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료인 딸기·설탕값 등 급등 여파
롯데 12월 13.5만원…전년比 29.2%↑
“식사류도 제공…오히려 ‘가성비’코스”
“지금은 자리가 만석이라 입장이 어렵습니다. 딸기디저트는 온라인으로 미리 예약 주셔야 하는데, 주말까지는 이미 예약 다 끝났습니다”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그랜드워커힐 서울 내 카페 더파빌리온. 평일임에도 연말연시를 즐기러 온 이들로 호텔 로비부터 북적였다. 특히 카페 입구 쪽은 딸기 테마 포토존을 배경으로 인증 사진을 찍기 위한 대기 줄까지 이어졌다. “언제 입장이 가능한가” “딸기 메뉴 주문할 수 있나” 등의 고객들 물음에 직원들도 진땀을 뺐다. 고가의 딸기 디저트 가격에도 소비자들은 “1년에 한 번쯤은 괜찮은 이벤트인 것 같다”며 기꺼이 지갑을 여는 모습이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딸기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서울 주요 호텔들의 딸기뷔페 등 딸기 메뉴 가격도 전년 대비 크게 인상된 가격으로 지난달부터 판매 중이다. 딸기 출하물량이 감소했을 뿐만 아니라 디저트 핵심 재료인 설탕과 밀가루값 급등, 높아진 인건비와 지난 시즌 대비 업그레이드된 메뉴·서비스 등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게 호텔들 설명이다.
주요 호텔 중 가장 높은 인상률을 보인 딸기뷔페는 롯데호텔 월드다. 매년 더라운지앤바에서 선보이고 있는 ‘스트로베리 월드’ 가격은 성인 1인 기준 9만8000원으로, 지난해 6만5000원에서 약 50.7% 올랐다. 디저트 카페 브랜드 ‘노티드(Knotted)’와 협업한 딸기 브런치 뷔페는 10만8000원에 예약을 받고 있다.
가장 가격이 높은 호텔은 롯데호텔 서울 페닌슐라 라운지&바로, 올 1~4월 기준 성인 1인 입장료가 11만5000원이다. 전년 시즌 8만9000원보다 29.2% 올랐다.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은 스페셜 가격으로 성인 1인당 13만5000원의 입장료를 받아 2인 기준 27만원의 금액을 내야 했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딸기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인상이 영향을 미쳤고, 안심스테이크의 경우 직접 썰어주는 카빙 서비스가 추가되는 등 서비스가 업그레이드됐다”고 설명했다.
반얀트리 클럽앤스파 서울 그라넘 다이닝 라운지의 딸기 뷔페 ‘베리 베리 베리’는 성인 1인 가격이 2022년보다 15.8% 오른 9만5000원이다. 서울드래곤시티 노보텔 스위트 ‘더26’에서 운영하는 ‘딸기 디저트 스튜디오’는 성인 1인 가격이 8만원에서 9만원으로 12.5% 인상됐다.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이 선보이는 ‘살롱 드 딸기’의 성인 기준 가격은 주중 10%, 주말 13% 오른 각 7만7000원, 8만7000원으로 책정됐다.
딸기를 주재료로 하는 디저트 메뉴도 오름세를 보였다. 딸기뷔페의 원조로 불리는 그랜드워커힐은 2020년부터 딸기 주요 메뉴에 집중하며 딸기 디저트 세트를 판매 중인데, 2인 주말 기준 95000원에서 10만5000원으로 10.5% 인상됐다.
주요 호텔들이 딸기 뷔페 행사 가격을 연이어 올린 데에는 원재료인 딸기 가격 급등의 영향이 가장 컸다. 지난 여름 폭우와 폭염이 반복되면서 정식 시기가 늦어져 출하 물량이 전년 대비 감소했다. 실제 딸기는 소비자 가격이 지난해보다 20% 이상 올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딸기(2㎏·상품) 도매가격은 3만8950원이었다. 1년 전 3만4336원 대비 13.4%, 평년 가격 3만2203원보다 21.0% 상승했다.
이같이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가격에도 연말연시 이벤트를 준비하는 이들과 겨울철 딸기를 마음껏 즐기기 위한 이들이 모이며 딸기 뷔페 예약은 빠르게 마감되는 상황이다. 실제 이날 열린 반얀트리 딸기뷔페 2월 예약은 몇 분 만에 마감됐다. 예약 페이지를 살펴보면 2월 모두 ‘마감’으로 예약을 막아두었다. 서울드래곤시티의 딸기 뷔페 예약도 3월 중순까지 이미 완료된 상태다. 온라인상에는 주요 호텔들의 딸기 뷔페 예약 성공 후기나 예약 팁과 관련된 글들도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매년 인상된 가격에도 몇 초 만에 예약이 끝나는 등 인기가 계속되고 있다”며 “딸기 뷔페 같은 경우는 딸기뿐 아니라 갈비나 전복 등 식사류도 제공되기 때문에 급등된 딸기값을 고려하면 비싸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가성비’ 기념일 코스로 불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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