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재건축사업조합 임원인 A는 조합원 총회 의결 없이 3935만9460원을 차입해 도시정비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소규모 주택조합장은 자금 차입과 방법, 이자율 및 상환방법에 대해 조합 총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도시정비법을 위반했다는 취지입니다.
도시정비법 제45조 제1항 제2호는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 및 상환방법을 총회 의결사항으로 규정하고, 제137조는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아니하고 총회 의결사항에 관한 사업을 임의로 추진한 조합 임원을 처벌하도록 규정합니다.
규모가 작은 재건축사업에는 소규모주택정비법을 우선 적용합니다. 소규모주택정비법은 방치된 빈집을 효율적으로 정비하고 소규모 주택 정비를 활성화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 및 특례를 규정함으로써 주거생활의 질을 높이는 데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제정되었고(제1조), 소규모 주택재건축사업에 관하여서는 소규모주택정비법이 다른 법률에 우선하여 적용됩니다(제2조, 제3조 제1항).
그리고 소규모주택정비법 제56조 제1항은 조합의 법인격, 정관, 임원 등에 관하여 도시정비법 제45조 제1항 제2호를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소규모 재건축사업조합장이 자금을 차입하려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 및 상환방법에 대하여 조합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합니다.
1심은 “피고인이 조합의 창립총회에서 조합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사전 의결을 거쳤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2심은 “피고인이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자금을 차입했다”고 보아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창립총회가 소규모주택정비법상 조합 설립인가를 받기 전 개최되었으므로 조합의 총회 의결을 거쳤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또 창립총회에서 대출금의 범위나 이율도 정해지지 않았으므로 사전 의결이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도시정비법이 아닌 소규모주택정비법에 따라 설립 인가를 받은 소규모 재건축조합의 임원을 도시정비법을 적용해 처벌할 수 없다”는 이유로 파기환송했습니다(2024. 1. 25. 선고 2023도9906 판결).
대법원은 “소규모주택정비법 제56조 제1항은 조합의 법인격, 정관. 임원 등에 관하여 도시정비법 제45조 제1항 제2호를 준용한다고 규정하나, 처벌 규정인 도시정비법 제137조를 준용하고 있지 않다”며 “다만 소규모주택정비법은 제61호 제1호에서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아니하고 사업을 임의로 추진한 조합 임원을 처벌하도록 따로 규정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와 같은 규정 체계에 비추어 도시정비법이 아닌 소규모주택정비법에 따라 설립인가를 받은 소규모 재건축조합의 조합 임원을 도시정비법 제137조를 적용하여 처벌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즉 소규모 재건축조합은 조합원의 자금 차입과 관련해 총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도시정비법을 준용하지만, 의결을 거치지 않으면 처벌한다는 벌칙 규정까지 준용하지는 않으므로 도시정비법을 적용해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한 셈입니다.
다만 대법원 판결의 취지는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자금을 차입한 소규모 재건축조합의 임원을 도시정비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일 뿐이고, 소규모주택정비법 제61호 제1호를 적용해 처벌하는 것까지 불가능하다는 취지는 아니라는 점을 주의해야 할 것입니다.
김추 법무법인 바른 건설부동산그룹 변호사 chu.kim@baru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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