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24일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하철 시위 원천 봉쇄는 “장애인 이동권을 원천 봉쇄하는 불법적인 조치”라고 밝혔다. 전날 서울교통공사의 지하철 탑승시위 원천 봉쇄 발표에 따른 입장이다. 경찰의 퇴거 요청에 응하지 않은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체포됐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 대표는 서울교통공사의 방침이 “시민과 장애인을 구분하고 갈라치는 혐오정치의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전장연의 지하철 행동은 헌법이 부여한 권리로 장애인 시민권을 부정하는 불의한 권력에 맞서 싸우는 시민 불복종운동”이라며 “3년간의 지하철 행동은국가와 지방정부에 헌법과 교통약자법에 명시된 모두를 위한 이동의 자유를 실현하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에 대한 예산 요구”라고 주장했다.
공사는 전날 전장연 시위를 원천 봉쇄한다는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지난 21일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전장연 △역사 진입 차단 △진입 시 승강장 안전문의 개폐 중단 등 승차 제한 △모든 불법행위에 법적 조치를 골자로 하는 3단계 강경 대응책을 마련했다. 또 전장연이 지하철을 지연시킬 목적으로 승차를 시도하면 경찰과 협력해 승차를 막고, 반복된 제지에도 시위를 중단하지 않을 때는 해당 역을 무정차 통과하기로 했다.
전장연은 2024년 예산안에 장애인 이동권 예산이 보장되면 지하철 탑승 시위를 중단하겠다고 밝혀왔다. 박 대표는 이날도 “전장연 요구예산에 비해 터무니없이 삭감된 국회 각 상임위원회 예산안이라도 기획재정부와 국민의힘이 반영을 약속한다면 내달 1일로 예정된 제56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를) 유보할 것이며 약속이 실현되면 이를 멈출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경찰에 퇴거 조치에 불응한 박 대표는 퇴거불응 혐의로 연행됐다. 경찰이 혜화역 승강장에서 선전전을 하던 박 대표를 철도안전법·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현행범으로 연행하는 과정에서 박 대표는 고통을 호소해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으로 이송됐다.
전장연 측은 “경찰이 박 대표 몸을 무리하게 들어 이동시키려고 하면서 부상이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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