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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2030’ 가난 모르는 세대라 했나…소득 줄고 빚 늘어 결혼 생각 못해

입력 : 2023-12-15 17:38:38 수정 : 2023-12-15 17:5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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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이하 소득 ‘나홀로 감소’
부채는 3년 만에 94%나 급증
30대도 40% 늘어 ‘팍팍한 삶’
20대 女 28%만 결혼에 긍정

청년 60%가 결혼 않고 부모와 사는 ‘캥거루족’

집값 부담·영끌 투자로 경제난 가중
미혼 10명 중 3명 “돈 없어 못해”

서울에 사는 26세 A(여)씨는 대학 졸업 후 2년이 넘도록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상태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주일에 4일 정도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친구들이 소개시켜 주는 곳에서 ‘단기 알바’를 하며 한 달에 약 160만원 정도를 번다. 하지만 이 돈은 원룸 월세와 각종 공과금, 생필품을 사기에도 빠듯한 수준이다. 대학 졸업은 했지만, 아직 사회에 정착하지 못해 1000만원이 넘는 학자금 대출도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다. A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취업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약해지고 있다”며 “결혼은커녕 연애하는 것도 사치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2030 청년들의 살림살이가 갈수록 피폐해지고 있다. 특히 20대 이하 가구주의 소득은 다른 연령대에서 모두 증가할 때 나홀로 뒷걸음질쳤다. 집값이 치솟으면서 20대 금융자산의 70%는 전월세 보증금으로 묶여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결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청년들의 비율도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다.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3’을 보면 20대 이하 청년들의 가구 소득은 2018년 3363만원에서 2021년 3114만원으로 7.4% 감소했다.

이는 같은 기간 20대 이하를 제외한 모든 연령층의 가구소득이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이 기간 연령대별 가구소득 증가율을 보면 30대 11.5%, 40대 10.8%, 50대 10.6%, 60대 이상 22.5%다. 특히 2021년 기준으로 20대 이하 가구소득은 처음으로 60대 이상의 소득(3189만원) 밑으로 떨어졌고, 40대(6773만원)와 50대(6664만원) 가구소득에는 절반에도 못 미쳤다.

 

가구소득이 줄어드는 동안 빚은 빠르게 늘었다. 20대 이하 가구 부채보유액은 2018년 2591만원 수준에서 2021년 5014만원으로 두 배(93.5%) 가까이 급증했다. 증가율만 높고 보면 30대 39.8%, 40대 22.0%, 50대 22.0%, 60대 이상 12.4% 등 다른 연령대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20대 이하 가구 부채 보유 비율도 같은 기간 50.8%에서 60.4%로 9.6%포인트 증가했다.

서울 시내 거리에 부착된 대출 관련 광고물. 연합뉴스

반면 전체 가구의 부채 보유 비율은 64.1%에서 63.3%로 소폭 줄어들었다.

 

어려운 살림살이는 집값 부담 원인이 컸다. 20대 이하는 금융자산 중 전월세 보증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8년 56.4%에서 2022년 70.1%까지 치솟았다. 반대로 이 기간 20대 이하 순자산 증가율은 16.2%로 40대(32%)의 절반에 그쳤다. 30대(27.9%)와 비교해도 낮은 증가율이다. 부채 증가의 또 다른 원인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투자 열풍에 편승했다 손실을 본 영향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청년들의 어려운 경제상황은 결혼에 대한 태도로 이어졌다. 특히 20대 여성의 경우 결혼에 대해 ‘반드시 해야 한다’거나 ‘하는 것이 좋다’고 응답한 비율은 27.5%에 불과했다. 이는 2008년 52.9%에서 14년 사이 25.4%포인트 줄어든 것이다. 30대 여성도 같은 기간 51.5%에서 31.8%로 19.7%포인트 감소했다. 남성의 경우에도 2008년 70% 안팎이던 결혼에 대한 긍정평가가 지난해에는 30대 48.7%, 20대 41.9%로 줄었다.

 

결혼하지 않는 주된 이유로는 ‘결혼자금 부족’이 모든 연령층에서 가장 많았다. 20대에서 32.7%, 30대에서 33.7%를 차지했다. ‘결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응답도 20대에서 19.3%, 30대에서 14.2%를 차지해 뒤를 이었다.

결혼하지 않은 채 부모와 사는 ‘캥거루족’도 청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지난해 19∼34세 청년의 가구 유형 가운데 부모와 동거하는 미혼 청년가구가 59.7%로 가장 많았다. 이어 청년 독거가구(25.4%), 청년 부부가구(8.1%), 청년과 자녀 가구(6.8%) 순으로 뒤를 이었다.

 

혼자 사는 청년 독거가구의 경우 40∼50%가 연립 다세대에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에 사는 청년 독거가구의 경우 오피스텔 거주 비율도 32.4%로 높은 수준이었다. 반지하·지하·옥상의 거주 비율은 수도권 거주 청년 독거가구에서 3.24%로 가장 높았다. 청년들이 꼽은 가장 필요한 주거정책은 전세자금과 주택구입자금 대출, 주거비 지원 등 금전적인 지원이 80% 이상으로 높았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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