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도 전북지역 곳곳에서 어려운 이웃을 위해 온정을 나누는 이들이 잇따르고 있다.
9일 전북 고창군에 따르면 최근 흥덕면 우체국 우체통에는 흥덕면장을 수신자로 적힌 편지봉투 하나와 1만원이 들어 있었다.
우체국에서 연락받은 흥덕면사무소 직원이 우체국으로 달려가 확인해 보니 봉투 안에는 ‘면민을 위해 노력하시는 면장님께 고맙다는 말씀을 올립니다. 갑진년 청룡의 해, 올 한해도 건강과 행운이 가득하길 기도드립니다’는 편지와 함께 5만원권 현금 300만원이 들어있었다.
이 돈을 누가 보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발신자는 적혀있지 않았지만, 흥덕면사무소에서는 수년 전부터 성금을 기부하는 ‘익명의 천사’로 추정한다. 익명의 기부자는 매년 흥덕면 우체통을 통해 ‘어렵고 힘든 면민에게 작은 마음을 전한다’며 100만∼300여만원을 기부해왔다.
흥덕면사무소는 앞서 지난해에도 이 우체통에서 250만원을 발견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한 적이 있다.
또 다른 익명의 독지가도 흥덕면사무소를 찾아 “적은 금액이지만 어려운 이웃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며 성금 100만원이 든 봉투를 남기고 홀연히 발길을 돌렸다.
이충호 흥덕면장은 “따뜻한 마음이 어려운 이웃을 돕고 모두가 행복한 지역 공동체를 만드는 데 밑거름이 되고 있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앞서 인근 대산면에도 지난달 14일 익명의 기부자가 방문해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활용해 달라”며 성금 100만원을 전달했다. 기부자는 “신분을 밝히고 싶지 않다. 다만, 지역사회 발전과 어려운 이웃을 위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정병진 대산면장은 “기부자의 뜻에 따라 지역사회 발전과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금을 소중하게 사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이런 ‘얼굴 없는 천사’는 최근 완주군 소양면 행정복지센터에도 다녀갔다.
소양면 행정복지센터에 따르면 지난 4일 이름을 밝히지 않은 기부자가 여러 동전을 모은 비닐봉지를 민원대에 올려놓고 홀연히 사라졌다.
기부자는 업무가 시작되기 전인 오전 8시40분쯤 민원실을 찾아 동전이 가득 담긴 흰 비닐봉지 4개를 놓고 자리를 떴다. 안에는 10~500원짜리 동전들이 종류별로 모아져 있었으며, 별도의 메모나 편지는 없었다. 동전을 세어보니 총 7만4230원이었다.
민원실 직원은 “적어도 60대 이상으로 보이는 남성이었다”며 “동전을 가져다 둔 의도를 알지 못해 기다리다가 기부의 뜻으로 판단하고 이를 공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홍성삼 소양면장은 “경제난으로 모두가 힘든 시기에 정성껏 동전을 모아 기부해 준 데 깊이 감사드린다”며 “성금은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위해 소중히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전북지역 익명의 기부는 전주시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가 불을 지폈다. 2000년 4월 그의 자녀로 보이는 한 초등학생을 통해 58만4000원이 든 돼지저금통을 전달하면서 시작한 이후 매년 성탄절 전후만 되면 이곳에 수천만원의 성금을 기부해 세밑 한파를 녹이고 있다.
그는 지난달 27일에도 노송동주민센터에 총 8006만3980원이 든 A4 용지 박스 하나를 몰래 전달하고 사라졌다. 그는 편지로 ‘올 한 해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불우한 이웃을 도와주세요. 감사합니다’라는 뜻을 전했다.
그는 이런 방식으로 2000년부터 올해까지 24년째 남몰래 기부를 지속해 왔다. 성금을 모두 합하면 총 9억6479만7670원이나 된다.
천사가 베푼 온정으로 생활이 어려운 지역 주민들이 현금, 연탄, 쌀 등을 도움받고 지역 인재들은 장학금과 대학 등록금을 지원받아 학업을 잇고 있다.
노송동 주민센터는 매월 4일을 ‘얼굴 없는 천사의 날’로 정해 노인들을 대상으로 중식 제공, 이·미용 봉사, 문화누리카드 장터 등을 열러 나눔 정신을 기리고 있다. HD현대는 올해 처음 제정한 ‘HD현대아너상’ 대상과 1% 나눔상 수상자로 이 천사를 선정하고 시상금 2억원을 전주시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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