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영부인 중 가장 적극 활동
노인 문제·여성 권리 등에 관심
1970년대 정신건강 입법 주도도
당시 보좌진 ‘공동 대통령’ 칭해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로잘린 여사가 19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96세.
카터 센터는 이날 성명을 통해 “정신 건강, 간병, 여성 권리의 열정적인 옹호자였던 로잘린 전 영부인이 19일 오후 2시10분 조지아주 플레인스에 있는 자택에서 별세했다”면서 “그녀는 가족 곁에서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로잘린 여사는 지난 5월 치매 진단을 받았고, 지난 17일부터 호스피스 돌봄을 시작했다. 말기 피부암으로 투병 중인 카터 전 대통령도 지난 2월부터 호스피스 돌봄을 받고 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로잘린은 내가 이룬 모든 것에서 동등한 파트너였다”며 “그녀는 내가 필요할 때 조언과 격려를 해주었다. 로잘린이 세상에 있는 한 나는 누군가 항상 나를 사랑하고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밝혔다.
로잘린 여사는 1927년 카터 전 대통령과 같은 조지아주 플레인스에서 태어났다. 로잘린 여사의 부모와 카터 전 대통령의 부모가 서로 친구 사이였고, 간호사였던 카터 전 대통령의 어머니 릴리안 카터가 로잘린 여사가 태어날 때 분만실에 있었다고 한다. 평생을 알고 지낸 두 사람은 카터 전 대통령이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로잘린 여사가 사우스웨스턴대학을 졸업한 직후인 1946년 백년가약을 맺었다. 올해가 결혼 77년째로 두 사람은 미국의 역대 대통령 부부 가운데 결혼 생활을 가장 오래 했다.
로잘린 여사는 미국의 역대 퍼스트레이디 가운데 가장 적극적인 인물로 꼽힌다. 그는 미국인의 정신 건강과 노인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졌고, 1977∼1978년 대통령 직속 정신건강위원회의 명예위원장을 맡아 정신건강체계법 입법을 주도했다. 로잘린 여사는 언론이 자신의 정신 건강 문제에 대한 노력을 보도하지 않자 기자들이 ‘섹시한 주제’에 대해서만 기사를 쓴다고 작심 비판하기도 했다. 로잘린 여사는 내각 회의에 직접 참석하고, 논란이 되는 사안에 대해 발언하는 것을 꺼리지 않았다. 대통령 특사로 남미 7개국을 순방하기도 했다. AP통신은 “카터 대통령의 보좌관들은 때때로 그녀를 사석에서 ‘공동 대통령’(co-president)이라고 불렀다”고 전했다. 로잘린 여사가 개각에서도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나는 정부를 운영하지 않는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로잘린 여사는 카터 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한 뒤에도 왕성한 활동을 계속했다. 그녀는 애틀랜타에 카터 센터를 설립해 정신 건강 문제와 관련한 연례 심포지엄 의장을 맡았고, 정신 질환자와 노숙자를 돕기 위한 기금을 모금하고 저술 활동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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