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채권단 반색… 워크아웃 ‘청신호’
태영건설 추가 유동성 확보 위해
채권단에 계열사 지분 담보 제공
“시장 신뢰회복 첫 출발점 될 것”
금융당국, 연대보증 만기유예 검토
채권단 규모 방대… 변수로 떠올라
산은, 10일 태영 주요 채권자 회의
태영그룹 사주 일가가 태영건설 자구 노력과 관련, 유동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그룹 지주사인 TY홀딩스와 SBS의 지분을 담보로 내놓겠다고 밝혔다. 채권단과 금융당국이 요구해 온 사주 일가의 진정성 의지에 대한 응답이다. 당국과 주요채권단에서는 ‘태영이 할 만큼 했다’는 반응이 읽힌다. 일단 워크아웃(기업구조 개선작업)으로 가는 ‘청신호’가 켜진 셈이지만, 태영건설 채권단 규모가 방대한 것이 변수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은 9일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부족할 경우엔 지주회사인 TY홀딩스와 SBS 주식도 담보로 해서 태영건설을 꼭 살려내겠다”며 “채권단의 지원만 바라지 않고, 저희가 해야 할 자구 노력을 더욱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태영그룹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의 태영건설 납입, 블루원 담보제공 및 매각, 에코비트 매각, 그리고 평택싸이로 담보제공 등을 자구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여기에 추가로 그룹 지주사인 TY홀딩스와 핵심계열사인 SBS의 사주 지분을 담보로 내놓을 수 있다는 의사를 보인 것이다.
최금락 TY홀딩스 부회장은 이어 가진 회견에서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확정(경영정상화 계획 확정 기준)되는 4월까지는 유동성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본다”며 “그때까지 여러 사정으로 유동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TY홀딩스와 SBS 지분을 담보로 내놓겠다”고 말했다.
다만 SBS 지분 매각은 방송법상 대기업 지분 제한과 방송통신위원회의 최대주주 변경승인 등의 제약이 있어 어렵다고 설명했다.
태영그룹 사주 일가의 TY홀딩스·SBS 지분 매각 또는 담보 문제는 그동안 태영건설 워크아웃 시행 여부를 결정지을 변수로 평가됐다. 사주 일가의 ‘진정성’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태영그룹 사주 일가가 유동성 문제 미해결이라는 전제조건을 달긴 했지만 TY홀딩스와 SBS 지분 담보를 약속한 것은 이러한 압박을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윤 창업회장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중 정리할 곳은 과감히 정리하고, 건실한 사업장들은 살려서 사업을 잘 마무리하겠다”며 “반드시 태영건설을 정상화해서 채권단과 협력업체, 수분양자 등 모든 분께 피해를 최소화하고, 국가 경제에도 충격을 주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상식에 기초하면 (태영이) 다 내놓은 것”이라면서 “이 정도면 채권단들 요구의 일차적 충족이 됐다고 봐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측도 태영그룹 발표 후 보도자료를 통해 “채권단은 태영그룹이 발표한 추가 자구계획과 계열주(사주)의 책임이행 의지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태영건설의 추가 유동성 확보를 위해 계열주가 보유한 TY홀딩스 지분과 SBS 지분을 채권단에 전부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계열주와 태영그룹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첫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금융당국은 워크아웃이 개시될 경우 태영그룹 전반의 유동성을 고려한 지원을 위해 금융권과 조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태영그룹의 추가 자구안 발표 전 은행연합회에서 7개 금융지주(KB, 신한, 하나, 우리, 농협, 한투, 메리츠) 회장, 산업은행 회장, 기업은행장과 함께 ‘신년 금융 현안 간담회’를 연 자리에서 “채권단도 채무자 측의 회사를 살리려는 의지가 확인될 경우 기업개선을 위해 불가피하다면 채무자의 직간접 채무 또는 이해관계자에 대한 지원 등도 폭넓게 고려하는 것이 워크아웃의 본래 취지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이 원장은 “워크아웃의 기본 취지에 따른 채권단의 의사결정에 대해서는 감독당국도 비조치의견서 발급 등을 통해 해당 담당자에 대해 사후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TY홀딩스가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으로 갚아야 하는 연대보증 채무와 관련, 만기 유예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TY홀딩스는 부채총액이 1300억원을 넘으면 에코비트 지분 전량을 글로벌 사모펀드 KKR에 넘겨야 하는 계약을 한 상태라는 점을 채권단에 설명해왔다. 태영그룹과 사모펀드 KKR은 에코비트 공동 매각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가능성이 커진 것은 분명하지만 난관은 있다. 다른 워크아웃 사안 때와 달리 태영건설은 은행권의 채권 보유 비중이 작다. 약 33% 수준으로 워크아웃 실시 기준인 채권단 동의 75% 이상을 얻으려면 중소형 금융사는 물론, 태영건설 채권을 보유한 일반 기업이나 투자자들의 동의까지 폭넓게 얻어내야 한다. 워크아웃의 근거가 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2016년 개정을 거치면서 적용대상이 ‘금융기관’에서 ‘모든 금융 채권자’로 확대됐다. 산은은 10일 오전 5대 은행 및 기업은행 등 태영건설의 주요 채권자를 대상으로 회의를 연다. 이 자리에는 태영그룹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영건설 채권단은 11일 채권단협의회를 열고 태영건설 워크아웃 돌입 여부를 결정한다.
워크아웃이 실시된다고 하더라도 시행과정에서 태영그룹과 채권단 간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산은 측은 보도자료에서 “태영그룹 측이 약속한 자구계획 중에 단 하나라도 지켜지지 않는다면 워크아웃 절차는 중단될 수 있다”며 “또 실사 과정에서 대규모 추가 부실이 발견될 경우에도 워크아웃 절차가 중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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