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서 사는 게 지겹고 일도 지겹고 해서 한달살이로 여기(제주에) 왔다가 이제는 완전히 눌러앉았다.”
서울 강북이 고향인 20대 중반 A씨는 현재 제주에 거주하고 있다. 원래는 회사원이었지만 3년전 일을 그만두고 제주에 정착했다. 여름이면 서핑샵에서 일하고 겨울이면 게스트하우스 일을 하며 생계를 꾸리고 있다. 그는 “도심과 달리 여유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연간 제주에서 한달살이를 하는 사람이 3만5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보다 오래 머무는 사람도 10만명에 육박했다. ‘욜로’(You Only Live Once·현재의 행복을 중시하는 태도) 및 도심에 지친 수도권 청년들의 영향으로 보인다.
21일 통계청 ‘통계플러스 2023년 겨울호’에 따르면 2021년 8월부터 2022년 7월까지 1년간 제주를 방문한 사람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약 18.4%인 933만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사람 10명 중 2명은 1년 동안 제주를 한 번 정도 방문한 셈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0.4%(약 3만5000명) 만이 ‘한달살이 방문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32~180일인 장기방문자는 1.0%인 약 9만9500명으로 추산됐다.
이에 따라 제주도의 월세 비율은 전국 평균을 상회했다. 분양 평가 전문회사 리얼하우스가 법원 등기정보광장의 확정일자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확정일자를 받은 임대차계약 중 제주 내 월세 비중은 77.5%에 달한다. 이는 전국 평균(54.8%)을 한참 웃도는 수치다.
한달살이 방문자의 연령대별 구성을 보면 20∼30대 39.0%, 40∼50대 32.7%, 60세 이상 28.3% 순이었다. 욜로족 및 워케이션(일·휴가 병행) 등 젊은 세대를 축으로 일 중심의 전통적인 가치관과 다른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문화가 확산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체 연령대를 대상으로 소득 수준을 비교해 봤을 때 한달살이 근로자 중 소득 3000만원 이하의 비중이 42.3%로 가장 많았으나 고소득자일수록 단기 방문에 비해 한달살이 경향이 더 컸다.
한달살이 비율은 무주택자(61.5%)가 유주택자(38.5%)보다 높았다. 또 한달살이를 할 때 가족을 동반하는 경우는 52.4%였다. 특히 한달살이를 하는 60세 이상이 가족을 동반하는 경우는 56.5%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비율이 높았다.
또한 수도권 거주자(61.1%)가 비수도권 거주자(38.9%)보다 한달살이 경향이 더 강했다.
한달살이 방문자는 시내를 벗어난 읍면 지역을 숙박지로 선호했다. 그중 가장 선호하는 곳은 이효리 이상순 부부가 살았던 애월읍이었다. 이외에 구좌, 조천, 성산, 한림 등의 순이었다. 바다를 접하거나, 올레길과 가깝거나, 오름과 숲길을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 제주 시내를 벗어나 읍∙면 지역에 머무는 것을 선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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