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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전 속 6.25의 단상…기동전 이은 진지전, 전쟁 장기화 우려 [이우승의 이슈 돌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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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2-27 14:30:00 수정 : 2024-02-27 14: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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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차 접어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 차에 접어들었다. 러시아는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지난 24일은 전격적인 러시아 공격으로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만 2년이 되는 날이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전장에서 양측이 치열하게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전쟁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때 우크라이나의 반격으로 조기 종전에 대한 희망이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이른바 ‘대반격’에 사실상 실패함에 따라 우크라이나는 또다시 주도권을 잃고 공세에서 수세로 전환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70년 전 한반도에서 일어난 6.25 전쟁 당시 ‘정전협정’을 상기하며 ‘한국모델’이 우크라이나 전쟁 중단의 방안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이 또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권력을 잡고 있는 한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이 전쟁의 운명을 결정할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지난 2023년 8월 19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남쪽에 위치한 솔치-2 공군기지에서 러시아 TU-22 폭격기가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을 받아 불타고 있다. 엑스(X·옛 트위터) 캡처

◆기동전 이은 진지전…6·25와 닮은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양상은 많은 측면에서 70년 전 6·25를 연상시킨다. 6·25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자유주의와 공산주의 진영 간 최초의 전쟁이다. 냉전이 가속화하는 계기가 됐다. 언제든지 동서 진영 간 갈등이 열전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사실도 각인시켰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1990년대 소련이 해체되고 냉전이 종식된 후 러시아의 군사위협을 간과하고 있던 서방 진영의 국가들에게 위협의 실체를 직시하게 했다.   

 

특히 초기 격렬한 기동전에 이은 소모적인 진지전은 6·25와 닮은꼴 전쟁을 연상하게 한다. 6·25는 전쟁 발발 후 1년 동안 양측이 수차례 공세적 입장과 수세적 입장을 오가며 격렬한 전투를 벌였다. 결국 전쟁이 처음 시작됐던 그 지점에서 교착 상태에 빠지며 정전 협정이 마무리될 때까지 소모적인 진지전 양상을 보였다. 

 

북한 인민군은 전쟁 개시 나흘째인 1950년 6월 28일 서울에 진입했다. 한국군과 미군은 파죽지세의 북한군 공세에 밀려 7월 17일 금강·소백산 방어선을 내주고, 7월 하순에 접어들면서 낙동강 방어선을 구축해 최후의 결전에 돌입했다. 이후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으로 전세를 만회하고 유엔군과 한국군은 38선을 넘어 평양을 점령하고 압록강까지 진격했지만 10월 중공군의 참전으로 전황은 다시 뒤집혔다. 세 차례에 걸친 중공군의 대규모 공세로 이듬해 1월 4일 서울을 다시 내줬다. 이후 전쟁 수행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중공군을 상대로 한국군과 유엔군은 몇 차례의 공세 작전으로 서울 이북 삼팔선 지역까지 밀고 올라갔지만, 전선은 그곳에서 고착됐다. 휴전협정이 조인되는 1953년 양측은 소모적 진지전을 이어갔으며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우크라이나 수도권인 키이우(키예프) 인근 이르핀에서 피란길에 오른 주민들이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파괴된 다리 잔해 사이로 강을 건너고 있다. EPA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6·25의 단상이 보인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도 개전 1년 반 동안 공세와 수세를 오가며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러시아는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의 북부와 동부, 남부 지역 등에서 전방위로 전격적인 침공을 시도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까지 기갑부대가 접근했고 일부 지역은 잠시나마 러시아군이 점령하기도 했다. 최후 항전에 나선 우크라이나는 수도 키이우 방어에 성공하고 그해 9월부터 러시아가 점령한 동부지역에 대한 재탈환에 나섰다. 이른바 ‘9월 역공세’다. 동북부 하르키우주 대부분과 남부 요충지 헤르손을 수복하며 전황을 뒤집었다. 그러나 러시아도 친러시아 주민이 많은 동부 돈바스 지역과 2014년 점령한 남부 크림반도를 연결하는 점령지를 완성하고 우크라이나의 공세에 맞섰다. 

 

첫해 겨울 동안 소강상태이던 전선은 우크라이나가 2023년 6월 대반격을 시작하면서 요동치기 시작했다. 서방으로부터 지원받은 무기와 장비로 전력을 비축한 우크라이나는 승기를 굳히는 대반격에 나섰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전선은 더욱 교착 상태에 빠졌다. 우크라이나는 미군 지원으로 위력정찰을 통한 러시아 방어선의 약한 고리를 모색했지만, 방어선은 견고했고, 전진은 어려웠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전쟁 2주년을 맞아 키이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키이우=AP연합뉴스

◆전선 안팎에서 고개 드는 휴전설과 한국식 모델…11월 미 대선이 변수 

 

동부지역 최전선 방어 거점인 아우디이우카의 함락은 우크라이나로서는 뼈아픈 패배다. 교착 상태인 전선에서 러시아의 대규모 물량 공세에 우크라이나가 지쳐가고 있다. AP 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군은 26일(현지시간) 아우디이우카 외곽 마을에서 철수했다. 앞서 아우디이우카를 뺏긴 이후 러시아의 공세가 더욱 강화하고 있다.

 

현재 전장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직면한 어려움을 방증하고 있는 셈이다. 실지 회복에 대한 의지도 약해지고 있다. 전쟁 2년을 맞아 유럽연합(EU)과 서방 국가들이 지원 약속과 러시아 제재 방안을 쏟아내고 있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  

 

결국 극적인 반전이 없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은 6·25처럼 휴전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이 또한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러시아와 미국, EU 그리고 우크라이나가 참여하는 정전협정이 예상된다. 그러나 6·25는 전쟁이 시작됐던 곳에서 휴전이 성립됐지만, 현재 우크라이나는 약 20%가량 영토를 잃은 상황이다. 현재 러시아의 점령지를 인정하는 휴전 협상에 우크라이나로서는 동의하기가 쉽지 않다. 우크라이나는 실지 회복이 없는 휴전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로이터 통신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러시아 측 고위급 소식통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사이 중동 등지 협력국들을 통해 미국에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휴전을 제의했지만 미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입장은 대치 중인 현재 전선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전쟁을 멈추자는 것이다.

 

미국은 이에 당사자인 우크라이나가 참여하지 않고선 휴전을 논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도 푸틴 대통령이 조용히 휴전을 위한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11월 미국 대선이 전쟁의 가장 큰 변수라는 사실에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위성락 전 러시아 대사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미국 대선이 전쟁의 큰 변수가 될 것”이라며 “미국에서 어떤 정부가 들어서느냐에 따라 전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미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대폭 줄일 가능성이 크고 그렇게 되면 러시아가 우위에 서서 전세를 주도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사우스캐롤라이나 대선 후보 경선 유세 현장에서 과거 대통령 재임 당시 나토 회원국과 회의석상에 언급한 발언을 소개하며 방위비 분담금을 내지 않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맹비난했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우크라이나 전에 대한 미국 정책이 전환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국제전연구실장도 통화에서 “전쟁이 장기화하면 결국 강대국에 의해 서명이 될 것”이라면서도 “11월 미국 대선이 향방을 결정짓는 큰 변수가 될 것”이라는 데 공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서방국 관리들의 전황 평가를 인용해 러시아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에 주목하는 점을 거론하며 “푸틴이 전장에서 움직임을 최소화하며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를 바라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평가했다. 


이우승 기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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