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크배럴 발효·숙성 샴페인 몽라셰 같은 우아한 향 도드라져/크리스탈로 유명한 루이 로드레 250년 역사 지닌 ‘샴페인 장인’/전통과 현대 양조 장점 결합한 컬렉션 시리즈 탄생
우아한 향수를 살짝 흩뿌렸나보네요. 스쳐 지나간 것뿐인데도 바람결에 묻어오는 은은한 향기라니. 과하지 않으면서도 매혹적인 향은 자꾸 뒤를 돌아보게 만듭니다. 그런 우아한 여인의 향기를 닮은 와인도 있답니다. 프랑스 부르고뉴 빌라쥐 몽라셰 샤르도네랍니다. 코에 갖다 대는 순간 은은한 화이트 페퍼와 우아한 흰 꽃향이 비강으로 마구 밀려들어와 정신을 혼미하게 만듭니다. 이런 향들은 어디에서 시작될까요. 바로 처음부터 오크통에서 발효하는 배럴퍼먼테이션 덕분입니다. 그렇다면 오크에서 발효하는 샴페인은 어떤 맛이 날까요.
◆오크 발효와 2차 병발효
샴페인 양조 방식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2차 병발효입니다. 스테인리스 탱크에서 1차 발효한 베이스 와인을 다시 병에 넣고 2차 발효합니다. 효모와 당분을 섞은 시럽같은 액체 티라지(Liqueur de Tirage)를 넣고 크라운으로 뚜껑을 닫아 놓으면 다시 발효가 시작되면서 6기압 정도의 버블이 만들어지고 알코올 도수는 추가로 1∼1.5% 정도 더 올라갑니다. 발효를 마치면 효모찌꺼기(Surlees)와 함께 그대로 병숙성이 진행됩니다. 규정상 크레망은 9개월, 샴페인은 최소 1년동안 2차 병발효를 하는데 고급 샴페인은 5∼6년 또는 10년 이상 병숙성을 합니다. 이때 효모찌꺼기가 브리오슈 같은 구수한 빵냄새를 만들어 냅니다.
대부분의 생산자들은 1차 발효때 스틸 탱크를 선호합니다. 좀 더 과일향과 산도를 깔끔하게 뽑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통을 고집하는 유서 깊은 생산자들은 오크에서 1차 발효와 숙성을 합니다. 스틸탱크 발효와 오크통 발효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처음부터 오크에서 발효하면 오크향과 과일향이 원래 한몸이었던 것처럼 융합이 잘 됩니다. 보다 자연스런 맛과 향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여기에 스파이시한 화이트 페퍼나 깨 볶는 향 같은 미묘한 복합미도 얻어집니다. 잘 만든 부르고뉴 마을단위 와인 뫼르소(Merusault)나 몽라셰(Montrache)샤르도네를 마실때 이런 향들이 많이 느껴지는데 부르고뉴는 기본적으로 배럴발효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호주 고급 샤르도네를 블라인드 테이스팅 하면 몽라셰나 뫼르소로 착각할 정도로 비슷한데 역시 배럴발효 덕분입니다. 배럴발효하는 샴페인도 마찬가지입니다. 간단히 얘기하면 버블이 들어간 뫼르소나 몽라세를 마시는 느낌을 줍니다.
◆전통과 현대의 적절한 만남
삼페인도 오래전에는 부르고뉴처럼 배럴 발효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대량생산에 적합하지 않다보니 1차 발효때 탱크를 선호하게 된 겁니다. 하지만 지금도 RM(Recoltant-Manipulant)이라 부르는 소규모 생산자들은 전통방식대로 배럴발효를 많이해 첫 모금에서 대형 생산자인 NM(Negociant-Manipulant) 샴페인과 확연히 구분됩니다. 크리스탈로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유명한 루이 로드레(Louis Roederer)는 이런 전통과 현대를 적절하게 섞어서 품질과 생산량을 모두 잡은 케이스입니다. 바로 컬렉션 시리즈입니다. 1776년 설립된 루이 로드레는 244번째 블렌딩 샴페인 루이 로드레 컬렉션 244를 최근 시장에 내놓았습니다. 한국을 찾은 티에리 왈러트(Tierry Wallaert) 제너럴 디렉터, 스테파네 리처 드 포르주(Stephane Richer de Forge) 수출 총괄 이사와 함께 컬렉션을 시음합니다. 루이 로드레 와인은 에노테카 코리아에서 수입합니다.
루이 로드레는 컬렉션 시리즈는 오크 숙성한 리저브급 베이스 와인들을 섞어 만듭니다. 컬렉션 243은 2018 빈티지(59%)를 위주로 6개 빈티지 리저브(2012∼2017) 31%, 오크 발효한 6개 빈티 리저브(2012∼2017) 10%를 섞어서 만듭니다. 젖산발효는 26%만 하고 도사주는 리터당 8g인 브뤼의 당도를 지녔습니다. 오크 발효와 젖산발효를 했지만 과하지 않아 적당한 볼륨감이 돋보입니다. 컬렉션 243은 샤르도네 42%, 피노누아 40%, 피노뮈니에 18%를 블렌딩했는데 미묘하고 우아한 오크향으로 시작해 잘 익은 사과 등 과일향과 샤르도네의 흰꽃향과 신선한 미네랄, 피노누아의 구조감, 피노뮈니에의 복합미가 더해지며 풍성한 아로마를 선사합니다. 여기에 무려 4년을 거친 병숙성은 구수한 효모향을 선사하고 미네랄과 산도가 적절하게 어우러져 좋은 밸런스를 보여줍니다. 로이 로드레 컬렉션 시리즈는 라 리비에르(La Riviere), 라 몽타뉴(La Montagne), 라 꼬뜨(La Cote) 3개 빈야드 포도를 3분의 1씩 섞어서 만듭니다.
최근 출시된 컬렉션 244는 샤르도네 41%, 피노누아 33%, 피노뮈니에 26%로 피노누아를 대폭 줄이고 그 대신 피노뮈니에를 늘린 점이 두드러집니다. 왈러트 디렉터는 피노뮈니에가 많이 들어가면 전반적으로 복합미가 좋아진다고 설명합니다. “최근 상파뉴는 피노누아의 작황이 좋지않아요. 컬렉션 시리즈를 시작한 이유이도 합니다. 루이 로드레 셀러 마스터가 피노누아를 줄이고 샤르도네와 피노뮈니에를 늘리고 있답니다. 피노뮈니에가 많이 들어가면 질감이 좋아지고 복합미가 높아집니다.” 컬렉션 244는 2019 빈티지 54%(오크발효 5%)를 기본으로 7개 빈티지 리저브(2012∼2018) 36%, 오크발효 7개 빈티지 리저브( 2012∼2018) 10%를 섞었습니다. 젖산발효는 35%, 도사주는 7g입니다.
◆일정한 품질을 유지 비결
루이 로드레는 이처럼 베이스 와인으로 많은 빈티지의 리저브를 사용합니다. 샴페인은 다른 와인과 달리 자본력이 지배합니다. 따라서 많은 리저브급 와인을 확보하면 좋은 샴페인을 만들기 유리합니다. 샴페인은 품종별, 마을별, 빈티지별로 1차 발효한 베이스 와인을 따로 보관합니다. 셀러마스터가 이 베이스 와인들의 맛을 보고 블렌딩 비율을 결정합니다. 이를 아상블라주(Assemblage)라고 하는데 블렌딩이란 뜻입니다. 여기서 샴페인 하우스의 명암 갈립니다. 어차피 샴페인은 블렌딩해서 만들기 때문에 자본력과 기술력이 좋으면 좋은 리저브 와인으로 원하는 스타일로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루이 로드레는 이처럼 최고급 샴페인 생산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리저브급 와인을 80만ℓ나 보유하고 있습니다. 일반 샴페인은 리저브급 와인 3~5개 빈티지를 고급 샴페인은 5~7개 정도 사용합니다. 리저브급 와인은 전용 셀러에서 숙성시키며 장기보관하는데 관리비용이 매우 많이 듭니다. 하지만 샴페인에 깊은 풍미와 복합미를 부여하고 매년 일관된 고품질의 샴페인을 생산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루이 로더레는 5∼15년 숙성된 리저브급 와인을 40% 넘게 사용합니다. 특히 50개의 서로 다른 포도밭 구획에서는 나온 뀌베(Cuvee)로 블렌딩해 샴페인의 복합적인 풍미가 매우 뛰어납니다. 특히 루이 로드레 컬렉션은 오크 발효·수성한 리저브 빈티지 정보를 백레이블에 담아 소비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합니다.
◆오크숙성·떼루아가 만난 빈티지 샴페인
루이 로드레 블랑 드 블랑 2015 빈티지는 오크 발효의 장점과 떼루아를 모두 담은 샴페인으로 루이 로드레의 와인의 양조 실력을 잘 보여줍니다. 샹파뉴 최고의 그랑크뤼 샤르도네 생산지가 밀집된 꼬뜨 드 블랑(Cote des Blancs) 지역에서 재배된 샤르도네만을 사용해 만듭니다. 꼬뜨 드 블랑은 대표적인 상파뉴의 쵸크 토양으로 샤르도네에 뛰어난 미네랄과 우아한 산도를 부여합니다. 감귤류의 시트러스로 시작해 모과, 복숭아, 사과향 등 잘 익은 과일향이 더해지고 가볍게 볶은 아몬드, 바닐라, 민트, 버터 등 오크 발효와 숙성에서 얻은 풍성한 향들이 어우러집니다. 특히 솔티한 미네랄이 잘 느껴지니다. 보다 과일향에 집중하기 위해 젖산발효는 하지 않고 오크 발효는 16%만 사용합니다. 특히 산소 접촉이 적은 대형 오크통 푸드르(Foudres)를 사용해 오크향이 과하지 않습니다. 잔당은 8g입니다.
루이 로드레 빈티지 로제 2016은 피노누아 62%, 샤르도네 38%로 젖산발효는 4%, 오크발효는 21%입니다. 밸런스를 위해 피노누아의 맛과 향을 추출하는 침용과정중에 샤르도네를 일부 추가하는 독특한 양조기법을 활용합니다. 2016년은 풍부하고 부드러운 질감의 피노누아와 미네랄이 좋은 샤르도네가 생산된 해로 살구, 복숭아, 사과 등의 핵과일향이 매력적입니다. 잔당은 8g입니다.
◆루이 로드레 역사
로마노프 왕가는 1613년부터 1917년까지 304년간 러시아를 통치하며 발트해와 흑해에서 태평양 연안까지 유라시아 대륙을 아우르는 대제국을 건설한 러시아의 대표적인 왕가입니다. 그중 알렉산드르 2세는 1855년부터 1881년까지 러시아 제국의 ‘대개혁기’를 이끈 황제로 유명합니다. 부친 니콜라이 1세때 러시아가 영국, 프랑스, 프로이센, 오스만투르크 연합군과 벌인 크림 전쟁(1853년∼1856년)에서 패한 뒤 황제에 오른 알렉산드르 2세는 대대적인 국가 개혁에 나서게 되지요. 특히 농노해방령을 공포해 ‘해방 황제’로 불리게 됩니다. 또 자유주의 개혁 정책을 펼쳐 재정, 고등교육, 지방자치, 사법, 군사 분야를 개혁해 러시아의 근대화를 이끕니다. 하지만 정부 주도의 개혁은 국민과 이념갈등을 불렀고 결국 1881년 3월 혁명 세력의 폭탄 테러로 사망한 비운의 황제로 남게됩니다.
알렉산드르 2세는 평소 샴페인을 즐겼는데 루이 로드레 샴페인 하우스의 와인을 가장 사랑했다고 합니다. 루이 로더레는 황제만의 존엄성을 갖춘 샴페인을 공급해 달라는 황실의 요청에 따라 1876년 특별한 샴페인을 만들게 됩니다. 병목에 황실의 문양을 새겨 넣고 투명한 크리스탈 보틀에 와인을 담았는데 이 샴페인이 바로 현재 샴페인의 최고봉으로 군림하는 크리스탈(Cristal)의 원조랍니다. 크리스탈은 100년 넘게 러시아 황실에 공급될 정도로 그 품질을 인정받았습니다.
루이 로드레는 1776년에 설립돼 250년 가까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샴페인 명가입니다. 이 샴페인이 오랜 세월동안 최고의 자리에 있게 된 배경은 바로 이윤보다 품질을 우선하는 가족 경영 덕분입니다. 루이 로드레는 대부분의 유명 샴페인 하우스가 대자본에 흡수되는 상황에서도 일관되게 가족 경영을 이어가며 품질을 최우선으로 하는 양조 철학을 고수하고 있답니다. 양조에 필요한 포도의 75∼80%를 상파뉴의 최고급 재배지인 꼬뜨 데 블랑, 몽타뉴 드 랭스, 발레 드 라 마론에 있는 자가 포도밭 214ha에서 공급하는 것도 품질 유지의 배경입니다. 자가 포도밭은 최상급 샴페인의 필수 조건입니다. 포도 재배부터 철저한 관리가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많은 샴페인 하우스들이 자가 포도밭보다 구매한 포도를 더 많이 사용한다는 점에서 루이 로더레의 자가 포도밭 비율은 이례적으로 매우 높은편입니다. 현재 와이너리는 7대손인 프레데릭 루조(Frederic Rouzaud)가 이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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