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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문화산업 도시로 대전환”… 미래 100년 향해 힘찬 시동 [지방기획]

입력 : 2023-12-27 22:00:00 수정 : 2023-12-27 19:5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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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市 승격 50년’ 부천시, 새 출발선에

글로벌 기업 ‘온세미’ 생산 거점으로 둥지
SK 7개사, 대장산단에 친환경 R&D 단지
과학고 설립 본격화… 인재 양성도 총력전
선순환의 지속가능 자족도시 실현 박차

웹툰융합센터, 창작 기업·예술가의 보고
미래 먹거리 IP 육성 등 문화 산업화 모색

“이미지가 경쟁력” 새 도시브랜드 선보여
영화제 등 국제 축제 세계 도약 의지 담아

경기 부천은 1970년대에만 해도 온통 복숭아나무밭이었다. 당시 과수원에서 딴 제철 농산물을 파는 가게가 인근 경인고속도로 주변에 길게 늘어섰다. 상인들은 대형 천막을 치고 지나가는 차량에 손을 반갑게 흔들며 갓 딴 싱싱한 복숭아를 팔았다. 지금도 흔히 부르는 ‘복사골’이라는 별칭도 복사꽃이 많이 피는 마을에서 나왔다.

그렇게 부천군은 1973년 7월1일 시로 승격했다. 1970∼1980년대 연평균 인구 증가율은 15%를 넘을 정도였다. 같은 시기 3%대인 서울과 다른 수도권의 5배를 웃도는 수치다. 1986년엔 계획인구보다 14만명이 초과된 50만명을 넘어섰다.

인구는 계속 늘어났고 이후 중동지구 택지개발을 거치면서 신도시를 품었다. 올해 시 승격 50년을 맞았고 이제는 미래 100년을 향한 준비로 바삐 움직이고 있다. 그동안 쌓은 토대를 기반으로 다방면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내 ‘지속가능 자족도시’를 실현하고자 한다.

온세미컨덕터코리아 부천사업장에서 실리콘카바이드 제조 라인의 준공식이 진행되고 있다. 부천시 관계자들이 새로운 도시브랜드 선포식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도 ‘주목’

27일 부천시에 따르면 시는 역동성이 더해지는 ‘첨단산업 중점도시’로의 대전환을 꾀하고 있다. 시의회와 뜻을 모아 기업 유치 촉진 조례를 제정하는 등 적극적인 행정을 펼친 점이 단단한 밑바탕으로 작용했다는 평이다.

실리콘카바이드(SiC) 전력반도체 생산 거점으로 주목받는다. 지난 10월 글로벌 2위 전력반도체 기업 온세미는 도당동 소재 온세미컨덕터코리아의 SiC 제조시설 및 연구소를 확충했다. 업계 최대 규모이자 최첨단으로 갖춰졌다. 2025년까지 약 1조4000억원을 들여 SiC 팹(Fab·반도체 생산공장)과 연구개발(R&D) 인프라를 확대하려는 온세미의 첫 결실이다.

이곳을 통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전기차 수요에 적극 대응, 전력반도체 무대에서 입지를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1000여개의 일자리 창출도 기대된다. SiC는 고전압·고전력·고온에 강하고 제품 경량화에도 탁월하다. 현대차·테슬라 같은 세계적인 전기차 제조사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 R&D 단지도 둥지를 튼다. SK그룹은 2027년까지 대장지구 내 제1도시첨단산업단지에 1조원 이상 투자해 모든 역량이 집적된 SK그린테크노캠퍼스를 구축한다. SK이노베이션, SK에너지, SK지오센트릭, SK온, SK E&S, SKC, SK머티리얼즈 등 관련 분야의 핵심 계열사 7곳이 약 13만7000㎡ 부지에 집결을 앞뒀다. 석박사급 인력 3000명이 모여 차세대 배터리·반도체 소재, 탄소 저감·포집, 신재생에너지와 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기술을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과학고교 설립에도 본격 착수했다. 관내 첨단산업 및 문화 기반을 연계해 우수 인재의 과학적인 깊이에 예술 감수성까지 끌어낸다는 전략이다. 관련 기관들과 2016년부터 과학중점학교로 운영되고 있는 부천고를 과학고로 전환하는 방안에 뜻을 모은 바 있다. 교육지원청에 이어 시의회도 동참하며 추진 동력을 더욱 키웠다.

서울·인천에 비해 열악한 경기 과학교육 인프라 개선 및 수도권 내 학업 기회 불균형을 바로잡고자 한다. 1362만명 인구의 도내에 경기북과학고가 유일하다. 이마저도 북부 권역인 의정부시에 자리한다. 이를 고려해 부천의 과학고는 광명, 시흥, 안산 등 다른 서남부권역 도시에서도 호응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부천아트센터 콘서트홀 전경.

◆문화의 산업화 꾀한다

1990년대부터 다채로운 문화예술 영역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냈고 이제 한 단계 도약을 도모 중이다. 2017년 동아시아에서 처음 유네스코(UNESCO) ‘문학 창의도시’로 선정된 바 있다. 시민을 위한 즐길거리로 머무르지 않고, 삶에 힘이 되는 든든한 버팀목으로 거듭난다.

지난 5월 개관한 부천아트센터는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된 최고 수준의 음향 시설과 성능을 갖춘 고품격 클래식 공연장이다. 건축음향 측정을 위한 만석 테스트를 앞서 진행했으며 그 결과도 최적화로 나왔다. 이중 반사판으로 각각의 장르에 맞는 울림과 예술성을 구현할 수 있다.

9월에 문을 연 웹툰융합센터는 선도기업 ㈜A2Z의 주요 계열사 레드아이스 스튜디오가 입주하는 등 창작을 업으로 삼는 전도유망한 업체와 예술가들의 보물창고가 되고 있다. 장래 먹거리이자 모든 문화 콘텐츠의 근원인 지식재산(IP)이 이곳에서 움트고 있다.

혁신적 문화 재생의 주요 사례인 부천아트벙커B39도 커뮤니티와 더불어 4월에 다시 활짝 열렸다. 과거 삼정동에 위치했던 폐기물 소각장이다. 10월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역문화매력 100선(로컬100)’에 선정되는 등 부천의 매력을 더해 줄 문화 명소로 인정받고 있다.

시는 영화·만화·비보이·애니메이션의 4대 국제문화축제를 아울러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방침이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부천국제만화축제(BICOF), 부천세계비보이대회(BBIC),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BIAF) 등을 체류형 관광과 연계해 상품화할 예정이다. 여기에 인적·물적 기반을 결합해 효과적으로 육성되도록 한다.

새 부천시 도시브랜드 이미지.

◆“브랜드가 곧 경쟁력”

시는 1990년 지자체 처음으로 도시 아이덴티티(CI) 개념을 도입했으며, 2008년에는 도시브랜드(BI) ‘판타지아 부천(Fantasia Bucheon)’을 선보였다. 오랜 기간 노출한 만큼 높은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으나 서체 부조화 및 디자인 노후화 등으로 매력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따랐다.

시는 디자인과 이미지가 경쟁력으로 평가받는 시대 흐름에 주목해 도시브랜드를 개발했다. 지난 11일에는 공식적 선포식과 함께 공간, 시설물, 홍보 매체 등 모든 영역에서 대표 상징물로 활용할 뜻을 밝힌 바 있다. 지금까지 병행 사용했던 CI와 BI를 하나로 합친 게 특징이다. 둘로 나뉘어 있던 것을 통합·현대화했다.

시민 1만5300명이 참여해 새 얼굴을 결정했다. 한글·영문 결합형 이미지로 만들어졌다. 부천의 한글 초성 ‘ㅂ’과 영문 첫 알파벳 ‘b’를 같이 표현했다. 특히 영문은 30여년 전부터 영화제를 비롯해 다양한 국제 축제를 펼치고 있는 부천의 세계 무대 도약 의지를 담고 있다.

또한 기존에는 찾아보기 힘든 입체형 이미지를 과감하게 도입해 참신한 시도를 이어 갔다. 문화·산업·경제·사람 등 지역이 지닌 다채로운 모습과 가치를 다각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나타냈다. 보라색과 청록색은 각각 창의성·예술성, 살기 좋은 도시로서의 생명력·평화를 의미한다.

 

◆조용익 부천시장 “수준 높은 정주 환경 조성… 정착하고 싶은 곳 만들 것”

 

“첨단산업·문화예술·브랜드 가치는 부천이 나아갈 미래의 돌파구입니다.”

 

조용익(사진) 경기 부천시장은 27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속가능 자족도시’를 향한 포부를 밝혔다. 50년 전 시로 승격될 당시 6만5000여명이던 인구는 2013년 86만명을 넘어섰다. 현재는 약 78만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조 시장은 “원도심과 전통제조업 산업단지가 쇠퇴하면서 사람들이 인근 인천이나 김포로 옮겨 갔고, 기업마저도 다른 수도권으로 빠져나간 탓”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10년 사이 10만명가량 몸집이 줄어든 부천은 시민들이 지금 공간에서 희망을 찾고, 삶을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도시경쟁력 높이기에 주력 중이다.

 

온세미·SK그린테크노캠퍼스를 중심으로 관련 유망 기업을 끌어모으고 있다. 이에 필요한 인재도 적극 유치할 계획이다. 조 시장은 “양질의 일자리 및 수준 높은 정주 환경을 조성해 가족과 함께 정착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겠다”며 “과학고교 설립도 서두르는 등 안팎의 우수 인력들이 부천에서 꿈을 키우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화예술로 일상이 더욱 윤택해질 수 있게 다양한 발전안을 강구한다. 문화의 산업화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이끈다는 구상이다. 얼마 전 선포한 신규 도시브랜드에 대해 조 시장은 “단순한 기호와 디자인을 넘어 도시의 이미지와 경쟁력을 압축적으로 표현하는 핵심 가치”라며 “‘부천’의 향후 100년을 담아낼 새로운 상징이 필요했다”고 추진 배경을 소개했다.

 

올해 대표적 성과로는 경기도 시군 종합평가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1그룹 가운데 역대 최고 성적인 우수상의 영예를 꼽았다. 또 원미·소사·오정 3개 구와 37개 일반동 행정체제 개편도 들었다. 시는 2019년 전국 처음 운영한 광역동을 내년 1월부터 폐지하고 다시 3개 일반구로 전환한다.

 

조 시장은 “과학이라는 화두가 시정의 중심이 될 2024년에 명실상부한 첨단과학 중점도시로의 발돋움을 본격적으로 준비할 것”이라며 “아울러 정체하지 않고 한 걸음 더 성장하기 위한 중장기 로드맵과 우리 구성원들이 당장 체감할 수 있는 민생 정책을 빈틈없이 챙기겠다”고 다짐했다.


부천=강승훈 기자 shk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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