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제발…안돼’…바이든 “시진핑 독재자” 발언에 블링컨 망연자실 반응 [뉴스+]

회담 끝나자마자 기자회견서 ‘솔직’ 답변
中 “극도로 잘못됐으며 무책임해” 반발
인상 구기는 블링컨 포착 동영상 ‘화제’
“미중이 다른 건 사실…계속 그럴 수밖에”

심화하는 갈등 속에 열린 미·중 정상회담은 일부나마 진전된 성과를 보이며 15일(현지시간) 별 탈 없이 마무리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두 정상이 헤어지자마자 갈등이 다시 표출되며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기자간담회에서 시진핑 주석을 재차 ‘독재자’라고 칭하면서다. 중국이 즉각 반발한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의 해당 발언 순간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 돌리는 장면이 포착돼 외신과 소셜미디어(SNS)에서 확산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CNN 캡처

15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회담 장소인 샌프란시스코 우드사이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일부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중국과 펜타닐(마약성 진통제) 협력, 군대군(軍對軍) 대화 재개, 인공지능(AI)에 대한 양국 전문가 대화 추진 등을 언급하면서 특히 군사 대화 재개에 대해 “우리는 직접적이고 열려 있으며 투명한 소통을 복원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가려다 쏟아지는 질문에 멈춰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했다. 미지막으로 CNN 기자가 ‘시 주석과 회담 이후에도 여전히 그를 독재자(dictator)로 보느냐’고 물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6월 한 모금 행사에서 시 주석을 ‘독재자’라고 칭했다가 중국 정부의 강한 항의를 받았던 것을 상기시킨 질문이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보아라. 그는 그렇다”면서 “내 말은 그는 우리와는 전적으로 다른 형태의 정부에 기초한 공산주의국가를 운영하는 사람이며 그런 측면에서 독재자라는 것”이라고 답했다.

맨 앞줄에 앉아 있던 블링컨 장관은 민감한 질문에 놀라 긴장한 모습을 보이다가 바이든 대통령이 “그렇다”고 말하자 눈을 질끈 감으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왼쪽),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AFP연합뉴스

블링컨 장관은 수개월에 걸쳐 이번 정상회담의 토대를 만든 인물이다. 미중 갈등이 한창이던 지난 6월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을 만났으며 이후에도 양국 관계 회복을 위해 지속해서 힘써 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5개월 전 블링컨 장관이 방중 후 돌아온 지 하루 만에 시 주석을 ‘독재자’라고 칭했고, 이번 정상회담이 마무리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재차 같은 발언으로 블링컨을 비롯한 미국 외교 당국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영미권 매체들은 블링컨의 극적인 표정이 담긴 영상을 보도하며 “블링컨이 무기력하게 울고 있다”, “불쌍한 블링컨이 좌불안석하고 있다”, “극도의 혐오와 분노를 표출했다”고 평했다. 보수 성향 시티즌프리프레스는 “구덩이 속으로 기어들어가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기자의 질문에 솔직한 자신의 생각을 말한 것이라 하더라도, 정상회담 성과를 퇴색시키고 양국 관계 회복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점에서 경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 이탈리아 외교관 출신 외교평론가 마르코 카르넬로스는 자신의 X(옛 트위터)에 “1년간의 외교노력을 한 마디 간단한 말로 화장실에 던져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AP연합뉴스

중국 외교당국도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마오닝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독재자’ 발언에 대해 “강력히 반대한다”면서 “극도로 잘못되고 무책임한 정치적 조작”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CBS와 인터뷰에서 본인의 ‘불편한 표정’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우리가 두 개의 매우 다른 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라며 “대통령은 항상 솔직하게 말하며 우리 모두를 대변한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어 “중국이 우리가 좋아하지 않는 것을 계속하고 말할 것이듯, 우리는 계속해서 중국이 좋아하지 않는 것을 말하고 할 것임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김희원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