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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없는 불수능 왜?… ‘역대급’ N수생에 중고난도 문항 늘려 [수능 채점 결과 발표]

입력 : 2023-12-08 06:00:00 수정 : 2023-12-07 21: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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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원 ‘쉽지 않은 수능’에 주력
‘킬러 배제’ 기대감에 몰린 졸업생
뚜껑 열어보니 예상보다 성적 낮아
현장선 “전반적 체감 난도 상당”

‘통합 수능’ 선택과목 유불리 여전
미적분, 확률과통계보다 8점 유리

입시전략 영향

불수능에 상위권은 변별력 확보
상향·소신 지원 경향 커질 수도

교육부 “킬러문항 없다” 여진 계속
중등교사 76% “여전히 존재해”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은 국어와 수학 모두 표준점수 최고점이 148∼150점까지 치솟으며 어려운 시험으로 평가됐다. 교육계는 통상 표준점수 최고점이 얼마나 높은지로 수능 난도를 평가하는데, 표준점수 체계가 도입된 2005학년도 이후 최고점이 148점 이상이었던 시험은 손에 꼽힌다. 두 과목이 모두 어렵게 출제된 것도 드문 일이다. 여기에 절대평가인 영어 1등급 비중도 적정 수준으로 평가되는 10%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 같은 ‘불수능’이 된 데는 역대 최고였던 ‘N수생(졸업생)’ 비중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육 당국이 급증한 졸업생 비중을 고려해 상위권을 겨냥한 중고난도 문제를 늘리며 난이도를 조절했는데, 예상보다 졸업생들이 시험을 잘 못 보면서 결과적으로 표준점수 최고점이 올라갔다는 것이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실채점 결과 국어·수학 만점자가 전년도에 비해 각각 307명, 322명 줄어든 64명, 612명일 정도로 어려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왼쪽 두번째)이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를 브리핑하는 모습. 연합뉴스

◆N수생 비중 최고…난도 높여

7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수능 응시생 중 졸업생 비중은 35.3%로, 1996학년도(37.4%) 이후 28년 만에 최고치였다. 졸업생 비중은 최근 의대 선호 현상 등으로 증가 추세였지만, 올해에는 특히 교육 당국이 교육과정 밖에서 출제된 초고난도 문항인 ‘킬러문항’을 배제한다고 밝히면서 증가 폭이 더욱 컸다. 킬러문항 배제가 초고난도 문항 배제로 받아들여지면서 수능이 쉽게 나올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고, 다시 도전하는 반수생 등이 늘었다.

교육 당국은 ‘물수능’ 우려가 커진 데다 졸업생까지 늘자 상위권의 변별력을 높이는 데 주력했던 것으로 보인다. 수능 경험이 많은 졸업생은 통상 고3 재학생보다 학업 수준이 높다. 지난해 수능에서 졸업생의 국어·수학 평균 표준점수는 고3보다 12점 높았고, 1등급 비율도 재학생의 2∼3배에 달했다.

올해 9월 모의평가의 경우 국어·수학 표준점수 최고점 142·144점, 영어 1등급 4.37%로 세 과목 모두 까다로웠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평가원은 수능에서 15만명가량의 졸업생이 합류하는 점을 고려해 중고난도 문항을 늘리는 등 모의평가보다 더 난도를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교육부는 “상위권 변별이 확실하게 이뤄졌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다만 교육 당국은 이 정도로 표준점수 최고점이 올라갈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분위기다. 입시업계에서는 평가원이 수험생의 평균 학력을 실제보다 높게 잡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졸업생의 수준이 기대치보다 떨어져 표준점수가 예상보다 높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교육 당국도 예측보다 수험생의 체감 난도가 높았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았다. 오승걸 평가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졸업생 학력 수준을 예측하지 못해 불수능이 됐다’는 지적에 “공교육 내 출제 원칙을 지키면서 변별력은 확보하는 부분은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평가하지만, 지적받은 부분은 좀 더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평가원은 올해 재학생·졸업생 성적을 분석해 차기 수능의 참고 자료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선택과목 유불리 숙제는 여전

이번 수능의 또 다른 특징은 국어의 영향력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수능은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이 국어보다 11점이나 높아 수학 만점자가 국어 만점자보다 11점 유리한 구조여서 논란이 됐다. 수학을 잘 본 소위 ‘이과생’이 서울 상위권 대학의 인문계열 학과를 휩쓰는 ‘문과 침공’ 현상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올해 수능은 두 과목의 표준점수 최고점 차이가 2점으로 준 데다가 국어 최고점이 더 높아 이런 문제는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국어·수학 간 유불리 현상은 축소될 전망”이라며 “수학 점수 우위를 바탕으로 문과 침공을 염두에 두고 있던 수험생에게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선택과목 체계가 도입된 2022학년도 이후 계속 지적된 선택과목 유불리 현상은 올해에도 여전할 전망이다. 이날 진학사는 수학 미적분 표준점수 최고점(148점)이 확률과통계(140점)보다 8점 높을 것으로 추정했다. 주로 이과생이 선택하는 미적분은 확률과통계보다 늘 최고점이 높은데, 격차는 지난해(3점)보다도 훨씬 커졌다. 국어도 화법과작문(147점)보다 언어와매체(150점) 최고점이 3점 높고, 탐구영역 과목별 최고점 차이도 10∼12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교육부는 2028학년도 수능부터는 선택과목을 없앤다는 방침을 발표한 상태다. 오 원장은 “선택과목 유불리 문제를 최소화하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면밀히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수능 최저기준’ 못 미쳐… 수시 대거 탈락 가능성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예상보다 어렵게 출제되면서 입시업계에서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추지 못한 수시 탈락생이 늘어날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내년에도 어려운 수능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7일 입시업계에 따르면 수능은 정시뿐 아니라 수시에서도 주요 변수다.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수시 합격생에게 수능에서 일정 등급 이상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입시 전문가들은 올해 수능은 국어와 수학은 물론 영어까지 어렵게 나와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추지 못해 떨어지는 수험생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영어영역이 지난해보다 어렵게 출제되면서 1·2등급 인원이 1만6740명 감소했다”며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는 상위권 대학에 지원한 수험생들에게 변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매우 높은 의약학 계열의 경우 최저기준 미충족으로 정시로 이월하는 인원이 많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상위권 수험생은 상향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임 대표는 “상위권 학생들은 변별력이 크게 확보돼 하향지원보다는 상향, 소신지원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며 “특히 자연계열 학생은 내년에 의대 모집 정원 확대 이슈와 맞물려 소신지원 성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어려운 수능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킬러문항 배제 방침으로 ‘변별력 확보’가 최대 숙제가 된 만큼 교육 당국이 당분간 수능을 쉽지 않게 내는 데 공을 들일 것이란 분석이다. 임 대표는 “올해 출제 기조가 변화가 없는 상황이라면 내년에도 전 과목, 전 영역이 (올해처럼) 어렵게 출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도 “올해 어려운 수능 기조가 내년에도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수험생들은 이에 맞춰서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오른쪽)이 7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 결과 발표 브리핑을 하기 앞서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일각에서는 어려운 수능은 ‘사교육 경감’이란 정부의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교육 당국은 이번 수능은 킬러문항이 없어 과거의 불수능과는 결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고난도 문항도 공교육에서 충분히 대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심민철 교육부 인재정책관은 “앞으로도 수험생들이 공교육 범위에서 수능을 대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학생들이 지금까지 킬러문항을 풀기 위해 사교육업체에서 문제풀이 기술을 배우려고 노력했다면, 앞으로는 사고력, 추론 등 전반적인 실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학업 본연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킬러문항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이번 수능에 출제된 문항은 모두 킬러문항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수험생 사이에서는 교육부 설명을 납득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이 지난달 교사 2278명을 조사한 결과 ‘올해 수능에서 킬러문항이 없어졌는지’에 대해 응답자의 75.5%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교육 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더불어민주당 강민정·강득구 의원은 전날 수능 수학 영역 46개 문항 중 6개 문항(13%)이 킬러문항이라고 지목하기도 했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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