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향후 연금 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50여년 뒤 한국의 공공부문 부채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2배 수준에 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급속도로 진행 중인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 변화가 정부 재정에 충격을 주는 만큼 퇴직 연령 연장 등 연금 개혁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19일 IMF 연례 협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연금 제도가 유지될 경우 2075년 한국의 공공부문 부채는 GDP 대비 200%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향후 50년 이상 연금 정책에 변화가 없고, 정부가 국민연금의 적자를 메운다고 가정했을 때의 결과다. 해럴드 핑거 IMF 미션 단장은 “(보고서에서의) 공공부문 부채는 중앙정부의 부채만을 포함한다”며 “전망에는 법제화된 연금 개혁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보험료율 9%-소득대체율 40%’ 현행 체제가 지속되면 가파른 고령화에 정부 부채가 급격히 늘어날 것이란 예측이다.
실제 한국은 2050년 노년부양비(생산인구 100명당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가 80명으로 일본을 넘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고령화된 나라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GDP 대비 연금 지출은 2009년 1.8%에서 지난해 4.0%로 높아졌고, 국민연금은 2041년 적자로 전환해 2055년 기금이 소진될 것이란 예측이다. IMF는 한국의 노인빈곤율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점도 개선돼야 할 부문이라고 덧붙였다.
IMF는 재정의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과 노후 빈곤 완화를 고려한 연금 개혁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의 상승세를 낮추기 위해 퇴직 연령의 연장, 연금의 소득대체율 하향, 연금보험료율 인상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IMF는 “각 방안이 개별적으로 실행된다면 조정 폭이 커지기 때문에 세 가지 방안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소득대체율이 낮아질 경우 급여 적정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기초연금 인상 등 제도 변화를 고려해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IMF는 국민연금과 다른 직역 연금 등과의 통합도 장기적인 방안으로 제시했다. 별도의 연금 제도 운영이 형평성에 대한 우려를 초래하고, 노동시장의 이동성을 떨어뜨려 행정적 비효율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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