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자는 단독 등반 지양해야”
십수 년째 등산을 즐겨 온 서모(57)씨는 얼마 전 북한산을 갔다가 깜짝 놀랐다. 평소 다니던 코스였지만 등산객만 수백 명에 달했다. 등산 코스 중에 있는 암벽 등반도에도 수십 명이 몰렸다. 서씨는 “등산을 오래 해 왔는데 코로나19 발생 이후 등산객이 쭉 많다고 느낀다”며 “암벽 등반은 경사가 가파른 데다 등산객 모두가 숙련자도 아닐 텐데 추락 사고라도 날까 봐 불안했다”고 말했다.
1일 소방청에 따르면 산행 중 발생한 사고 대부분을 차지하는 산악사고는 최근 수년째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 소방공무원이 산악사고로 구조출동한 건수는 1만1436건이었다. 이 수치는 2020년 2000건 정도가 늘었고 2021년, 2022년에는 1만4000건을 돌파하는 등 매해 증가세를 보였다.
산악사고의 세부 유형을 살펴보면 개인질환이나 낙석·낙빙 등보다 실족 및 추락, 일반조난 사고에서 증가 경향이 뚜렷했다. 2019년 2417건이던 실족·추락은 2022년 3814건으로 1000건 이상 늘었다. 2023년에는 11월까지 집계된 실족·추락 사고만 3864건으로 최근 5년 사이 최다였다. 고립되거나 길을 잃은 조난사고도 2019년 2784건에서 2022년 3696건으로 뛰었다.
소방청 관계자는 “산악사고 중 가장 많은 조난이나 실족은 과실과 부주의로 인한 사고가 더 많다”며 “2019년까지 변동 폭이 크지 않다가 2020년 이후로 산악사고가 늘었는데 코로나19 확산으로 등산 같은 실외 활동이 늘어난 영향으로 추측한다”고 설명했다.
새해 첫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일출을 보거나 한 해를 뜻깊게 시작하고 싶은 마음에 등산을 나선 이들이 많았다. 이날 아침 등산을 나섰던 직장인 이모(30)씨는 “코로나19 때부터 등산을 다니기 시작해 꾸준히 다닌다”며 “얼마 전에는 설산도 갔는데 바닥이 미끄럽긴 했지만 재밌었다”고 말했다.
국립공원공단은 등산객이 늘면서 인원이 몰리는 주요 지점에서 주말을 중심으로 안전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등산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야 해 개인 의지가 중요하다.
이송규 한국안전전문가협회장은 “등산객들이 자신의 몸 상태와 실력을 잘 알고 산행에 나서야 한다”며 “날이 차면 혈관이 수축돼서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높아지고 길도 얼어 있을 수 있어 특히 최근에 등산에 재미를 붙인, 1년에 한두 번 가는 등산객은 준비에 더 신경을 써야 하고 실족 시 고립되지 않게 단독 산행은 지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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