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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서 다리 잃고… 40년 뒤 ‘태권 최고수’ 되다

입력 : 2024-02-26 06:00:00 수정 : 2024-02-26 07: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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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 부산 택시기사 김형배씨
제대 한 달 전 지뢰에 왼 다리 잃어
“체력 필요해 불혹에 다시 시작”
‘장애인 최고단자’ 기네스 등재

부산에서 택시기사로 일하는 김형배(65)씨는 1983년 제대를 한 달 앞두고 휴전선 비무장지대 수색근무에 나섰다 지뢰를 밟았다. 헬기를 타고 병원에 도착했지만 이미 왼발 무릎 아래 쪽은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다. 보름간 고통을 견디던 김씨는 결국 이 다리를 잘라낼 수밖에 없었다. 태권도 사범과 액션배우를 꿈꾸던 24살 청년이던 김씨에게는 참기 힘든 고통이었다.

 

하지만 그 고통을 이겨내고, 40여년이 흐른 뒤 김씨는 장애인 태권도 세계 최고수로 다시 태어났다. 김씨는 지난 20일 영국 기네스협회로부터 ‘세계 장애인 태권도 최고단자’ 인증서를 받았다. 2019년 6월 태권도 7단에 승단했던 그는 최근 신청한 기네스협회 심사를 통과했다. 지난달 두 명의 증인과 선후배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한 발차기, 품새, 격파, 겨루기 등을 영상으로 찍어 영국 기네스협회로 보낸 결과다.

의족 발차기 김형배씨가 발차기를 하고 있다. 허공을 향해 뻗은 왼쪽 다리가 의족이다. 김형배씨 제공

그가 기네스 기록보유자가 되기까지 힘겨운 시간이 있었다. 절망과 좌절 속에 제대 후 3년간 술로 허송세월하던 김씨는 다시 마음을 잡고 공부해 동아대에 입학했고, 부산교통공사 공채에도 합격했다. 결혼해 1남1녀를 둔 가정까지 꾸렸다. 그리고 어느덧 나이 마흔, 불혹이 된 김씨는 다시 도전을 시작했다. 의족을 달고 태권도를 익히며 4∼7단을 차례로 땄고,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다. 그리고 의족 장애인 최초로 태권도 최고단자라는 사실을 알게 돼 기네스북에 뒤늦게 도전하게 됐다.

 

김씨는 “아내가 불편한 사람이 위험하게 태권도를 한다고 만류했지만 정년까지 일을 하려면 체력이 필요해 태권도를 다시 시작했다”며 “다리를 단련하기 위해 달리기를 시작했고 체육관에 나가는 일이 반복되면서 차츰 발차기가 안정되고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기네스월드레코드에 기록 보유자로 등재돼 너무나 영광스럽고 기쁘다”면서 “군 복무를 하다 다리를 잃었지만, 나의 희생으로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지킬 수 있었다고 생각하니 자랑스럽다. 택시를 타는 젊은 친구들에게 나의 이야기를 해주면 다들 놀라고 감동했다”고 덧붙였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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