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의 3년차 아웃사이드 히터 홍동선의 팀내 별명은 ‘홍반장’이었다. 故 김주혁, 엄정화 주연의 영화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에서 홍반장(김주혁 분)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참견하는 오지랖 넓은 캐릭터다. 그런데 모르는 일도 없고, 못하는 것도 없다.
홍동선에게 ‘홍반장’이란 별명이 붙은 이유는 평소에 여기저기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수비나 공격, 리시브 훈련에 모두 끼어 참여한다. 그래서 198cm의 큰 신장에도 몸무게가 80kg에 불과할 정도로 말랐다. 최태웅 감독은 “우리 팀의 활력소 역할을 해주는 마스코트 같은 선수”라고 칭찬한 적 있다.
홍동선의 별명은 홍반장에서 ‘홍박사’로 진화했다. 최근 유튜브나 각종 SNS에서 개그맨 조주봉의 부캐인 홍박사가 “홍박사님을 아세요?”라는 노래에 맞춘 챌린지 춤이 유행했고, 현대캐피탈 팀원들은 어느새 홍동선을 홍박사로 부르기 시작했다.
‘홍박사’ 홍동선이 V리그 3년차에 드디어 주전 도약의 기회를 잡았다. 현대캐피탈에서 공수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전광인이 발목 부상으로 당분간 출장이 어렵기 때문이다. 최 감독은 리시브 안정을 위해선 187cm의 단신 아웃사이드 히터 김선호를 투입할 수 있지만, 장신에 공격력이 좋은 홍동선을 주전으로 투입하고 있다.
14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V리그 KB손해보험과의 3라운드 맞대결에선 홍동선이 ‘씬스틸러’로 등장했다. 블로킹 2개와 서브득점 4개를 합쳐 16득점을 올리며 아흐메드 이크바이리(37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득점을 올렸다.
리시브는 다소 아쉬웠다. 팀에서 가장 많은 29개의 리시브를 받았지만, 세터에게 정확히 연결한 것은 10개 불과했다. 2개는 제대로 받지 못해 상대에게 서브득점을 헌납했다. 특히 4세트에는 오버 리시브로 받으려던 공을 뒤로 빠뜨리기도 했다. 그래도 특유의 해맑은 미소로 코트를 종횡무진 뛰어다니며 분위기 메이커 역할도 톡톡히 해내며 리버스 스윕당할 뻔한 했던 현대캐피탈의 세트 스코어 3-2 승리에 일조했다.
경기 뒤 수훈 선수로 인터뷰실에 들어선 홍동선은 인터뷰 중에도 해맑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는 “오늘 초반에 공격적인 부분에서 너무 안풀려서 서브나 블로킹, 수비에서 보탬이 되려고 노력했다.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세터인 (김)명관이형이 좋은 공을 올려줘서 공격도 올라왔다”고 경기를 되돌아봤다.
전광인의 발목 부상에 따른 결장은 당분간 이어질 예정이다. 최 감독은 “(전)광인이가 대표팀에 가서 시합을 뛰느라 제대로 된 훈련을 치르지 못했다. 훈련과 재활을 병행해야 한다”고 전했다. 전광인의 부재는 홍동선에겐 큰 기회다. 홍동선 역시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홍동선은 “감독님께서 마음을 독하게 먹으라고 얘기해주신다. 저 역시 예전보다는 더 강해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현대캐피탈에는 저 이외에도 좋은 아웃사이드 히터들이 많다. 그들과 선의의 경쟁을 펼쳐서 주전 자리를 따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날 홍동선은 자신에게 하이볼이 올라오는 상황에서는 코트에 공을 꽂기보다는 상대 블로커를 이용해 쳐내기를 많이 시도하는 모습이었다. 터치아웃으로 연결된 적도 있었지만, 터무니 없이 크게 빗나가는 장면도 몇 번 나왔다. 홍동선은 “하이볼을 처리하는 결정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서 훈련을 통해 보강하려고 한다”면서 “5세트에 쥐가 났다. 나 때문에 지면 어떡하나 했는데, 팀 동료들이 잘 해줘서 이겼다”고 말했다.
유독 마른 몸 때문에 프로필 상의 198cm의 키가 더 작아보인다는 얘기에 홍동선은 “비시즌 때 감독님께서 웨이트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엄청 강화시키셨다. 체중이 좀 불었는데, 유니버시아드대회에 갔을 때 몸 상태가 너무 좋아서 무리했는지, 복근이 7cm 정도 찢어졌다. 그 이후로 스트레스를 받아서 다시 살이 빠진 것 같다. 몸이 좋을 때 잘 다친다. 프로선수로서 조심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홍동선은 2021~2022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현대캐피탈의 지명을 받았다. 그와 비슷한 또래에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는 선수들이 많다. 특히 같은 해 드래프트에서 3순위로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은 정한용은 국가대표팀에도 차출되고, 정지석이 부재한 상황에서 주전으로 출장해 자신의 잠재력을 유감없이 뽐냈다. OK금융그룹의 왼손잡이 아포짓 신호진은 빠른 2001년생이라 홍동선과 정한용보단 한 학번 위다. 신호진도 홍동선에겐 경쟁 상대다. 홍동선은 “(정)한용이나 호진이형을 보면서 욕심이 많이 생긴다”라면서 “최고의 아웃사이드 히터가 되어서 국가대표되는 게 꿈”이라고 답했다. 정한용이 국가대표로 뛰는 것을 보면서 어땠냐고 묻자 홍동선은 “유니버시아드대회에 (정)한용이랑 같이 다녀왔다. 한용이 하는 것을 보면서 많이 배운다. 서로 좋은 면은 베끼려고 하고 있다”고 답했다.
별명이 홍반장에서 홍박사로 바뀌었다고 얘기한 홍동선에게 그 이유를 묻자 “잘 모르겠다. 형들이 홍박사 챌린지 노래를 응원가로 하면 좋겠다고, 잘 어울리는 것 같다면서 홍박사로 부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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