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담벼락을 훼손한 이들에 대한 사회적 분노가 거세다. 현행법은 국가지정문화재를 손상시킨 자를 징역 3년 이상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고 이들은 판례에 비춰볼 때 실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일부 국민은 이에 그치지 않고 “복원 비용도 청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도 이들에게 복원 비용을 청구할 계획이다.
국토 전체가 문화재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유물·유적이 많은 이탈리아는 문화재 훼손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이탈리아 정부 역시 문화재 훼손범에게 복원비용을 벌금으로 부여하는 등 강력히 대응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이민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2일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임모(17)군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했다. 공범인 김모(16)양은 가담 정도가 경미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엔 임군과 김양의 범행을 보고 경복궁 담벼락에 스프레이를 칠한 설모(28)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도 열렸다.
설씨는 “문화재에 낙서를 하는 행위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고 범행동기를 밝혔고 임군과 김양은 SNS에서 만난 사람으로부터 “낙서를 하면 300만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문화재청은 이들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복원비용을 청구할 계획이다. 임군과 김양은 미성년자인 만큼 부모에게 비용을 대신 청구하고, 설씨에겐 직접 비용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 훼손 범죄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8월 이탈리아 피렌체의 대표적 건축물 ‘바사리 회랑’에 20대 독일인이 스프레이로 낙서를 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20대 독일인 2명은 바사리 회랑 기둥 7개에 검은색 스프레이 페인트로 ‘DKS 1860’라는 낙서를 남겼다. 훼손된 바사리 회랑은 우피치 미술관에서 베키오 다리를 거쳐 아르노강 건너 피티 궁전까지 연결하는 약 1㎞ 고가 통로로, 이 길을 따라 수백 점의 르네상스 미술품이 전시돼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들에게 복원비용을 청구했다. 아이크 슈미트 우피치 미술관장은 당시 “낙서를 지우는데 약 1만 유로(약 1400만원)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훼손범에게 변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이탈리아 정부가 훼손범이 복원비용을 지불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20대 독일인 2명은 복원비용을 벌금으로 부과받았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강인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엄격한 벌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문화재는 금줄을 치고 떠받드는 것이 아닌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며 “오히려 금줄을 치면 관심을 끌고 싶은 사람에게 표적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범행을 ‘예술’이라고 표현한 범인을 동경하는 이가 나올까 걱정된다”며 “(범인에게) 벌금을 많이 부과하고, 범인이 언론에 덜 노출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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