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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 갈등' 목숨 빼앗는 극단 범죄로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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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2-07 10:57:00 수정 : 2024-02-07 11:3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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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의 갈등이  그동안 누적된 결혼 생활 불만과 경제적 궁핍 등의 이유로 배우자의 목숨을 빼앗는 등 극단적 사태로 치닫고 있다.

 

광주남부경찰은 둔기를 휘둘러 80대 아내를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남편 A씨를 조사중이라고 7일 밝혔다.

 

A(84)씨는 전날 오전 9시 20분쯤 광주시 남구 주거지에서 배우자 B(81)씨를 둔기로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범행 이후 자녀에게 “집으로 오라”고 연락을 했고 집에 도착한 자녀가 숨진 B씨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경찰에서 “아내와 말다툼을 하다 화가 나 범행했다. 둘 다 성격이 급한데다 매일같이 싸웠다”고 진술했다.

 

A씨와 B씨는 사실혼 관계로 A씨의 전 아내가 먼저 세상을 떠나자 십여년 전 부터 부부로 살았다. 기초생활수급을 받던 B씨는 A씨와 지내면서 생계비, 의료, 주거 급여 지원을 받아왔다.

 

A씨 가족들은 “(A씨가) 치매를 앓고 있었고 B씨와 단둘이 거주하고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치매 등 건강상의 이유로 범행했는지는 경찰이 추가로 수사중이다.

 

광주 광산구에서는 60대 남편이 경제적 문제로 다투다 부인을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C씨는 지난해 10월 14일 오전 7시 30분쯤 광주 광산구 월곡동 자택에서 부부싸움 도중 자신의 아내를 목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C씨는 경제적 문제로 말다툼 도중 화를 참지 못하고 이 같은 범행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C씨는 범행 직후 30분여 지난 오전 8시 10분께 직접 112상황실에 전화를 걸어 자백했다.

 

광주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고상영)는 이날 살인 혐의로 기소된 A(64)씨에 대해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살인은 소중한 사람의 생명을 빼았는 범죄이며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남긴다. 이 사건으로 자녀들 역시 충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자수했고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는 모습 등을 보이는 점을 종합해 형을 정한다”라고 판시했다.

 

전남 고흥에 사는 70대 남성이 사실혼 관계의 아내를 폭행해 숨지게 했다가 징역 12년의 중형을 선고 받았다.  D(71)씨는 2021년 고흥군 자택에서 술을 마신 채 사실혼 관계인 D씨를 폭행해 숨지게 혐의로 기소됐다. D씨는 동거하던 아내가 자신의 수입을 모두 써버리고 10여년 동안 각종 보험에 가입하고 몰래 중도 해약해 보험사로부터 돌려받은 해지금을 사용해 불만을 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D씨는 노인 일자리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E씨에 대한 불만이 더 커져 범행을 저질렀다.

 

전문가들은 노년기는 부부간 복합적 갈등구조가 쌓이면서 해결되지 못할 경우 분노가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노년기에는 흥분 또는 자기 분노를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는 충동조절장애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부부갈등으로 인해 폭력충동, 자기중심성충동, 가출충동이 발생해 노년기 우울증 등 정신병리학적 요인과 알콜, 약물 복용 등이 합쳐지면 분노범죄로 이어진다.

 

황혼 이혼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의 이혼통계를 보면 광주·전남 65세 이상 남·여 이혼 건수는 2019년 725건, 2020년 710건에 그쳤지만 2021년 888건으로 급증하고 2022년에도 809건에 달했다.

 

황혼 이혼의 주된 사유로는 가정 폭력과 경제적 문제가 꼽혔다. 한 가사전문 변호사는 “최근 이혼 건수를 보면 황혼 이혼이 많다”며 “그동안 자녀 때문에 참아 왔던 이들이 부당한 대우와 가정불화, 폭력 등을 견디지 못하고 이혼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노년기 갈등을 관리하는 전문상담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오랫동안 쌓여왔던 갈등과 분노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사소통 훈련 등 평소 교육이 필요하다”면서 “경제적 이유가 갈등의 중요한 이유가 되기 때문에 국민연금 이외에 노부부의 생활자금을 지원하는 국가차원의 안전망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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