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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금융권 ‘PF발 위기’ 확산 外 [한강로 경제브리핑]

입력 : 2023-12-28 07:00:00 수정 : 2023-12-27 20:2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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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경기 악화와 원가 상승으로 인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성 문제가 건설사와 금융권을 직격하고 있다. 중견급 종합건설업체 태영건설이 올해를 넘기지 못하고 워크아웃(기업 구조개선작업)을 신청할 것이라는 예상이 현실화 수순을 밟고 있다. 태영건설에 이어 다른 건설사들로 위기가 번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가운데 정부와 한국은행은 ‘부동산 PF 위기’ 대응에 나섰다. 아울러 지난해 소상공인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10%가량 늘어난 3100만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완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평균 부채도 1년 전보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소비 심리가 5개월 만에 반등했다. 내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진 것이 주요 요인이다. 기대인플레이션도 1년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26일 한 신축아파트 공사현장의 모습. 뉴스1

◆건설사·금융권 ‘PF발 위기’ 확산

 

27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 이른바 ‘F(Finance)4’ 회의 멤버들은 전날 오후 서울 시내에서 회의를 열고 태영건설 워크아웃 가능성 및 그에 따르는 부동산 PF 현안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F4’ 회의는 일요일에 열리는데 이번에는 크리스마스 휴일로 인해 하루 연기됐다.

 

‘F4’ 논의에 건설사 자금 조달 관련 안건이 올라간 건 그만큼 현재 건설사 유동성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데시앙’이라는 아파트 브랜드로 유명한 태영건설은 올해 기준 시공능력평가 순위 16위의 중견급 종합건설업체로, 지난해부터 건설원가 상승과 부동산 경기 불황으로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태영건설이 보증한 PF 대출 잔액은 9월 말 기준 4조4100억원이며 민자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을 위한 PF 대출 보증액을 제외한 순수 부동산 개발 PF 잔액은 3조2000억원에 이른다.

 

금융권에서는 태영건설이 이 중 이번 주말 돌아오는 차입금 만기를 해결할 수 있을지를 주목하고 있다. 태영건설은 28일 400억원대 서울 시내 한 공사현장 PF 대출 만기가 돌아오는 것을 시작으로 내년 초까지 PF 대출 만기를 줄줄이 맞이한다. 이 때문에 태영건설이 이르면 28일이나 29일경 워크아웃을 신청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태영건설은 이미 법무법인 등을 통해 워크아웃 절차나 자격 등을 확인하는 등 준비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태영건설은 보유 중인 화력발전소 포천파워 지분을 420억원에 매각하기로 했고, 경기 부천시 군부대 이전 사업장의 공동 경영 시공사도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로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27일 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이 위치한 태영빌딩 로비의 모습. 연합뉴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할 경우 국회 통과로 재시행되는 기업구조조정 촉진법(기촉법)의 첫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태영건설은 이날 공시를 통해 “현재 경영 정상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워크아웃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13일 “워크아웃설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던 것과는 달라진 분위기다.

 

건설사 금융 위기가 태영건설에만 국한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한국기업평가(한기평)는 태영건설의 채권 신용등급을 ‘A-(긍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한 단계 낮추었다. 아울러 한기평은 최근 GS건설, 동부건설, 신세계건설 등의 신용등급도 하향 조정했다. 한기평은 “올해 초 시장 유동성 공급과 정부지원책 등으로 다소 완화되었던 PF 우발채무 리스크가 올해 하반기로 넘어오면서 금리가 재차 상승하는 등 위기가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건설사 금융위기가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자금을 공급한 금융권으로의 위기 전이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사업성이 낮거나, 아직 본 착공에 들어가지 않은 ‘브리지론’ 비중이 많은 제2금융권에서 위험성이 증대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134조3000억원, 연체율은 2.42%로 6월 말 대비 1조2000억원, 연체율은 0.24% 상승했다. 이 중 증권, 저축은행, 여신전문,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46조8000억원이다.

서울의 한 식당에서 직원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작년 소상공인 평균 영업이익 3100만원

 

이날 통계청과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22년 소상공인실태조사 결과(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사업체당 매출액은 2억3400만원으로 4.0%(900만원) 늘었다. 영업이익도 3100만원으로 10.1% 증가했다. 사업체당 영업이익은 예술·스포츠·여가업(138.6%), 숙박·음식점업(41.5%) 등에서 크게 늘었다. 대표적인 대면 업종에서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많이 늘어난 것이다.

 

부채를 가진 사업체의 비율은 59.3%로 1년 전보다 0.04%포인트 높아졌다. 10곳 중 6곳은 부채를 보유한 셈이다. 사업체당 부채액은 1억8500만원으로 6.1%(1100만원) 늘었다.

 

경영애로(복수 응답)를 묻는 질문에는 경쟁 심화(46.6%), 원재료비(39.6%), 상권쇠퇴(37.7%) 순으로 많았다. 숙박·음식점업의 경우 원재료비를 꼽는 응답이 60.2%로 가장 많았다. 고물가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소상공인 사업체에 종사하는 사람은 714만3000명으로 전년보다 0.9%(6만1000명) 감소했다. 2021년 7만명(1.0%) 줄어든 데 이어 2년째 줄었다. 사업체 수가 늘었지만 무인화·자동화 등의 영향으로 종사자 수는 감소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종별로 보면 종사자 수는 도소매업(-2.9%), 제조업(-1.3%) 등에서 줄었다. 소상공인 사업체 수는 412만5000개로 0.2%(7000개) 늘었다.

지난 26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의 모습. 뉴시스

◆美금리 인하 기대에 소비심리 반등

 

한편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12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월 대비 2.3포인트 상승한 99.5로 조사됐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소비자동향지수(CSI) 중 6개 주요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심리 지표다.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20년 장기 평균치를 기준값(100)으로 이를 상회하면 장기 평균보다 낙관적임을, 이보다 작으면 비관적임을 뜻한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 8월(103.1)부터 줄곧 하락 행진을 해 오다 5개월 만에 오름세를 기록했다. 한은은 물가 상승 폭 둔화, 미국 연준의 긴축 종료 기대, 수출 경기 호전 등에 힘입어 소비자심리지수가 상승한 것으로 분석했다.

 

6개월 뒤 금리 전망인 금리수준전망CSI는 전월 대비 12포인트 급락한 107로 집계됐다. 금리 인상기가 끝날 것이라는 기대로 지난 6월(105)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2월(-19포인트)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63아트 센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1년 뒤 집값 예상인 주택가격전망CSI는 9포인트 급락해 93을 기록했다. 주택가격전망CSI가 100 미만을 기록한 것은 지난 5월 이후 7개월 만이다. 대출 규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고금리 지속으로 집값 상승 폭이 둔화하고 거래량이 부진한 영향을 받았다.

 

12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전월보다 0.2%포인트 하락한 3.2%로 지난해 4월(3.1%)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소비자의 향후 1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을 나타내는 지표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해 7월 4.7%까지 치솟았다 점차 하락해 올해 7월 3.3%, 10월 3.4% 등으로 횡보해 왔다.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는 주요 품목으로는 최근 인상 기조를 보이는 공공요금(65.2%)이 가장 많이 지목됐다. 이어 농·축·수산물(43.5%), 석유류제품(25.3%) 등 순이었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여전히 농산물과 가공식품, 외식서비스 등 물가가 높은 수준이고, 공공요금 인상도 잠재 변수”라며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채명준 기자 MIJustic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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