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를 훔치려다 실패하자 가정집 주택에 불을 지른 10대 남성이 30분간 방화 현장을 지켜본 뒤 떠나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고스란히 담겼다. 경찰은 방화 혐의 등을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12일 충남 서천경찰서 등에 따르면 현주건조물방화·절도 등 혐의로 고등학교 중퇴생인 A(16)군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군은 지난 10일 오전 3시31분쯤 서천군 화양면 금당리 한 주택 마당에 있던 오토바이에 불을 지르고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이 불로 오토바이와 주택 두 동 중 한 동이 전소되고, 나머지 동 일부가 탔다.
주택 안에는 치매를 앓는 94살 노모와 희귀병으로 투병 중인 64살 아들이 있었는데, 불길이 치솟자 놀란 이웃 주민이 주택 안으로 들어가 두 사람을 가까스로 구해내 다치지는 않았다. 다만 모자는 한순간에 삶의 터전을 잃게 됐다.
당시 상황이 담긴 CCTV를 보면 A군은 모자가 사는 집 마당에 세워져 있는 오토바이를 몰래 타려다 시동이 걸리지 않자 이를 가져다 놓은 뒤 인화 물질을 뿌리고 불을 붙였다. A군은 주택 맞은편에 서서 오토바이에 붙은 불이 주택으로 번질 때까지 30분 넘게 그대로 지켜봤다.
전문가는 A군이 집이 불에 타는 모습을 지켜본 게 ‘단순 호기심’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이날 YTN 더뉴스에서 “불을 지른 것보다 더 위험한 건 이를 관찰했다는 것”이라며 “혹시라도 사람이 불에 타서 고통받는 것을 보고자 한 게 방화 동기라면 굉장히 위험한 범죄”라고 했다. 이어 “만약에 불을 지르고 그냥 도망갔다면 단순 호기심이 맞을 수 있지만, 이건 불이 나는 걸 보고 그 과정을 다 봤다”며 “집 안에 사람이 있는 것을 알고 사람이 죽을 것을 알면서도 지켜보고 있었다는 건 방화 살인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경찰 조사 결과 A군은 이전에도 피해 가정집에 있던 오토바이를 훔쳐 무면허 상태로 타고 돌아다니다가 다시 제자리에 가져다 놓는 절도 행각을 몇 차례 반복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 오토바이는 열쇠가 꼽힌 상태로 주차돼 범행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와 A군은 일면식이 없는 사이로 A군은 경찰에 본인이 저지른 범행을 모두 인정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불을 지른 이유를 묻자 “불장난을 하고 싶었다”며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은 16살로 촉법소년이 아니어서 처벌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A군 방화로 보금자리를 잃은 모자는 현재 마을회관에서 임시 거주하고 있다. 집 수리에 큰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되자 화양면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대한적십자사 지원, 재능기부 및 후원자 발굴 등을 통해 조속히 피해를 복구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지역 주민 역시 복구 비용 마련을 위해 모금 운동을 벌이는 등 십시일반 도움의 손길을 보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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