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하던 여성 3명이 숨진 세종시 목욕탕 감전사고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26일 사고 원인으로 지목되는 온수탕 내 전기시설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경찰은 이날 한국전기안전공사,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의 2차 합동감식을 진행해 배전반 등 전기공급시설을 추가로 조사했다.
경찰은 온탕 안으로 전기가 흘러 들어간 것으로 보고 누전 온수탕 기포발생기 등 탕 내에 있는 전기시설과 한증막으로 연결되는 배전반을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온수탕 기포발생기 누전 여부와 함께 배전반을 해체해 접지(전선 연결)가 잘못됐는지, 누전이 될 수 있는 상황인지 봤다”고 설명했다. 경찰 등은 접지 문제는 아닌 것으로 파악했다.
경찰은 사고 당일인 지난 24일 진행한 1차 합동 감식에선 전선 끊어짐 흔적 등을 발견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가 난 건물은 1984년 12월에 지어져 40년 가까이 된 노후화된 건물이다.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로 지상 1층은 카운터와 남탕, 2∼3층은 모텔로 사용됐다. 지하 1층은 여탕(173㎡)과 보일러실(99㎡)로 썼다.
건물 준공 이후 한동안 지하 1층을 다방으로 썼다가 목욕탕으로 변경했다는 주민들의 말도 나왔다. 주민 김모(72·죽림리)씨는 “건물을 짓고 지하 1층을 다방으로 운영했다가 여탕으로 바꾼 지 30여년 됐다”고 말했다. 세종시 건축과 담당자는 “당시에는 근린생활시설 1종이 용도변경을 해도 건축법상 변경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됐고, 건축물대장을 보면 지하 1층이 여탕으로 신고돼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노후된 목욕탕인 만큼 접지 문제가 아닌 누전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이송규 한국안전문가협회장은 “목욕탕이 굉장히 오래됐고 온탕 내의 기포발생기면 고무캡으로 싸여진 전선이 노후화돼 벗겨졌거나 부식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망자에 대한 국과수 부검 결과와 1·2차 합동 점검 결과를 종합해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4일 오전 5시37분쯤 이 건물 지하 1층 여탕 내 온탕에 있던 70대 입욕객 3명이 감전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모두 숨졌다. 당시 여자목욕탕에는 온탕 내에 3명, 탕 밖에 1명, 탈의실 2명 등 모두 6명이 있었다. 탕 밖에 있던 이용객은 피해가 없었고 온탕 안에 있던 여성 3명만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 데에 따라 경찰은 온탕 안에 전기가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6월 이 목욕탕에 대한 전기안전공사 안전 점검 때는 별다른 문제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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