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형만한 아우 없다고 했던가, ‘쿠바산 폭격기’ 맞대결에서 형 레오가 동생 요스바니를 이겼다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2024-01-02 21:48:13 수정 : 2024-01-02 21:48:1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남자 프로배구 삼성화재와 OK금융그룹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외국인 선수의 국적이 같다는 점이다. 외국인 선수들인 요스바니 에르난데스(등록명 요스바니)와 레오나르도 레이바(등록명 레오)는 모두 쿠바 국적이다. 두 선수는 1991년생, 1990년생으로 나이도 엇비슷하다.

 

V리그에 먼저 얼굴을 비춘 것은 레오다. 2012~20213시즌 삼성화재에 입단한 레오는 입단 당시만 해도 206cm의 큰 신장에도 불구하고 80kg도 나가지 않는 체중의 깡마른 몸이었지만, 신치용 당시 삼성화재 감독의 조련 아래 체중을 불린 뒤 V리그 역사상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군림했다. 삼성화재에서 뛴 세 시즌 동안 정규리그 MVP는 모두 레오의 차지였다. 2012~2013, 2013~2014 챔프전 MVP 역시 레오의 몫이었다.(개인적으로 V리그 역사상 최고의 외국인 선수는 삼성화재 시절 레오라고 생각한다)

 

2014~2015시즌을 마지막으로 V리그를 떠나 튀르키예와 레바논, 중국리그를 거친 레오는 2021~2022시즌 다시 V리그로 돌아왔다. 20대 초반의 가공할 만한 타점은 다소 떨어졌지만, 30대에 이른 현재는 노련미는 더 올라간 모습이다. 예전엔 무조건 높이 뛰어올라 상대 코트를 폭격했다면 이제는 상대 수비 움직임을 보고 연타로 빈 공간에 툭 때려내는 모습도 보여준다.

 

요스바니는 2018~2019시즌 OK금융그룹에서 처음 V리그에 입성한 뒤 현대캐피탈(2019~2020시즌), 대한항공(2020~2021시즌)을 거쳐 올 시즌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었다. 레오가 현재보단 과거 삼성화재 때의 위력이 더 강했던 반면 요스바니는 반대다. 과거 세 개팀에서 뛸 때보다 현재 삼성화재에서의 모습이 가장 강력하다. 트라이아웃 전체 1순위로 합류한 요스바니의 맹활약 덕에 지난 시즌 최하위에 머물렀던 삼성화재는 선두 싸움을 하고 있다. 아이변이 없는 한 여섯 시즌 만의 봄배구는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V리그에서 다양한 커리어를 쌓은 쿠바 국적의 두 외국인 선수가 2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4라운드 맞대결에서 만나 ‘진검승부’를 펼쳤다.

 

형만한 아우는 없다고 했던가. 올 시즌만 놓고보면 요스바니의 활약이 더 돋보이고 있지만, 이날만큼은 레오가 요스바니를 압도하며 OK금융그룹의 세트 스코어 3-1(25-27 25-16 25-00 25-00) 승리를 이끌었다.

 

1세트에 먼저 기세를 올린 것은 요스바니였다. 요스바니와 레오의 ‘투맨쇼’로 접전 양상으로 치러진 1세트는 듀스에 돌입했다. 이를 끝낸 것은 요스바니의 서브였다. 26-25에서 서브에 나선 요스바니의 서브가 레오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삼성화재는 비디오 판독을 해봤지만, 코트 안쪽에 명백히 들어온 서브득점이었다. 1세트만 놓고 보면 서브득점 2개 포함 13점(공격 성공률 73.33%)을 올린 요스바니가 83.33%의 공격 성공률로 11점을 몰아친 레오를 앞섰다.

 

2세트부터 레오의 반격이 시작됐다. 요스바니의 공격이 주춤한 사이 레오가 산전수전 다 겪은 배구도사의 면모를 보여줬다. 때로는 타점 높은 고공 강타로 삼성화재 코트를 폭격하기도 하고, 토스가 다소 붙거나 좋지 않게 올라와도 문제없었다. 특유의 타점으로 코트 빈 구석을 공략하거나 상대 블로킹을 이용해 포인트를 올렸다. 레오의 2세트 공격 성공률은 100%. 8개의 공격을 모두 성공시키면서 OK금융그룹이 2세트는 25-16으로 쉽게 잡아냈다.

 

3세트는 레오가 서브로 경기 양상을 단숨에 뒤바꿨다. 세트 초반 열세 분위기로 가던 상황. 6-8에서 백어택으로 서브권을 가져온 레오는 3연속 서브득점을 통해 순식간에 10-8로 경기를 뒤집었다. 레오는 3세트에도 서브득점 3개와 블로킹 1개 포함 12점을 몰아쳤고, 3세트 역시 OK금융그룹이 25-14로 쉽게 잡아냈다.

 

2,3세트를 큰 점수차로 패한 삼성화재도 이대로 물러나진 않았다. 요스바니가 다시 힘을 냈다. 세트 후반까지 접전 양상으로 치러지던 상황. 23-20에서 요스바니의 강서브를 신호진이 받아내봤지만, OK금융그룹 선수들이 아무도 없는 곳으로 흘러갔다. 24-20 세트 포인트를 잡아낸 삼성화재는 24-21에서 요스바니의 백어택이 코트에 꽂히며 기어코 승부를 5세트로 끌고 갔다.

 

올 시즌 5세트 5전 5승의 삼성화재와 5세트 3승1패의 OK금융그룹. 승자는 OK금융그룹이었다. 5세트는 그야말로 레오와 요스바니의 쇼다운으로 펼쳐졌다. 두 선수 모두 팀 공격의 40% 이상을 책임져 체력 소모가 심했을 법 했지만, 타오른 공격력은 식을 줄 몰랐다.

 

승자는 ‘형’ 레오였다. 강타와 연타를 적절히 섞은 레오의 공격 앞에 삼성화재의 5세트 무패 행진이 올 시즌 처음으로 끊겼다. 7-6에서 레오는 백어택을 성공시킨 반면 8-6에서 요스바니는 하이볼 오픈이 바야르샤이한(몽골)에게 막히면서 승기를 OK금융그룹이 확실히 잡았다. 9-7에선 요스바니의 공격을 레오가 직접 가로막아내기도 했다. 삼성화재도 끈질긴 추격을 벌이며 요스바니의 백어택과 김준우의 블로킹으로 14-13 역전에 성공하며 먼저 매치포인트에 돌입했다.

 

결국 듀스까지 간 이날 승부는 레오가 직접 끝냈다. 퀵오픈으로 17-16 매치포인트를 만든 레오는 이어진 상황에서 수비로 걷어올려진 하이볼을 상대 어택라인 앞쪽에 떨어지는 미친 듯한 크로스 앵글샷을 성공시키며 길었던 승부를 마무리했다.

 

이날 레오의 최종 기록은 서브득점 4개, 블로킹 2개 포함 47점. 공격성공률은 무려 70.69%에 달했고, 공격득점 41개 중 19개가 백어택일정도로 전위와 후위를 가리지 않았다. 특히 하이볼로 연결된 후위 공격 상황에서 상대 블로커 세 명이 모두 가운데를 틀어막고 있는 상황에서도 여유있게 손목으로 상대 빈 코트를 노려 툭 돌려치는 등 노련미가 돋보였다. 5세트 6-5에서 하이볼로 연결된 후위 공격 상황에서 상대 블로커 세 명이 달라붙자 페인트로 상대 블로커와 수비를 모두 꽁꽁 얼린 장면은 이날 경기의 백미였다. 과거 고공 강타 일변도의 레오도 강력했지만, 강타와 연타를 섞어 완급조절하는 레오 역시도 최고 수준의 V리그 외국인 선수임을 입증했다.

 

요스바니도 이날 서브득점 4개 포함 38점(공격 성공률 55.74%)으로 맹활약했지만, 팀 패배와 레오의 한 수 위 활약에 빛이 바랬다.

 

이날 승리로 2연승을 달리며 승점 2를 챙긴 OK금융그룹은 승점 27이 됐고, 시즌 성적도 10승10패로 5할 승률에 복귀했다. 선두 우리카드(승점 42, 14승5패) 추격이 간절했던 삼성화재는 승점 1만 챙겨 승점 38(14승6패)이 됐다. 선두 우리카드와의 격차가 다소 벌어질 수 있는 상황에다 3위 대한항공(승점 35, 11승9패)의 추격도 걱정해야 되는 처지가 됐다.


안산=남정훈 기자 ch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권은비 '매력적인 손인사'
  • 권은비 '매력적인 손인사'
  • 강한나 '사랑스러운 미소'
  • 김성령 '오늘도 예쁨'
  • 이유영 '우아한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