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하량 적다” 밭떼기 손배 소송에… 농부 잇단 승소

밭떼기 계약 분쟁 계속
“표준계약서 쓰고 꼼꼼히 살펴야”

밭떼기 계약을 둘러싼 분쟁으로 계약금을 비롯한 금전을 물어줘야 할 상황에 부닥친 농부들이 법원 판결로 구제되고 있다. 전문가는 표준계약서를 반드시 작성해 향후 있을 수 있는 분쟁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연합뉴스

◆‘출하량 기대’ 이하에…손해배상 청구

9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전주지법 민사부(재판장 고연금)는 농산물 도매업자 A씨가 농민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A씨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유지했다.

B씨는 2020년 7월 농산물 도매업자 A씨와 계약을 맺고 자신의 비닐하우스에서 재배 중이던 수박을 이른바 밭떼기(포전매매)로 넘겼다. A씨는 계약대로 매매대금 8500만원을 지급했으나 출하량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계약서에 기록된 대로 토지 면적이 5000평이라면 통상 1만2800개의 수박이 출하돼야 하는데 8300개에 불과했다”며 “하우스 면적을 측량해 보니 실제 면적은 3500평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부족한 1500평에 해당하는 금액 2500만원을 손해배상금으로 청구했다.

반면 B씨를 대리한 공단은 “밭떼기 계약은 수량을 지정한 매매가 아니며 계약 후 출하시기 조정 실패와 시세 하락 등의 위험부담은 도매업자인 A씨가 져야 한다”고 맞섰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과 마찬가지로 농민 B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토지의 면적과 그 위에 설치된 하우스의 면적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며 “항공사진에 의하면 이 사건의 전체 토지면적은 5300평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B씨의 소송을 대리한 공단 소속 박왕규 변호사는 “포전매매를 할 때는 상인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시세 하락 등 상인이 져야 할 위험부담을 농민에게 전가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므로 신중하게 계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표준계약서 쓰고 꼼꼼히 살펴야”

밭떼기 계약을 둘러싼 분쟁은 이뿐만이 아니다. 경북에서 배추 농사 4000평을 짓는 C씨는 지난해 3월 농업회사법인과 2800만원에 밭떼기 계약을 맺었다. C씨는 계약·중도금 명목으로 1400만원을 지급받았다.

하지만 출하 시기에 이르자 농업회사법인은 “배춧값이 폭락해 출하할 수 없다”며 “배추에 대한 권리를 포기할 테니 알아서 처리하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편으로 농업회사법인은 계약상의 권리를 포기했음에도 불구하고 C씨가 계약을 이행하지 않아 계약 해지한 것처럼 속여 농산물 유통업자인 D씨에게 채권을 넘겼다.

결국 유통업자 D씨는 C씨를 상대로 이미 지급된 1400만원을 갚으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피소된 농민은 C씨를 포함해 모두 20명에 달했고, 소송금은 5억여원에 이르렀다.

대구지법 봉화군법원은 농산물 유통업자 D씨가 농민 C씨를 상대로 제기한 양수금 소송을 기각했다. 이 판결 이후 유통업자 D씨는 나머지 농민 19명에 대해서도 모두 소를 취하했다.

소송을 대리한 공단 소속 위광복 변호사는 “포전매매 계약을 할 때는 지자체 등이 제공하는 표준계약서를 이용하고 계약조건을 꼼꼼하게 살펴보아야 향후 분쟁에 대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천=배소영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