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탈당 움직임 속 ‘심리적 분당’
희생하는 모습만이 당 살리는 길
4·10총선 후보 공천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의 내홍이 점입가경이다. 민주당은 어제 전략공천관리위원회를 열어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서울 중·성동갑 지역구에 공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신에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이곳에 전략공천하기로 했다. ‘친문(친문재인)’계의 상징적인 인사가 컷오프된 것이다. 이재명 대표에게 잠재적으로 위협이 될 만한 경쟁자를 제거하는 ‘방탄공천’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됐다. 임 전 실장이 이 지역 출마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어 친문·친명(친이재명)계 갈등은 정점으로 치달을 공산이 크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단수공천한 윤희숙 전 의원에 맞서기에 전 전 위원장이 적합하다고 판단했을 법하다. 전 전 위원장은 안규백 전략공천위원장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이언주 전 의원과 함께 ‘여전사 3인방’으로 거론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전략적 판단으로만 봐줄 이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윤 전 의원의 후보 확정 이전부터 친문을 겨냥한 ‘윤석열정부 탄생 책임론’이 제기된 것만 봐도 그렇다. 문재인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고민정 최고위원이 당무 거부에 이어 어제 결국 사퇴를 한 건 친문계 반발이 심상치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이제 문 전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비명계 집단·연쇄 탈당까지 점쳐지는 형국이다. 김영주 국회부의장, 이수진 의원에 이어 어제 박영순 의원이 당을 떠나 이낙연 전 대표의 새로운미래에 합류한다고 선언했다. 탈당을 예고한 설훈 의원은 비슷한 처지의 의원들과 함께 행동하는 방안을 상의 중이라고 밝힌 터다. 비명계 의원들이 ‘민주연대’라는 모임을 만들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 정도이면 이미 당이 심리적 분당 사태에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책임이 이 대표에게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은 시스템 공천임을 내세우지만 비공식 회의체를 통한 ‘사천 논란’과 여론조사기관 선정 의혹 등이 끊이질 않았다. 사법리스크 속에서도 당을 확실하게 장악하려는 이 대표의 과욕이 이런 무리수를 불렀다고 보는 게 옳다. 오죽하면 ‘친명본선 비명경선’, ‘친명횡재 비명횡사’와 같은 말이 나오겠는가. 이 대표는 부인 김혜경씨와 같은 날 법정에 나간 데 이어 어제도 재판에 출석했다. 언제까지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위해 당을 망가뜨리려는 것인가. 지금이라도 이 대표가 불출마 등 스스로 희생하지 않는다면 총선에서 호된 표심으로 심판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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