기하면 왜 나한테 그런 말을 하는지, 무슨 생각으로 날 예쁘다고 하는 건지 제일 궁금했다. 

나는 마치 예쁜 행동만 해야 할 것 같았고, 실제로도 조신하지 않거나 예쁜 아이처럼 보이지 않으면 혼났다. 그때부터 계속 반항심이 생겼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설리는 “예쁜 내 자신이 싫을 때가 되게 많았다. 내가 살아왔던 환경에서는 ‘너는 예쁜 여자로 태어났으니까 아무것도 몰라도 돼’, ‘그냥 사람들 사이에 앉아서 사람들 기분을 맞춰줘. 그럼 사람들이 좋아할 거야. 너는 예쁜 자체로 재밌으니까’ 이런 말들을 들어왔다. 외모에 대한 생각은 너무 많았다”면서 “너무 재수 없지 않냐. 예뻐서 살기 힘들었다고 얘기하면 너무 재수 없지 않냐”며 웃어보였다.

 

그는 “(다들) 연예인들도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연예인 일을 시작하면서 제일 많이 들었던 얘기가 있다. 그 당시에는 그게 이상한 줄 몰랐다. ‘너는 상품이고 사람들에게 최상의, 최고의 상품으로서 존재해야 한다’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상품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모든 사람들이 나를 상품 취급했다. 그 사람들 입맛에 맞게 움직여야 했고 상품 가치가 떨어질까봐 두려워야 했다. 나 같은 경우에는 내 주장을 할 수 있는 방법도 몰랐고 나의 생각을 얘기해도 되는 지도 몰랐고 내가 힘들다고 얘기한다 해서 바뀌는 상황도 아니었다”고 힘들었던 시간을 돌아봤다.

 

이어 “내 주변에는 아무도 ‘네가 스스로 선택해봐’ ‘넌 어떻게 생각하니’ ‘네가 골라봐’ ‘넌 요즘 어때’라고 묻는 그런 사람이 없었다. 영화 ‘니키타’처럼 아무 생각이 없었다. 힘들어 죽을 것 같은데 그냥 하는 것이었다”고 회상했다.

 

‘통제된 환경을 어떻게 견디면서 살았나?’는 질문에는 “그냥 내 탓을 했던 것 같다”고 했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거라고는 내 스스로 나에게 아픔을 줄 때밖에 없었다. 스스로를 자책하고 깎아내리는 것이었다보니 계속 힘들었다.”

 

“그게 내 탓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안 해봤냐. 못 해봤냐”는 질문에는 결국 눈물을 보였다.

 

그는 “그런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어느 순간, 생각하기 시작한 순간이 있었는데 그때 모든 게 무너져 내리더라. 내가 힘들다고 얘기했을 때 엄청난 어깨 위의 짐들이 다 (무너졌다). 그런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그러다 내 생각을 이야기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나 자신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왜 내가 지금 기분이 나쁜지”라고 떠올렸다.

 

설리는 옳고 그름에 대해 생각하고 스스로 목소리를 내면서 자유를 얻었다고 했다. 그는 “예를 들면, 노브라를 하는게 나는 더 예뻐 보이고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온 세상 사람들이 욕해도, 내가 생각할 때 잘못한 게 아니니까. 욕을 먹어도 내가 편해서 그 행동을 계속 한 것 같다”면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예전보다 훨씬 자유로워졌다. 혼자만 알고, 앓고 있었던 수치스러움에서 조금 벗어났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어린 나이부터 너무 무거운 짐을 진 그는 ‘스무살 때 하고 싶었던 일’에 대해 묻자 “첫 번째는 정신과 상담받는 것, 두 번째는 연애”라고 답했다.

 

연애에 대해서는 “내가 처음 내린 결정이었고 결정에 대해 후회가 없고 행복했다”면서 “행복한 나를 엄마는 행복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아서 되게 끊어내기 힘들었다. 엄마가 옆에서 하는 얘기는 거의 듣지 않고 내가 원하는 것을 했다”고 말했다.


서다은 온라인 뉴스 기자 dad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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