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1월27일부터 시범사업 시작
“서울시내 버스·지하철 무제한 이용”
요금 월 6만원대… 광역버스는 제외
인천·김포시 이어 타지역 확대 방침
더경기패스, ‘K-패스’ 맞춰 5월 도입
“도민이라면 전국 어디에서든 할인”
月21회 이상 교통수단 이용시 환급
“K-패스에 옵션 조금 추가” 등 지적
전문가 “기존 환승할인제보다 불편
서울·경기·인천 통합하는 정책 시급”
제한적 온실가스 저감 효과도 우려
“‘기후동행카드’는 ‘수도권 통합환승제’ 이후 또 한 번 서울시가 대한민국 교통을 혁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오세훈 서울시장) vs “기후동행카드보다 월등한 ‘더(THE)경기패스’를 시행할 예정입니다.”(김동연 경기도지사)
2024년은 ‘수도권 교통 대전(大戰)’의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 수도와 최다 인구의 광역자치단체를 각각 이끌고 있는 오 시장과 김 지사는 여야 차기 대권 잠룡으로 꼽히는 인물들이다. 지난해 기후동행카드와 더경기패스를 잇달아 꺼내 놓은 이들이 이미 수차례 신경전을 벌인 만큼, 두 정책이 본격 시행되는 올해는 한층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부동산과 함께 수도권 주민들의 최대 관심사인 교통 문제에서 누가 ‘주도권’을 쥘지 주목된다.
◆기후위기까지 고려… ‘서울 밖 제외’ 한계
21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오는 27일부터 기후동행카드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23일부터 모바일·실물 카드를 판매한다. 월 6만5000원권을 구매할 경우 서울 시내 지하철과 버스는 물론 서울 공공자전거 ‘따릉이’까지 횟수에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정책이다. 버스, 지하철만 이용하려면 6만2000원권을 선택하면 된다. 매월 권종을 바꿔서 구매할 수 있다.
시범사업 기간에는 이용 범위가 ‘서울 안’으로 제한된다. 지하철은 △1호선 온수/금천구청∼도봉산 △3호선 지축∼오금 △4호선 남태령∼당고개 △5호선 방화∼강일/마천 △7호선 온수∼장암 △경의중앙선 수색∼양원/서울역 △공항철도 김포공항∼서울역 △경춘선 청량리/광운대∼신내 △수인분당선 청량리∼복정 △2호선·6호선·8호선 전 구간에서 이용 가능하다. 요금체계가 다른 신분당선은 서울 안이라도 이용할 수 없다. 버스는 경기 등 타 시·도 면허버스와 요금체계가 상이한 광역버스를 제외한 모든 서울시 면허 시내·마을버스에서 사용할 수 있다.
서울시는 수도권 다른 지역으로 서비스를 지속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오 시장과 같은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이 이끄는 인천시와 경기 김포시가 기후동행카드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시는 시범사업 기간부터 인천·김포에서도 서비스가 이뤄지도록 세부 사항을 논의 중이다. 이르면 4월부터 인천·김포 광역버스, 지하철 ‘김포골드라인’(김포도시철도) 등이 포함된다.
기후동행카드에는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로 자가용 사용량을 줄여 탄소 배출을 줄인다는 구상이 담겨 있다. 오 시장은 “단순 교통비 절감을 넘어 기후위기라는 시대적 과제에 대응하고, 수도권 시민 모두에게 교통 편익을 제공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제도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정식 운영은 올해 7월부터 시작한다.
◆전 도민·교통수단 포함… ‘K-패스’ 확장판?
서울시가 선제적으로 수도권 대중교통 체계의 기존 ‘판’을 흔들 수 있는 정책을 발표하자 경기도는 즉각 대응했다. 김 지사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기후동행카드 관련 질문을 받고는 더경기패스 도입 계획을 처음으로 밝혔다. 그는 “기후동행카드는 광역버스나 신분당선이 제외되지만, 더경기패스는 다 포함된다”고 역설했다.
경기도에 따르면 더경기패스는 경기도민이라면 누구나, 전국 어디에서 무슨 교통수단을 이용하더라도 일정한 횟수를 넘길 경우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월 21회 이상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전체 이용 금액의 일반은 20%, 청년(만 19∼39세)은 30%, 저소득층은 53%를 환급해 주는 정책으로 올해 5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는 국토교통부가 기존 ‘알뜰교통카드’를 개편해 오는 5월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K-패스’에서 이용 횟수 한도를 없애고 청년 나이 기준을 확대한 것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K-패스에 옵션을 조금 추가한 것”, “기후동행카드 때문에 급조한 것 아니냐”(정의당 심상정 의원)는 등의 비판이 제기됐다. 김 지사는 “급조한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시민 혼란 우려돼… ‘수도권 통합’이 관건
서울 내에서만 매달 41번 이상 지하철이나 버스 등을 이용한다면 기후동행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이득이지만, 광역버스나 신분당선을 이용해 서울과 경기를 넘나들며 통근·통학하는 시민이라면 각자의 대중교통 이용 방식에 따라 유리한 정책이 달라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서울·경기·인천을 아우르는 통합 교통정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그 피해가 시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년 가까이 이뤄져 온 수도권 통합요금제의 핵심은 카드를 태그하기만 하면 요금을 중복 지불할 필요가 없다는 편리성에 있다”며 “제도를 선택하기 전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 자체가 기존 통합환승할인제도에 비해 편리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동익 한국교통연구원 미래전망·모빌리티분석팀장은 “기후동행카드가 어느 노선에서 유효한지 미리 확인해야 한다는 점은 이용자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일”이라며 “지금까지 공개된 체계대로라면 시민, 특히 경기도민들에게 큰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많이 쓰이는 대중교통 앱(애플리케이션)에도 이런 정보가 업데이트돼야 해 민간 영역과도 협의를 거쳐야 한다”며 “서비스 시행 전까지 이런 부분이 해결돼야 한다”고 했다.
두 카드 모두 자가용 이용 감소와 온실가스 저감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송상석 녹색교통운동 정책위원장은 “요금 환급 방식이든 정액제로 요금 부담을 낮추는 방식이든 대중교통 이용객에 대한 참신한 지원 정책이 출시된다는 점은 고무적이지만, 실질적인 탄소중립 효과를 거두려면 적극적인 승용차 통행 억제 정책과 ‘투 트랙’으로 가야 한다”며 “등급별 차량 운행 제한 대상을 확대하거나 혼잡통행료 징수 제도를 개선하는 등의 방식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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