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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이상 남성·샤이보수 결집… ‘건국전쟁’ 100만 넘었다

입력 : 2024-02-27 21:00:00 수정 : 2024-02-28 02: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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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다큐 영화 이례적 흥행… 개봉 27일 만에 성과

4월 총선 앞뒀다는 시기적 특성
진보적 메시지 ‘서울의 봄’ 흥행
일방적 역사 해석 고착화 불안감
샤이보수 바람 대변 구심점 역할
이승만 재평가·개신교 유대 한몫

‘건국전쟁’ 속편도 3월 개봉 예정

영화 ‘건국전쟁’이 27일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역대 정치인 다큐멘터리 가운데 2위 기록이다. 영화계에서는 다큐멘터리 장르가 100만 관객 모은 것 자체가 극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이 영화의 흥행 동력은 ‘샤이 보수’의 결집으로 분석된다. 총선을 앞두고 지난해부터 진보적 메시지의 영화들이 흥행하자 위기감을 느낀 보수층이 ‘건국전쟁’으로 몰렸다는 것이다. 최근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 움직임이 이는 데다 문화계 전반에 근현대사가 새로운 소재로 다뤄지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배급사 다큐스토리에 따르면 ‘건국전쟁’의 누적 관객 수는 이날 1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1일 개봉한 지 27일 만이다. 정치인 다큐멘터리 중 ‘노무현입니다(2017년·185만명)’에 이어 역대 두 번째 흥행기록이다. 다른 정치인 다큐인 ‘그대가 조국’(2022년·33만명), ‘문재인입니다’(2023년·11만명), 지난달 10일 개봉한 ‘길위에 김대중’(26일 기준 12만5349명) 등은 두 작품의 성적에 크게 못 미친다.

이승만 전 대통령을 재조명하며 흥행돌풍을 일으킨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이 누적관객 100만명을 돌파한 27일 서울 용산구 한 영화관 전광판에 영화 ‘건국전쟁’ 포스터가 표시되고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가 100만 관객을 넘어선 것은 2017년 ‘노무현입니다’ 이후 7년 만이다. 남정탁 기자

김덕영 감독이 제작비 약 3억원으로 만든 이 작품은 전날까지 매출액 92억3000만원을 기록했다. ‘건국전쟁’은 이승만 대통령의 업적이 그간 왜곡·폄하됐다며 재조명하는 내용이다. 이 대통령의 성과로 토지개혁, 한미상호방위조약체결, 여성 참정권·의무교육 도입 등을 내세운다. 이 대통령이 독재가 아닌 장기집권을 했을 뿐이고, 3·15 부정선거와도 관계 없다고 주장한다.

 

‘건국전쟁’ 흥행의 한 축은 50대 이상 장·노년층과 남성 관객이다. CGV에 따르면 이날 기준 ‘건국전쟁’의 50대 이상 관객 비중은 44.5%로 최근 화제작인 ‘파묘’(14.5%), 듄-파트2(13.9%)보다 월등히 많다. 남성 관객 비중도 49.7%로, ‘파묘’나 ‘듄-파트2’보다 6~10%포인트 높다.

그간 정치 관련 다큐·극영화들은 주로 진보적 메시지의 작품이 흥행했다는 점에서 ‘건국전쟁’의 성공은 특히 이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기의식을 느낀 보수의 결집’으로 본다.

 

최완규 경제사회연구원 국방센터 위원은 “그동안 진보 성향의 다큐가 계속 나왔고 여기에 정점을 찍은 것이 ‘서울의 봄’”이라며 “보수진영에서는 역사 흐름에 대한 해석이 계속 일방적으로 굳어지는 것 아니냐는 심리적 불안이 있었다”고 전했다. 최 위원은 “이 같은 ‘샤이 보수’의 갈증과 바람을 대변할 대상이 필요한 상황에서 ‘건국전쟁’이 구심점이 됐다”고 분석했다.

총선을 앞뒀다는 시기적 특징, 이 대통령에 대한 개신교계의 유대감도 흥행에 한몫했다. 논쟁적 인물이면서 시대적 거리감이 있는 ‘이승만’이라는 소재 자체도 영향을 미쳤다.

 

강성률 영화평론가는 “윤석열정부의 자유민주주의 옹호와 한·미·일 동맹 강화, 북·중·러와의 대립 기조 속에 보수 진영에서 이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를 지켰다며 재평가하는 흐름이 있고 관객이 이에 공감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원종원 순천향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최근 영화뿐 아니라 공연계에서도 일제강점기부터 2차 세계대전 이후 시기가 인기 소재가 되고 있다”며 “그간 금기시된 소재를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하니 관객에게 어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오세훈 서울시장 등 주요 정치권 인사들이 잇따라 ‘관람 인증’을 한 것 역시 ‘건국전쟁 바람’에 힘을 보탰다. 김 감독은 “‘건국전쟁’ 흥행은 그동안 잘못된, 왜곡된 정보가 뒤바뀌는 과정이고 대한민국이 선진 사회로 나아가는 아주 긍정적인 현상”이라며 “이승만의 삶이 일종의 영웅 서사를 따르는 것도 (인기를 얻은) 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영화 ‘건국전쟁’의 한 장면. 다큐스토리 제공

그러나 이 작품이 지나치게 이 대통령의 공을 강조하는 데 치우쳤다는 비판도 여전하다. 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지난 13일 라디오 방송에서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4·19가 명시돼 있다. 반헌법적인 일들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꼬집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영화와 역사적 사실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한다. 최 위원은 “이 다큐를 계기로 추가 노력을 통해 보수·진보 양쪽에서 납득할 만한 역사적 사실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며 “다큐에는 감독의 해석·관점이 들어가기에 그대로 수용하는 건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 평론가 역시 “다큐는 객관적 장르가 아니다. 감독이 팩트를 선별하기에 주관이 들어간다”고 강조했다.

 

‘건국전쟁’은 오는 3월 속편도 선보일 예정이다. 김 감독은 29일 제작발표회를 겸한 기자회견을 열어 관련 계획을 공개한다. 그는 속편에 “이승만의 인간적 품격과 고뇌, 역경, 좌절을 딛고 일어서려는 불굴의 의지 등을 스크린에 담아보겠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국내 흥행의 여세를 몰아 미국 CGV에서도 개봉했다. 내달 20일에는 미국 교민단체인 한미연합회 주최로 워싱턴 DC에서 미국 의회 시사회도 열릴 예정이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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