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퇴진 요구 보도 확인 후 일축
서둘러 해법 못 찾으면 여권 공멸
‘김건희 리스크’ 대응을 놓고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간 난기류가 계속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어제 오전 예정됐던 다섯 번째 민생토론회에 30여분 전 불참을 결정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감기 기운 탓”이라고 했지만, 한 위원장과의 정면충돌 여파로 보인다. 한 위원장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를 거절한 사실을 밝히며 “제 임기는 총선 이후까지”라고 못박았다. 그제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이 한 위원장을 만나 사퇴 요구를 전달했다는 보도를 확인하며 사퇴 요구를 재차 일축한 것이다. 비대위 출범 한 달 만에 여권 전체가 김 여사 문제로 삐걱대는 모습은 볼썽사납고 마뜩지 않다.
대통령실과 여당의 갈등은 80일도 남지 않은 총선에 대형 악재로 여겨진다. 서둘러 갈등을 진화하지 않으면 여권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 대통령실은 한 위원장이 지난 17일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김경율 비대위원의 마포을 출마 입장을 밝힌 것을 문제 삼는다. 시스템 공천을 강조해 온 한 위원장이 사천 논란을 빚은 점은 경솔했던 측면이 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당의 공천에 관여할 자격이 없다. 실상은 김 비대위원이 연일 김 여사를 공격한 게 대통령실의 반발을 불렀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결국 핵심 뇌관은 ‘명품 백’ 문제다. 총선 승리에 자신의 정치적 명운을 건 만큼 국민 여론이 무엇보다 중요한 한 위원장과 부인 문제만큼은 물러설 수 없다는 윤 대통령의 입장이 충돌로 이어졌다. 그러나 대통령실이 밝힌 대로 비대위원장 거취는 용산이 관여할 일도 아니다. 한 위원장이 입장을 굽히지 않는 한 사퇴를 강제할 마땅한 방법도 없다. 만약 한 위원장이 물러나면 윤 대통령 취임 후 2년도 안 돼 이준석, 김기현 전 대표에 이어 세 번째로 여당 대표가 사퇴하는 사태가 생긴다. 이럴 경우 수직적 당정관계만 재확인해 준다는 점에서 대통령실도 큰 상처를 입는다.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결혼 전 일인 데다 검찰 수사까지 거친 사안이지만, 명품백 사건은 국가 최고 권력자 부인의 도덕성을 만천하에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는 국민 눈높이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국민의 60% 이상이 의혹을 해소하고 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최근 한 달간 한 위원장의 여론 지지도는 급등했으나 윤 대통령은 답보상태인 점을 용산은 직시해야 한다. 윤 대통령 부부는 결자해지의 자세로 명품백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 약속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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