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감서 늑장 준비·판단 미숙 지적
직원 퇴직 내홍도… 市 감사 방침
대전예술의전당이 개관 20주년 기념 제작오페라 공연을 하루 전날 취소하는 등 운영미숙으로 전국적 망신살을 사고 있다. 김덕규 대전예당 관장이 취임한 후 직원들이 잇따라 퇴직하면서 리더십과 조직 운영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14일 대전예당에 따르면 지난 7일 개관 20주년 기념 제작오페라 공연을 공연 하루 전날 긴급 취소했다. 대전예당은 이달 8∼11일에 제작오페라 베르디의 ‘운명의 힘’을 무대에 올리려고 했으나 무대제작 미완성을 이유로 공연 전날 취소 결정을 내렸다. 현재 1500석의 공연 예매 좌석 취소 절차를 밟고 있다.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자 전날 열린 대전예당 행정사무감사에서는 대전예당 공연 늑장 준비와 업체 점검, 판단 미숙 등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조원휘 대전시의원은 김 관장에게 제작오페라 무산에 대해 책임을 추궁했다. 조 의원은 “대전예당이 지난 19년 동안 한 해도 빠지지 않고 그랜드 제작 오페라를 무대에 올리면서 제작 역량과 위상을 높였는데, 20주년 기념 오페라를 공연 하루 전에 취소한 이번 사태는 그야말로 ‘망신의 힘’”이라고 지적했다.
공연 준비 과정에서 문제도 드러났다.
예당은 올해 2월 제작 오페라 기본계획을 수립한 뒤 공연에 필요한 무대 디자인을 상반기에 마무리했다. 그러나 9월 중순이 돼서야 대전시에 무대 세트 제작 업체 선정에 돌입했고 공연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10월 10일에서야 최종 확정됐다. 대전시는 제작오페라 취소와 관련 오페라 무대 제작업체 입찰방식 등 전반적인 사안에 대해 감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내달 열릴 예정인 창작오페라도 삐걱거리고 있다. 창작오페라 공연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이날까지도 공연단체와 정식 계약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전예당은 올해 처음으로 3억원의 예산을 들여 창작오페라를 공모사업으로 추진했다. 지난 8월 2개 단체를 선정했으나 공연 40여일을 앞둔 이날까지도 예당과 단체 간 공연 계약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두 단체는 각각 내달 23일과 27일 창작오페라 ‘너클볼’과 ‘구운몽 2023’을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한 공연단체는 “15일 대전예당과 창작오페라 공연 관련 조율할 예정”이라면서도 “저작권 문제 등으로 계약을 빨리 해야 하는데 공연 한 달 전까지 계약을 하지 않은 건 처음”이라고 꼬집었다.
조직관리에서도 잡음이 일고 있다.
올해 4월 1일자로 김 관장이 취임한 후 직원들은 잇따라 대전예당을 떠나거나 재계약이 불발됐다. 공연기획팀장과 행정 주무관 등 2명은 최근 사직서를 냈다. 공연장의 핵심 보직인 공연기획팀장은 개관 20주년 제작오페라 공연을 한 달여 앞두고 돌연 사직했다. 현재까지 이 자리는 공석이다. 대전예당에서 15년 이상 근무한 차장급 2명도 올해 6월과 이달 초 재계약이 무산됐다. 무대예술과장은 현재 공모 중이다.
지역문화예술계에서는 김 관장의 판단력 등 공연장 경영 능력과 리더십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김 관장은 “개관 20주년 제작오페라는 모두의 안전을 위한 결단이었고 창작오페라의 경우 처음 하다 보니 과정에서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지만 잘 만들어 무대에 올리겠다”며 “직원 인사문제는 대전시의 권한”이라고 말했다.
지역 문화예술계 관계자는 “대전예당 같은 지역의 대표 공연장 수장이 공연 취소 결정을 대단한 결정을 한 것처럼 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공연뿐 아니라 업무 연속성과 고용안정성 등 조직관리에서도 엉성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리더십 부족을 넘어 부재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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