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앙 50㎞ 내 지진 규모 8번째 커
5시간 동안 여진 7차례나 일어나
발생 8초 뒤 전국 지진재난문자
“강한 충격에 침대 심하게 흔들려”
2016년 원인 내남단층과 다른 듯
“본·여진 형태 다양… 3일 지켜봐야”
“누군가 흔들어 깨우는 듯한 충격이 느껴져 눈을 떠 보니 침대가 심하게 흔들렸어요.”
30일 새벽 경북 경주 인근에서 발생한 규모 4.0의 지진으로 여러 시민이 새벽잠을 설쳤다. 7년 전 국내에서 역대 최대인 규모 5.8 지진이 발생했던 경주에서 또다시 일어난 지진으로 인근 지역 주민들은 불안에 떨었다. 전문가들은 향후 더 큰 규모의 지진이 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당분간 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기상청은 이날 오전 4시55분24초 경북 경주시 동남동쪽 19㎞ 지역에서 규모 4.0 지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진이 발생한 깊이는 12㎞로 여진은 이날 오전 10시 기준 7회 발생했다. 가장 강한 여진은 규모 1.5였다. 지진은 경주시 양북지진관측소에서 오전 4시55분26초 최초 관측됐다.
이번 지진은 올해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역지진으로는 규모 1위다. 진앙 50㎞ 이내에서 발생한 지진 규모 순위를 따지면 8위에 해당한다. 가장 규모가 컸던 지진은 2016년 9월12일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이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진위기경보 경계단계가 발령됨에 따라 각 부처에 철저한 대비를 긴급 지시했다.
어떤 단층이 움직여 이번 지진이 발생했는지는 아직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 류정옥 경북도 재난안전실 재난안전과 지진 주무관은 “2016년 지진이 난 곳과 약 20㎞ 떨어져 있어 거리상 가까워 보인다”면서도 “무슨 단층인지 알 수가 없는 상태로 기상청이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류 주무관은 이어 “2016년 경주 지진의 원인인 내남단층은 양산단층의 ‘가지 단층’으로 지리상 북동쪽으로 기울어져 있는데, 기울어진 각도를 보면 오늘 지진이 난 지점과 내남단층은 별개임을 알 수 있다”고 부연했다.
전문가들은 여진이 이어지고 있어 더 강한 지진이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이 크지는 않아도 주의할 필요는 있다고 조언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과거 역사 지진과 기상층 계기 관측 정보, 전문가 의견을 종합했을 때 한반도에서 규모 6.5 이상 지진이 어디서나 가능하다고 본다”며 “규모 4.0 정도 지진은 내륙 어디서나 날 수 있는, 이례적이거나 유난히 큰 지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손문 부산대 교수(구조지질학)도 “오늘 지진이 본진 같고 이보다 큰 지진이 날 확률은 아주 낮아 보인다”면서도 “전진·본진·여진 형태가 다양해 3일 정도는 주변 주민은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오전 추운 날씨 속 경주 문무대왕면 입천마을 복지회관을 찾은 한 주민은 지진 관련 방송을 보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마을 주민 이모(80)씨는 “이게 웬일인가 싶고 절단났다 싶었다”며 “놀라 죽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2016년 강진의 악몽을 겪은 포항시 북구 우현동 김모(51)씨는 “예전의 지진 악몽이 다시 떠올라 몹시 놀랐다”고 말했다.
전국에서는 새벽 시간 울린 지진재난문자에 놀랐다는 시민이 많았다. 지진 발생 8초 만에 전국에서는 휴대전화 알람이 울렸다. 전국적으로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됐다는 것은 남한 내륙에서 ‘규모 4.0 이상’ 지진이 났거나, 북한·국외 또는 남한 해상에서 규모 4.5 이상 지진이 발생했다는 뜻이다.
부산에 거주하는 조모(29)씨는 “지진재난문자 소리를 듣고 깼는데 흔들리는 느낌이 들어서 꿈인가 했다”며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곳과 멀지만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생각해 보면 위험할 수 있겠다는 불안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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