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세계 최대 명품 의류 플랫폼 ‘파페치(Farfetch)’를 인수, 500조 명품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쿠팡의 모회사인 미국 쿠팡 Inc는 파페치홀딩스를 인수하고, 5억 달러(약 6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쿠팡이 글로벌 기업을 인수한 것은 창립 이후 처음으로 알려졌다. 쿠팡은 지난해 대만에 진출한지 1년2개월 만에 국내 ‘K-패션’ 기업들이 대거 글로벌 수출을 늘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9일(한국시간) 쿠팡 Inc는 보도자료를 내고 “최고의 온라인 럭셔리 기업인 파페치 홀딩스을 인수하기로 했다”며 “쿠팡의 탁월한 운영 시스템과 물류 혁신을 럭셔리 생태계를 이끈 파페치의 선도적인 역할과 결합해 전 세계 고객과 부티크, 브랜드에 최고의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인수계약으로 파페치가 독점 브랜드와 부티크에 맞춤형 첨단 기술을 제공하고, 세계 유수의 디자이너들이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다가서도록 5억달러(약 6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한다”고 했다. 쿠팡은 “회사는 이번 인수로 4000억달러(약 520조원) 규모의 글로벌 개인 명품 시장에서 리더로 자리매김하게 됐다”며 “1인당 개인 명품 지출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뽑히는 한국의 방대한 명품 시장에 파페치의 엄청난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고 강조했다.
김범석 쿠팡Inc 창업자 겸 CEO는 “파페치는 명품 분야의 랜드마크 기업으로 온라인 럭셔리가 명품 리테일의 미래임을 보여주는 변혁의 주체였다”며 “앞으로 파페치는 비상장사로 안정적이고 신중한 성장을 추구함과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독보적인 브랜드에 대한 고품격 경험을 제공하는데 다시 한번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명품을 구매하는 고객의 경험을 새롭게 정의하는 일에 엄청난 기회를 맞이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18년 뉴욕증시에 상장했던 파페치는 쿠팡 인수로 비상장 회사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호세 네베스(Neves) 파페치 창업자이자 CEO는 “커머스를 혁명적으로 변화 시켜온 쿠팡의 검증된 실적과 깊이 있는 경험을 바탕으로 전 세계 수백만 고객 뿐 아니라 브랜드, 부티크 파트너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파페치와 함께 전방위적인 고객 경험 혁신에 확고한 투자 의지를 보여준 존경받는 포천 200대 기업인 쿠팡과 파트너가 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쿠팡 Inc는 이날 자사 IR 사이트에 투자사 그린옥스 캐피탈과 함께 파페치의 모든 비즈니스와 자산을 인수하는 목적으로 ‘아테나’(Athena Topco)라는 합자회사를 설립하고, 아테나는 인수대금 명목으로 파페치에 대출 계약(브릿지론)을 체결하고 5억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아테나의 지분은 쿠팡Inc가 80.1%, 그린옥스 펀드가 19.9%를 소유한다. 쿠팡 Inc는 “영국법에 의거한 사전 회생절차(pre-pack administration process)를 통해 아테나는 파페치의 모든 비즈니스를 인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파페치는 지난 2007년 네베스 창업자가 영국에서 설립한 세계 최대 규모의 명품 이커머스 기업이다. 폭발적인 성장세로 미국·일본·중국·인도 등 세계 190개국에 진출하며 글로벌 명품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3대 명품인 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등 ‘에루샤’를 비롯해 글로벌 명품 브랜드 1400개를 총망라한 방대한 라인업으로 전 세계 부티크와 백화점 매장 등이 입점해 있다. 지난해 약 3조원(23억1668만달러)의 매출을 거뒀으며. 2015년 매출(1억4231만달러) 대비 7년간 16배가량 성장했다.
업계에서는 쿠팡의 파페치 인수 시너지 효과를 크게 3가지로 꼽는다. 전 세계 온라인 명품 시장의 성장 잠재력과 K수출 확대, 그리고 쿠팡 물류와의 시너지 효과다. 베인앤컴퍼니와 이탈리아 명품협회 알타가마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개인 명품 시장은 올해 약 4000억달러 수준으로 온라인 비중(침투율)은 2022년 약 20%에서 2030년 30%로 성장할 것으로 분석된다.
파페치는 국내 주요 선진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진출한 K패션 수출의 핵심 이커머스로 자리매김해왔다. 한국 대표 디자이너 우영미의 ‘우영미’(WOOYOUNGMI)와 송지오(SONGZIO), 이명신(로우클래식), 스튜디오 톰보이(신세계인터) 등 10가지 이상이다.. 2019년 파리패션위크 쇼 스케줄에 샤넬, 루이비통과 함께 이름을 올려 주목받는 김인태 디자이너의 김해김(KIMHEKIM),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딸인 이방카가 입어 화제가 된 한국 디자이너 정고운씨의 ‘고엔제이’도 입점해있다.
K팝과 K푸드에 비해 K패션은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았던 만큼, 쿠팡의 파페치 인수로 해외 수출이 크게 늘어나고 패션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금까지 트렌비나 머스트잇, 발란 등 명품 플랫폼이 있었지만 아직 글로벌화되지 못했다. 신세계백화점 K패션 수출 플랫폼 ‘케이패션82’이 생기기도 했지만 190개국에 진출한 파페치 광범위한 수출망을 보유한 유통업체가 국내엔 없었다. 쿠팡은 지난해 10월 대만에 진출, 국내 소비재 기업의 약 30% 수준인 1만2000곳의 중소기업과 동반 현지 진출한 경험이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빠른 로켓배송 물류망으로 국내 내수 소비재 기업들을 대거 대만에 진출시킨 것처럼, K패션 분야에서도 파페치를 통해 세계로 진격하는 토종 기업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아가 창립 이후 한국에 6조2000억원을 투자, 전국 30개 지역 100개 이상 물류망을 거느린 한국 쿠팡에서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파페치에 따르면 그동안 뉴욕·파리·밀라노 등 제품 브랜드가 있는 부티크 인근에선 ‘90분 배송’이나 ‘당일 배송’을 해왔지만, 한국 등 국경을 넘은 일반적인 배송은 최대 5일가량 소요됐다. 로켓배송을 성공시킨 한국의 물류망과 결합하면 고객 배송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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