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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공포는 반응이고 용기는 결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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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12-28 23:22:05 수정 : 2023-12-28 23: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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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해전은 이순신 장군이 함선 13척으로 일본 함선 133여척을 거의 전멸에 가깝게 격퇴시킨 신화이다. 동아시아를 넘어 세계 해전사에 유례가 없는 대첩으로 평가받는다. 만약 전투에서 패했다면 조선은 명운을 달리했을지도 모른다. 앞선 칠천량해전의 충격적인 패배로 당시 조선 조정에는 당장에라도 왜선 수백척이 들이닥치리란 공포가 팽배해 있었다. 이순신이 거느린 수군들 역시 두려움에 짓눌렸다. 누가 보더라도 중과부적의 상황이었으니 그럴 법했다.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의 장남인 이회가 이런 두려움을 이겨 낼 방도가 있는지를 아버지에게 묻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자 이순신은 “두려움을 용기로 바꿔야만 한다”고 했다. 쉽지 않았다. 진도 울돌목의 지형과 조류를 이용한 전략에다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卽生 必生卽死) 각오가 비장했지만 막상 전투가 벌어지자 부하들은 멀찌감치 뒤에서 지켜보기만 했다. 이순신이 탄 대장선이 고군분투하는 모습에 자극받은 부하 장수들이 뒤늦게 두려움을 떨치고 뛰어들기까지. 그들이 어떻게 의심하고 갈등하며 하나가 됐는지는 익히 알려진 대로다.

“공포는 반응이고 용기는 결심이다.” 영국 총리를 지낸 윈스턴 처칠이 2차 세계대전 때 영국인들의 항전의지를 다지게 했던 말로 유명하다. 공포에는 한계가 없다. 생각하면 할수록 더욱 공포의 늪에 빠져든다. 전쟁에서 승리하자면 두려움도 나의 감정의 일부, 낙관도 나의 감정의 일부라고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일깨운 것이다. 작은 두려움을 이기면 더 큰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 우리가 종종 “두려우면 지는 거야”라며 용기를 소환하는 이유다.

반응과 결심, 둘은 독립적이다. 반응과 결심을 별생각 없이 동일시하면 자신이 느낀 부정적 감정과 평소의 가치관 중 어느 하나를 완전히 포기하거나 과장하는 오류가 벌어지기 십상이다. 반대로 반응과 결심을 명확히 구분 짓는 사람들은 난관을 극복하고 역사를 바꿔 왔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최근 비대위원장 수락 연설문에 이 말을 빌려 왔다. 불리한 전세를 극복하고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공포와 용기를 이용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궁금하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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