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병원 “환자가 원해”…부산소방 “병원 측 요청”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산에서 흉기 피습 직후 이송된 부산대병원에서 수술이 가능한 상황이었음에도 헬기로 서울대병원을 간 데 대해 의료계 일각에서 특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표가 평소 지역의료 활성화를 위해 공공의대 신설과 지역의사제 법제화를 주장해 논란이 가중됐는데, 부산소방과 부산대병원 측은 “문제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3일 의료계에 따르면 일각에서는 다양한 수술케이스를 보유하고 있는 전국 최고 수준의 부산대병원 외상센터에서 수술이 가능함에도 이 대표가 헬기를 이용한 것이 특혜라고 지적하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을 지낸 여한솔 강원도 속초의료원 응급의학과장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재명 당대표 피습은 아쉽게 생각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도 “의문점이 있다. 근본적인 특혜의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부산대병원에서 치료가 가능하나 환자의 사정으로 (서울대병원으로) 전원했다고 한다”며 “이 과정에서 구급 헬기가 이용됐다. 일반인도 이렇게 ‘서울대병원 가자’ 하면 119에서 헬기 태워 주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존 병원에서) 수용이 가능함에도 환자 사정으로 전원을 원해 119 헬기가 이용된 데 아무런 문제가 없나. 일반 시민도 앞으로 이렇게 119 헬기를 이용할 수 있는 건가”라며 “심근경색으로 당장 시술받지 않으면 죽을 수 있었던 환자가 119 헬기 이송 요청했더니 ‘의료진 안 타면 이송 불가하다’던 119도 뭐라고 답변을 해보시라”고 따져물었다.
여 과장은 “본인이 다치면 ‘서울대 가자’는 분이 ‘지방 의료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며 “‘돈 없는 일반 서민들이나 지방에 찌그러져서 치료받아라’ 하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나”라고 지적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 역시 “소방헬기를 한번 띄우는 데 2000만원 정도가 소모된다. 이는 전부 국민 혈세”라면서 “이 대표가 헬기를 타고 서울대병원으로 옮긴 것은 특혜이고 권력의 남용이라고 본다”고 뉴스1에 전했다.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이경원 교수도 입장문을 내고 “이런 식으로 한다면 어느 국민이 지역 병원, 그것도 지역거점국립대학교병원을 믿고 국가 외상응급의료체계를 신뢰하겠나. 국가적으로 혈세를 쏟아부어 가까스로 쌓아올린 외상응급의료체계를 스스로 부정하며 허물어 버린 것”이라며 “지역의대, 공공의대 신설과 지역의사제를 주장하는 이중적인 정치권 행태에 가슴을 치게 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나 부산대병원 측은 헬기이송 적격여부 등을 의료적으로 판단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병원에서 헬기를 부른 것도 아니고 환자 상태를 보고 헬기이송 적격 여부 등을 의료적으로 판단했을 뿐”이라고 뉴스1에 밝혔다. 이어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최종 의료기관이라 여기서 헬기를 타고 다른 병원으로 이동하는 경우는 처음”이라며 “치료나 조치가 안 되면 병원이 주도해 타 의료기관을 알아보고 이송 수단을 고민해 결정했겠지만 이번 경우는 환자 측이 다른 병원에서 수술받길 원한다고 전원을 요청한 특이 케이스”라고 덧붙였다.
이에 부산소방은 병원 측의 헬기 이송 요청에 따라 소방청과 협의, 법적 검토 후 헬기를 운행했다고 반박했다. 소방청은 서울대병원의 요청을 접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 관계자는 “소방은 헬기 이송 요청을 받고 협의 후 요건에 해당된다고 파악해 헬기를 띄웠다”며 “일반적으로 개인이 요청한다고 헬기를 동원하진 않는다. 의료진들이 전원 결정을 했다는 건 의료적으로 필요했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대표는 전날 오전 10시29분쯤 가덕도 신공항 부지가 보이는 부산 강서구 대항전망대 시찰을 마치고 차량으로 걸어가던 중 피의자 김모(67)씨에게 급습당했다. 이후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서 응급처치를 받은 뒤 서울대병원으로 후송돼 2시간가량 수술을 받은 후 현재 중환자실에서 회복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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