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의 올 4월 시행을 앞두고 1기 신도시 등 노후 택지지구를 품은 도시들의 선도지구 지정 경쟁에 불이 붙었다. 이 법안은 지은 지 20년 넘은 100만㎡ 이상 지구에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와 용도지역 변경, 용적률 상향 등의 혜택을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재건축 시행의 장벽을 크게 낮춰 삶의 질 향상과 집값 상승의 기회를 열어준 셈이다.
6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관련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되는 지역은 수원시 영통, 성남시 분당, 고양시 일산·화정·능곡, 안양시 평촌·포일, 군포시 산본, 부천시 중동·상동, 광명시 철산·하안, 의정부시 금오 등 13곳 6548만㎡에 달한다. 가구 수만 45만호가 넘는다.
국토교통부가 올 5월 선도지구 지정 기준을 발표하면 사업은 궤도에 오르게 된다. 먼저 사업을 진행해 6년 뒤 입주가 가능한 선도지구 단지들은 공모를 받아 연말까지 선정된다. 특히 1기 신도시 등 노후 주택단지들이 집중된 경기도의 기본계획 승인권자는 도지사다. 김동연 지사는 취임 이후 노후도시 재생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주민들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1기 신도시 주민들의 경우 ‘재건축 1호’에 이름을 올려 주택 가치 상승을 노린다. 단지마다 ‘주민 동의율’ 확보를 위한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분당의 경우 정자동 한솔 1∼3단지 등이 1기 신도시 가운데 처음으로 통합 재건축 주민 동의율 80%대를 확보했다. 일산에선 후곡마을과 강촌마을 등에서 주민설명회가 열리는 등 움직임이 빨라졌다. 며칠 만에 동의율을 10% 이상 끌어올리며 선도지구 지정 조건인 주민 참여도를 가시화한 곳도 나왔다.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사격도 거세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최근 주민설명회를 열어 “분당신도시 정비를 서두를 것”이라고 밝혔다. 최대호 안양시장도 연초부터 “더 스마트하고 편리한 도시를 만들 것”이라며 도시 재생에 힘을 보태고 있다.
김 지사는 전날 준공 30년이 넘은 분당 푸른마을의 한 아파트를 방문해 “선도지구가 2개 이상, 가능한 한 많이 지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도의 권한이 강화된 만큼 단순한 재건축이 아니라 주민들 삶을 담는 도시 재건축이 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선도지구 지정이 기초지자체·단지 간 경쟁으로 확산하면서 복잡한 양상을 띨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경쟁이 과열될 경우, 선정 이후 후폭풍이 거세지기 때문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적극적으로 단체장이 나서기 어려운 이유”라며 “도시기능 향상과 주변 지역 확산에 무게를 둔 만큼 단지별 입지가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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