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대선에서 압도적 지지로 당선됐다. 2000년 권좌에 올랐던 푸틴은 이제 2030년까지 재임한다. 이오시프 스탈린 옛 소련 공산당 서기의 29년 집권기간을 뛰어넘어 30년간 러시아를 통치하게 된 것이다. 올해 71세인 나이를 감안하면 사실상 종신집권 길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판 ‘차르’(황제)의 등극에 전 세계는 우려의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다.
이번 선거는 87%라는 압도적 득표율을 기록했음에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반대하는 인사는 후보등록을 하지 못하는 등 불공정하게 치러졌다는 국제사회 비판이 거세다. 미국 백악관은 “분명히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은 선거”라는 입장을 밝혔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푸틴이) 영원히 통치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푸틴 대통령은 전혀 개의치 않는 눈치다. 그는 당선이 확정된 뒤 “러시아 군대를 더 강하게 만들고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특별군사작전을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를 더욱 강화할 것임이 분명하다.
서방과의 대립이 심화할 것이고, 중국·북한과의 반서방 연대 강화도 불문가지의 일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푸틴 대통령의 대선 승리는 그의 침략 전쟁을 합법화하고 남은 반대파의 입지를 줄어들게 해 향후 6년간 자신의 비전을 견제없이 실행할 수 있게 만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어제 파이낸셜타임스(FT)도 “푸틴의 다섯 번째 임기는 유럽과 세계에 대한 위협이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푸틴은 당선 직후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충돌은 세계 3차대전에 근접한 것”이라고 경고해 기우가 아님을 뒷받침했다.
세계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야기된 에너지 위기와 글로벌 공급망 붕괴를 경험했다. 푸틴의 세계평화 파괴행위를 저지하려면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렇잖아도 비밀 무기 거래와 북핵 묵인 발언 등으로 한반도 긴장까지 가중시켜온 터다. 그가 북한 답방을 수락한 마당이니 첨단무기 기술 이전 등 북·러 밀착은 더욱 가속화할 게 뻔하다. 북한 정권에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 될 것이고, 돌발상황으로 한반도 안보가 깊은 수렁에 빠져들 수 있다. 한·중회담 등 대외정책 다각화와 함께 자체 핵보유 역량 확보 등 대비책 마련을 서둘러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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